쿰바야! 촛불민심의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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쿰바야! 촛불민심의 외침

입력 2016.12.19 15:35

[비상식의 사회]쿰바야! 촛불민심의 외침

참세상을 향한 우리의 기다림은 작은 촛불로 시작하여 마침내 혁명으로 활활 타오를 때,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 확신한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병신년 12월도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가 뽑은 대통령을 우리가 탄핵해서 청와대 뒷방에 유폐시킨, 비상식의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수백명 아이들이 물속에 갇혀 죽어가는 데도 그렇게 나오기 싫어하던 곳이라 오히려 편안할 줄 알았는데, 갇힌 박근혜 대통령은 너무 억울하고 답답해서 피눈물이 난다고 칭얼거리고 있고, 많은 국민들은 그곳에서도 쫓아내라고 연일 전국 각지에서 촛불을 밝히고 있다. 어쩔 수 없어 법의 심판에 맡기기로 했으면 조용히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면 될 텐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여야 정치권은 깊은 반성은커녕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 공방과 다음 정치 일정에 따른 유불리를 계산하며, 새로운 판짜기와 짝짓기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원체 지은 죄가 엄중하고 어처구니가 없어 꼬리를 내리고 있던 수구세력은 이제는 더 물러날 수 없다는 듯 촛불이 주춤하는 사이를 틈 타 맞불을 지르며 악을 쓰고 있고, 주류를 자처하는 보수언론들도 양비론을 넘어 안정론으로 정세의 열차를 끌고 가려고 장난질을 하고 있다.

혁명의 뜨거운 기운 내뿜기 시작한 100만 촛불

그러나 100만을 돌파하면서 이미 촛불열차는 혁명의 뜨거운 기운을 내뿜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는 그 자체가 힘이 되어, 웬만한 장애물은 그냥 박차고 휩쓸며 나아가고 있다. 거대한 촛불혁명의 파도가 되어 청와대 박근혜를 무너뜨리며 몰려가고 있다. 재벌과 그 하수인 수구언론과 사법권력, 정치권력 등 모든 잡것들을 쓸어버리고, 진정한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참 민주주의를 향해 물결치고 있다.

그래서 12월은 성탄절과 함께 무엇인가를 소망하며 기다리는 달이 되었다. 기독교의 유대민족이 로마의 압제에서 구해줄 메시아를 기다리듯, 그렇게 새 시대 참 세상을 기다리고 있다.

기다림을 노래한 흑인영가에 ‘쿰바야’라는 노래가 있다. 이 쿰바야라는 말은, ‘여기 오소서’라는 뜻의 영어 문장 ‘come by here’를, 아프리카 식으로 발음한 것이다. 그래서 ‘쿰바야 마이 로드 쿰바야∼’ 라고 노래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쿰바야”(여기 오소서!)라고 간절히 절규하며 부르는 그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말로는 잘 설명하기 어렵지만, 아마도 이런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빈 방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연극이 있다. 1981년 겨울, 기독교 극단인 ‘증언’에 의해 연극으로 만들어져 무대에 올려진 이래, 크리스마스 때마다 공연되고 있는 연극이다. 그 연극의 줄거리는 대강 이렇다.

어느 교회 고등부에서 성탄절 연극을 준비하고 있는데, 덕구라는 친구 때문에 곤란하게 되었단다. 교회에서 하는 성극이니 여럿이 함께 참여해야 좋은데, 문제는 덕구가 심하게 말을 더듬으며 지적으로도 약간 떨어지는 학생이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학생들은 반대했지만 선생님의 배려로 가장 작은 배역, 대사도 간단한 한마디 “빈 방 없어요”만 하는 여관 주인 역을 맡게 되었다. 덕구는 그야말로 피나는 연습을 했고, 우여곡절 끝에 연극의 막이 올랐는데, 그만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를 하고 만 것이다. 연극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연극을 실제 상황으로 착각한 덕구가 “빈 방 없어요” 할 순간에, 차마 그 말을 하지 못하고 “빈 방 있어요” 한 것이다. 그 장면의 대본을 그대로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덕구: (거의 우는 목소리로) 여보세요….
(차마 방이 없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덕구에게, 요셉과 마리아 역을 맡은 학생들이 눈치 빠르게 “방이 없다는 말이죠?” 하면서 돌아가려 하자)

덕구: (쫓아가며) 안 돼요, 요셉, 마리아, 가지 마세요. 나 마굿간 가라고 안 그럴게요. 우리 집엔 방이 있어요, 고 고짓말 아니에요. 진짜 빈 방이 있다구요. 그니까 우리집으로 가요. (덕구는 목 놓아 울고, 무대 뒤의 학생들이 모두 무대로 뛰어 나오고, 연극은 엉망진창이 된다.)

비록 이렇게 연극은 대본처럼 진행되지 않고 엉망이 되었지만, 구경 온 관객들과 학생들은 배가 부른 마리아를 차마 돌려보내지 못한 덕구의 이 순진하고 진실한 모습에서 더 큰 감명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우리는 그동안 켜켜이 쌓인 거악과 부패를 쓸어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참으로 새로운 체제, 새로운 시대를 열지 않으면 안 되는 때가 되었다. 오죽하면 대통령의 탄핵소추결의안이 국회에서 압도적으로 가결되었겠는가.

나라의 정치지도자들은 거짓을 일삼으며 국민을 기만하고 있고, 재벌이나 재산이 많은 사람들은 권력과 결탁하여 가난한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사회양극화로 인한 빈부격차는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나라가 되었다. 또한 불의를 바로잡고 정의를 세워야 할 법 집행자들이 권력자의 눈치를 보면서 제 이권만 챙기는 데 급급하고, 정의를 올바로 세워 사회의 목탁이 되어야 할 언론은 정치권력과 재벌의 개 노릇을 하고 있다. 이제 어느 누구도 가난한 사람을 돌아보지 않고, 착하고 정의로운 사람을 인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눈먼 사람들을 더 보지 못하게 두 손으로 눈앞을 가리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켜켜이 쌓인 거악과 부패 쓸어내야 하는 시대

우리가 비록 박근혜 대통령을 그 일당과 저지른 너무도 한심한 국정농단에 대한 분노의 촛불로 탄핵의 단두대에 세웠지만,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수백만이 모여도 쓰레기 하나 남기지 않는 그 촛불의 마음이다. 정의와 진실 앞에서 차마 어쩌지 못하는 덕구의 마음이다. 그것이 인간의 본심이고 기본적인 태도이다.

올 한 해가 이러한 인간 본래의 모습이 작고 보잘 것 없는 촛불을 통해 회복되는 해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더불어 평등하게 잘 살 수 있는, 정의로운 세상의 주춧돌을 놓는 해였다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년은 국민 주권의 민주주의가 넘실대는 새 나라 건설에 우리 모두 함께 어깨 겯고 나서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

참세상을 향한 우리의 기다림은 작은 촛불로 시작하여 마침내 혁명으로 활활 타오를 때,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 확신한다.

쿰바야, 쿰바야!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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