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녘에 돌아보는 사랑과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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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녘에 돌아보는 사랑과 우정

입력 2016.12.13 12:07

[터치스크린]황혼녘에 돌아보는 사랑과 우정

제목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

원제 CEZANNE ET MOI

감독 다니엘르 톰슨

출연 세잔_기욤 갈리엔, 졸라_기욤 까네

상영시간 117분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16년 12월 15일

인생지사 새옹지마. 최근 곱씹고 있는 말이다. 몇 개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최순실은 자신이 5000만이 다 미워하는 ‘국민 악녀’로 등극할 것이라고 알았을까. 서슬 퍼렇던 박근혜 정부가 이토록 처참하게 몰락할 줄 알았을까. 역지사지해 개인의 입장으로 돌아가 본다면, 이쯤에서 발각된 것이 이 사람들에게는 다행이었을지도 모른다. 역시 새옹지마다.

기자라서인지 무명시절부터 알게 되어 이제는 유명인사가 된 사람들이 꽤 있다. 아니 꼭 기자가 아니라도 그런 사람들이 주위에 몇 있다. 바쁘게 사는 걸 아니 이제는 연락하기조차 조심스러운. 이 코너에서 기자와 한 주씩 번갈아 리뷰를 쓰던 허지웅 작가도 마찬가지다. 주위에 있다가 어느 날 TV화면 속에서만 만날 수 있게 된 사람들. 행복하길 빈다.

인상파 화가 폴 세잔과 문필가 에밀 졸라의 우정. 잘 몰랐다. 얼핏 어디서 읽은 것 같기도 하다. 두 사람이 헤어진 계기는 에밀 졸라가 46살 때 쓴 <작품>이라는 소설 때문이었다. 어느 실패한 화가를 주인공으로 세운 그 소설을 읽은 세잔은 화가 났다. 왜? 작중 화자는 에밀 졸라인데, 실패한 화가는 세잔이니까. 소설이라고 하지만, 너무나 적나라하게 이 ‘실패한 화가’의 내면을 읽어내고 있으니까. 우리나라 문화예술계에도 비슷한 격언이 있다. ‘소설가랑 연애하거나 자지 마라’ 왜? 그 구질구질한 이야기가 언젠가는 반드시 소재로 나오기 때문이다. (이건 진짜다.)

실제 세잔은 실패한 화가였다. 그가 화단에서 명성을 얻은 것은 인생 말년에 가까워서였고, 인상파 화가로 미술사적으로 주목을 받은 것은 사후다. 반면, 에밀 졸라는 당대의 문필가였다. 드레퓌스 사건 때 쓴 ‘나는 고발한다!’ 기사는 두고두고 인용되고 있다. 기자가 일하는 잡지에서도 지난 MB정부 때 표지 이미지로 쓴 적이 있다. 새옹지마인 것은 세잔은 은행가인 아버지를 둔 부잣집 도련님이었고, 에밀 졸라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삯바느질로 생계를 꾸리는 가난한 집 아이였기 때문이다. 아삼륙에 해당하는 인물이 한 명 더 있어 ‘삼총사’로 불린 모양인데, 영화에서 뚱뚱한 인물로 나온 이 친구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젊은 시절 ‘우정’을 나눈 친구들은 많은 비밀을 공유한다. 내밀한 욕망과 시기심, 절망, 그리고 사랑. 이 친구들의 우정에 끼어드는 것이 사랑이다. 한 여자를 둘러싼 두 남자의 욕망. 그리고 이성을 대하는 서로 다른 자세. 그게 행복과 성공의 기준이 될 수 있을까.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이라는 영화 제목에서 나는 에밀 졸라다. 감독 다니엘르 톰슨은 120여년 전의 이 인물로 빙의하여 쓰이지 않은 일대기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발휘해 화해를 시도한다. 항상 그렇지만 영화에는 많은 이야기가 축약되어 있다. 철길 옆 에밀 졸라의 집 서재를 방문한 세잔은 환기가 되지 않는다며 창문과 페치카를 둘러보는 장면이 있는데, 그건 지금도 음모론을 펴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재인 에밀 졸라의 일산화탄소 중독 사망을 암시하는 에피소드다. 그의 죽음을 두고는 드레퓌스 사건으로 앙심을 품은 프랑스 군부 고위관계자로부터 예수회 등 종교 비밀결사 독살설 등 다양한 음모론이 지금까지 각축을 벌이고 있다. 아마 각각의 영역에서 이 소설가와 화가를 아끼는 사람이라면 더 많은 것이 보일 것이다. 분명, 오락영화는 아니니 상영관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아직 혈기 왕성하고 세상이 만만하게 보이는 20대의 눈에 이 영화는 자칫 따분하고 수면제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인정한다. 나도 그랬을 테니). 그동안 살아왔던 인생을 되돌아볼 나이가 된 연세 지긋한 독자께 권하고 싶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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