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낯



주간경향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민낯

입력 2016.12.06 18:52

서울 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는 최순실씨. / 이석우 기자

서울 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는 최순실씨. / 이석우 기자

유럽의 저택에는 일하는 하인들만 드나드는 통로가 있다. 마치 무대 위에서 공연되는 연극을 진행하기 위해 뒤편에서 소품을 준비하고 분장을 다듬는 공간과도 같은 곳이다. 겉으로 보이는 절차와 행동 이면에서 그것을 준비하며 대사를 맞추고 서로를 평가하는 이러한 양면의 구조에 주목한 사회학자 어빙 고프만은 일상생활의 사회적 관계를 연극에 빗대 분석했다. 누구나 특정한 사회적 관계를 맺는 공간에서 그에 걸맞은 가면을 쓰고 극중 인물처럼 연기를 한다는 것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가 시작됐으나 첫날부터 파행을 빚었다. 주요 증인이 출석조차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출석한 기관장들도 국민이 알고자 하는 의혹의 진실을 증언하는 대신 피상적인 답변을 늘어놓는 데 그쳤다. 기관보고 자리인 만큼 기관의 수장이나 중책을 맡고 있다는 가면을 쓰고 연기에 충실했던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원하는 공연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아예 얼굴조차 내비치지 않은 김수남 검찰총장을 비롯해 검찰 수뇌부의 출석 거부는 주권자인 국민을 얼마나 무시하고 있는지를 보여준 행태였다.

12월 6일과 7일 진행될 국정조사 청문회에는 재벌 총수들과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인 최순실씨와 그 일가·측근들도 맨얼굴을 국민 앞에 드러낸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지 않은 모습을 국민들이 볼 수 있는 기회지만, 그들끼리 모이는 무대 뒤 어두운 공간에서 어떤 가면을 준비해뒀을지는 알 수가 없다. 드러내야 할 것은 무대 뒤편에서 가면을 벗고 동료들과 함께 모의를 하던 그 모습이다. 고프만은 관객에게 보여주는 무대 뒤 연극을 함께 준비하는 동료들을 ‘공모자’라는 개념으로 지칭했다. 공모자들과 함께 짠 각본에 따라 맡은 배역의 연기를 수행하는 셈이다.

물론 대부분의 예상대로 청문회에 서는 증인들 역시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치는 답변을 늘어놓을 가능성도 있다. 울화가 치미는 국민 앞에서 증인들은 스스로의 연기에 속으로 감탄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고프만의 분석에서는 각본이 무대 위에 모습을 보이는 순간 연극이라는 상황이 깨져버리기 때문에 그런 잘못을 저지르면 사회적 지탄을 받게 된다. 집에서는 부모님께 아양을 떨던 자식이 직장에서도 같은 짓을 하면 욕을 먹는 것과 같다. 이미 그들이 국정을 농단해온 각본은 적잖이 드러나 있다. 국정농단극은 끝났다. 국민은 이제 그들에게 각본에 따른 연기를 계속해 갈 것이 아니라 각본 전체를 밝히고 새로운 연극을 시작하기를 원한다. 새로운 연극은 국민이 국정을 농단한 세력을 엄단하고 탄핵한 뒤 주권자임을 다시 확인하는 내용이다.

서울 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는 최순실씨. / 이석우 기자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