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되는 사람들의 울분과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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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되는 사람들의 울분과 슬픔

입력 2016.12.0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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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판도라 (Pandora)

제작연도 2016년

제작국 한국

러닝타임 136분

장르 드라마

감독 박정우

출연 김남길, 김영애, 문정희, 정진영

개봉 2016년 12월 7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2016년도 어느덧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지금, 대한민국에선 ‘정치’와 ‘권력’이 가장 큰 이슈다. 평소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 해도 보이는 것, 들리는 것 전부가 그것뿐이니 외면하기가 쉽지 않다. 권력층의 비리와 음모를 소재로 한 영화들도 넘쳐나고 있다.

기대작으로 언급되는 조의석 감독의 <마스터>, 한재림 감독의 <더 킹>은 소재와 분위기는 다소 상이하지만 기득권층의 위세와 이를 탐하려는 인물들의 갈등을 그린 범죄 스릴러 작품들이다. 표면적으로 원자력발전소의 사고와 이에 따른 혼란을 그리고 있지만, <판도라> 역시 단순 재난장르로만 분류할 영화는 아니다.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원자력발전소의 냉각수가 누수되면서 원자로 탱크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도래한다. 늘 고향을 떠나 새로운 일을 꿈꾸던 기술자 ‘재혁(김남길 분)’은 동료들과 함께 사고현장을 빠져나오려 하지만 상황이 악화되자 폐쇄를 강행한 통제실의 일방적 결정으로 원자로 안에 갇히게 된다.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원자로는 폭발하고 피해가 속출하지만 이것은 비극과 재앙의 시작일 뿐이다.

영화 <판도라>가 전하는 미덕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그동안 대다수 사람들이 등한시했던 핵 발전의 문제를 어느 정도 표면화시켰다는 점이다. 사건 전개와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최대한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정보들은 이 영화가 생각보다 많은 자료조사를 거치고 시나리오 작업에 공을 들였음을 짐작케 한다.

경제발전에 대한 채근과 첨단문명의 편리함과 화려함 뒤에 숨겨진 진실이란 얼마나 위험하고 불편한 것인지 생각해보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가치 있다.

두 번째는 현재 대한민국 국민들이라면 더더욱 공감할 만한 울분과 슬픔의 정서를 영화 속에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언제나 요란스럽고 탐욕스런 자들은 다수의 재앙을 부르고, 재앙은 조용하고 선한 사람들의 희생을 강요한다.

억울하고 불공평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균형을 이루고 유지되어 왔다. 어쩔 수 없이 동반되는 신파의 부담도 부정할 순 없지만 배우들의 편안하고 호소력 짙은 연기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평온한 일상을 꿈꾸는 서민들의 모습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어 더욱 심금을 울린다.

4년여의 제작기간, 영화의 절반 이상의 장면에 CG가 사용된 탓에 1년 이상의 후반작업을 거쳐야만 했던 <판도라>는 덕분에 절묘한 타이밍에 개봉하게 되었다. 나름 호재라 할 수 있을까?

지난 9월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이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대표되는 정부를 향한 국민들의 불신이 고조된 지금 시점에서 작품 속 허구는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영화적 만듦새나 던지는 화두의 찬반을 떠나 많은 사람들이 보고 함께 이야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판도라>의 개봉 다음날인 8일에는 자신만의 제작방식과 스타일로 이제는 장인의 반열에 들어선 김기덕 감독의 22번째 영화 <스톱>이 극장 개봉과 동시에 2차 판권 시장을 통해 공개된다.

작년 일본에서 촬영을 마치고 완성된 이 작품 역시 공교롭게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도쿄로 이사한 젊은 부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두 작품을 함께 연계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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