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블레어 위치
원제 Blair Witch
제작연도 2016년
감독 애덤 윈가드
출연 칼리 흐르난데스, 제임스 앨런 맥퀸, 코빈 리드
상영시간 89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 2016년 11월 23일
개인적으로는 흔치 않은 경험인데, 하나의 장르가 탄생하는 순간을 목격했다. 모큐멘터리 혹은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다. 그동안 이 코너에서도 이 장르의 영화 몇 편을 리뷰했다. 이 장르의 시조가 바로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1999)다. 다니엘 뮈릭과 에두아르도 산체스라는 두 젊은 감독의 작품인데, 선댄스에서 첫선을 보인 뒤 국내 개봉까지는 약간의 시차가 있었다. 장르의 다른 이름,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라는 이름에서 드러나듯 이 장르 영화들은 “누군가 찍고 남겨놓은 영상들을 편집해 만든 영화”라고 주장한다. 물론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가 처음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루게오 데오다토의 영화 <카니발 홀로코스트>(1980) 같은 영화는 영화에 나오는 아마존 원주민들의 식인 장면 등을 실종된 탐사단이 직접 찍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는 정말로 숲에서 실종된 사람들이 겪은 초자연적 현상을 담은 영화일까. 물론 뻥이다.
앞의 <카니발…>도 한국에서는 1995년쯤 뒤늦게 개봉했는데, <블레어 …>도 마찬가지다. 영리한 영화라는 ‘소문’에 잔뜩 기대를 했던 주변에서는 한국에서 막상 개봉하니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많았다. 까닭은 ‘가짜 다큐멘터리’라는 영화의 트릭이 다 알려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개인이 남긴 영상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영화 촬영에 필요한 지미집(크레인 카메라) 같은 다른 보조장비들은 있을 수도 없고, 대부분의 장면이 핸드헬드다. 그러다 보니 상영시간 내내 흔들리는 화면에 살짝 멀미를 느낀다는 관객도 있었다. 주인공들이 공포에 질려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말들을 콘트라스트가 뚜렷한 화면에서 잘 보이지 않는 자막에 의존해야 하는 것도 몰입에 방해가 되는 일이었을 것이다.
영화의 속편을 만들 때 가장 큰 난관은 바로 이 장르의 속성 때문이다. 전편을 둘러싼 소동을 아는 관객이라면 당연히 이게 진짜로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래도 멋진 이야기라면 짐짓 속아주는 셈치고 봐주는 것도 예의리라. <블레어 위치>의 이야기는 전편이 만들어진 20년 후의 이야기다. 1994년 실종한 헤더의 남동생은 20년이 지난 후, 자신의 누나가 실종된 숲속에서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비디오테이프 영상을 유튜브에서 본다. 영상 속 스쳐 지나가는 여성이 누나라고 직감한 남동생은 친구들과 팀을 만들어 다시 그 숲으로 향한다. 유튜브에 영상을 올린 남성과 그의 여자친구도 동행한다. 그리고 직면하게 되는 난관. 숲은 뭔가 시공간이 뒤틀려 있다. 헤매다 발견하게 되는 유뷰브 비디오 속의 집.
원래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에는 거의 망작인 속편이 있었다. 그건 깡그리 무시하고, <우드>라는 가제로 제작된 이 영화는 제목에서 ‘프로젝트’라는 단어를 떼고 <블레어 위치>로 개봉했다. ‘만들어진 전설’을 공식화하려는 시도다. 영화는 많은 고민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전편의 엔딩에서 지하실 구석에서 뒤돌아 우두커니 서 있는 마이크의 모습이 헤더의 카메라에 잡히는데, 그 이유는 속편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원초적 감정인 공포의 본질이 무엇인지 영화는 영리하게 캐치하고 있다. 17년의 기술 발전을 반영한 듯, 몰입을 방해하는 화면 흔들림이나 화질의 문제도 그리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럼에도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이게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인지 그리 무섭지는 않았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