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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혁명과 의회탄핵의 투 트랙

입력 2016.11.22 11:32

[비상식의 사회]시민혁명과 의회탄핵의 투 트랙

광장에서는 시민들이 평화적인 항쟁을 이어가고, 특검과 국정조사를 통해 대통령의 혐의사실이 추가로 폭로되는 과정에서 탄핵심의가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탄핵의 과정이 또 다른 민주주의 공론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어디서 무엇이 더 나올지 알 수 없다. 비상식의 무한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가장 큰 특징이다. 누가 어떤 상상을 하든 그것을 뛰어넘는다. 세상의 그 어떤 막장 드라마도 이보다 ‘허구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차라리 초현실적이라는 말이 정확할지도 모른다.

대통령의 대응 역시 마찬가지다. 1·2차 담화에서 대통령은 계속 거짓말을 했다. 1차에서는 최순실이 선의였고, 2차에선 대기업이 선의였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마치 공익단체나 되는 양 포장했다. 부분적으로 잘못을 인정했으나 정작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를 거부하고 나섰다. 압수수색에 이어 검찰 대면조사를 거부하거나 의도적으로 회피한다. 11·12 시민혁명으로 일컬어지는 100만 촛불행진도, 지지율 5%의 압박도 아무 소용이 없는 것 같다.

오히려 반격한다. 청와대발 “사퇴할 만큼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온국민의 항쟁을 인민재판으로 몰아붙이는 용맹함(?)을 보여준다. 어디서부터 이 정도로 도덕의 타락이 시작됐고, 어디서부터 이렇게 완벽하게 정의가 무너진 것일까.

‘100만 촛불’ 이후 하야보다 퇴진론 우세

지금 민주공화국은 일시적으로 붕괴되었다.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국가의 시스템을 송두리째 붕괴시켰다.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 참모, 관료, 공무원, 재벌들까지 사적 집단의 불법적인 이익을 위해 동원됐다. 그런데 책임을 지지 않는다. 정치적·도덕적으로 더 이상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한데도 오히려 헌법질서를 이야기하며 공세를 편다. 국가의 이익과 안전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한·일 군사협정이나 사드 배치를 밀어붙인다. 지금 상황에서 검찰 수사를 거부하고 엘시티 수사를 지시하거나 국무회의를 주재한다고 예고하는 것은 청와대 점거농성을 하는 것과 같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제 해결은 쉽지 않다.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자리를 물러나면 쉽게 해결될 일이지만, 버티고 있으면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곧 겨울이고 광장의 정치는 시스템의 권력과 달리 오래 버티기 어렵다. 우리 국민들의 평화적이고 위대한 국민항쟁에조차 귀기울이지 않는 대통령 아닌가.

지금 정치권을 비롯해 국민들 모두 몇 가지 해법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초기, 즉 10월 24일부터 100만 촛불집회 전날인 11월 11일까지는 ‘하야’가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거리의 정치가 가장 강력하게 응집되는 기간이었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즉각적인 하야를 요구했다. 소셜 빅데이터 상에서도 이 시기에 ‘하야’ 키워드는 ‘퇴진’이나 ‘탄핵’ 키워드를 압도했다.

11월 12일 100만 촛불집회 이후에는 하야보다 퇴진론이 대세가 됐다. 광장의 슬로건도 하야보다는 퇴진이 더 많이 보였다. 퇴진은 하야와 의미가 약간 다르다. 하야나 즉각 퇴진론은 국민들의 분노를 담기에는 좋은 슬로건이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렇게 되면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는 데다 두 달 안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 부담이 있다. 질서있는 퇴진론은 대통령이 정치적 퇴진을 선언하고, 여야가 합의한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를 선출하며, 새로 선출된 총리가 대통령의 하야와 새로운 대선 과정을 관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있다면 여야가 합의한 총리를 먼저 선출하고 대통령은 2선 후퇴를 하라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또 대통령 임기보장을 하자는 쪽과 여야 합의 총리가 대통령 퇴진을 관리하자는 주장으로 나뉜다. 한마디로 퇴진론의 스펙트럼은 꽤 넓다.

하야와 퇴진론의 공통점이 있다면 대통령이 ‘스스로’ 결단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시간이 흐를수록 뒤로 빠져 있던 정치권의 대응이 중요해진다. 현실적으로 대통령의 거취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대통령 자신의 ‘결단’과 의회의 ‘탄핵’ 두 가지밖에 없다.

그래서 탄핵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일단 야권은 탄핵에 대해서 부정적인 기류가 강한 편이다. 많은 국민들이 하야나 퇴진을 원하고 있는 데다 탄핵 과정이 길어서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지금 대통령이 수사를 거부하는 것도 검찰 공소장에 대통령의 혐의가 구체적으로 적시되는 것을 피해 탄핵 상황이 오더라도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별도 특검을 통해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데, 여기까지 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탄핵, 오히려 청와대가 선호할 수도

야권의 경우, 탄핵카드를 대통령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언젠가는 꺼내들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 숫자, 헌법재판관들의 보수성을 들어 탄핵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그것은 국민의 거대한 항쟁이 갖는 역동적인 힘을 고려하지 않은 계산서일 뿐이다.

머지않은 시간에 광장의 항쟁과 의회의 탄핵을 병행해야 할 순간이 올 수밖에 없다. 그것이 청와대가 원하는 것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결국 이 과정을 통해서만 대통령의 임기를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광장에서는 시민들이 평화적인 항쟁을 이어가고, 특검과 국정조사를 통해 대통령의 혐의사실이 추가로 폭로되는 과정에서 탄핵심의가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탄핵의 과정이 또 다른 민주주의 공론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지금 사상 초유의 슈퍼 게이트를 마주하고 있다. 무엇이든 정상적인 결정이 이뤄지지 않는 헌정사상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이번 게이트는 소셜 빅데이터 언급량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2014년 4월 17일, 즉 세월호 참사 이튿날 하루 언급량은 38만건 정도였다. 그런데 JTBC 특종보도 다음날인 10월 25일 하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언급량은 70만건에 육박했다. 이 정도 수치는 거의 모든 국민이 이 사건에 대해 강한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 국민들은 지금 분노와 수치심, 불안을 복합적으로 느끼고 있다. 밤잠을 설친다는 사람들도 많다. 강조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 권한을 내려놓고 질서있게 퇴진하는 것이 대통령 자신을 위해서나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나 가장 좋은 해법이다. 불가능하다면 정치권은 ‘탄핵’이라는 아주 뜨거운 감자를 요리할 수밖에 없다. 200명 이상의 국회의원이 탄핵소추 발의에 서명한다면 더 좋을 것이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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