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있다”는 5%… 역대 대통령 국정 지지율 중 최저 기록
매주 금요일마다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가 화제가 되고 있다. 11월 첫째 주의 정례 주간 여론조사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 긍정률이 5%로 추락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세운 6%의 국정지지율 기록을 단숨에 돌파했다.
6%는 쉽게 깨질 만한 기록이 아니었다. 미국 프로야구에서 시카고 컵스가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것과 마찬가지로 놀라운 기록이다. ‘염소의 저주’를 깨고 시카고 컵스가 소원을 이뤘다면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앞으로 언제 누가 이 저주의 기록을 깰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지율 5%에서 표본오차 ±3.1포인트를 감안한다면 5%라는 숫자조차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박 대통령의 5%나 김 전 대통령의 6%나 오십보백보다. 눈여겨 봐야 할 것은 ‘부정평가’다. 응답자의 5%가 박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해 ‘잘하고 있다’고 답한 반면, 89%가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긍정평가와 부정평가의 차이를 보면 무려 80%포인트대로 벌어졌다. 올해 중반에 긍정평가는 30%대를 유지했고, 부정평가는 50%대를 유지했다. 차이는 20%포인트대였다. 그러던 것이 9월 말 이후 최순실씨 국정농단 의혹이 하나둘 사실로 드러나면서 부정평가는 90%대에 육박했고, 긍정평가는 한 자리 숫자로 떨어진 것이다.
89%의 부정평가를 자세히 보면 서울지역이 94%로 가장 높았다. 호남의 93%보다 더 높은 수치다. 대구·경북은 82%로 가장 낮았다. 연령별로는 19세 포함 20대가 95%, 30대가 93%, 40대가 94%로 비슷했다. 반면 50대는 85%, 60대는 79%로 그나마 상대적으로 낮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념 성향별 부정평가다. 보수성향이라고 답한 응답자의 90%가 박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쯤이면 박 대통령은 우호세력으로부터도 사실상 ‘정치적 탄핵’ 선고를 받은 셈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6%의 불명예 국정지지율 기록을 세웠을 때 부정평가는 74%였다. 당시 20%가 의견을 유보했다. 이런 수치를 본다면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율과 김 전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에는 약간의 괴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박 대통령의 국정에 대해 5%의 긍정과 89%의 부정 사이에 ‘어느 쪽도 아니다’라는 응답자는 2%였고, 응답을 거절한 수치는 4%였다.
이렇게 본다면 외환위기가 닥쳐 정부의 무능력으로 국민들의 시름이 가득할 때보다 더 큰 불신이 엄습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신의 원인은 고스란히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볼 수 있다. 최순실씨가 국정을 농단하고 있음에도 이를 가능케 하는 시스템이 그대로 존재했다.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막기에만 급급했다.
89%의 분노를 대통령은 아직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불행은 여기에서 비롯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