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하나 구속한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어버린 식물 대통령에게는 국민 다수의 여론대로 하야가 가장 큰 징벌이겠으나 이 역시 그걸로 마무리될 일이 아니다. 여전히 공범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정말 몰랐을까? 새누리당은 최순실이란 비선실세의 존재를 정말 몰랐을까? 그녀가 막후에서 대통령을 움직이며 국정을 농단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새누리당은 정말 까맣게 모르고 있었을까? “우리는 영문도 모른 채 돌팔매를 맞았다”는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의 피해자 코스프레는 과연 진심일까? 그럴 리 없다. 드러난 정황이나 여러 증언들은 새누리당이 최순실을 몰랐을 리 없었음을 확연하게 보여준다. 정부 산하 기관장 자리 하나 얻어 보려고 이력서 들고 최순실에게 줄 댄 사람들이 즐비했다고 한다. 정유라가 다녔던 이화여대 보직교수들도 최순실 호통 한마디에 입학전형을 바꾸고 지도교수까지 갈아 치웠다. 이런 자들조차 최순실의 권세를 약삭빠르게 알아채고 처신했는데, 국정운영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새누리당 사람들이 최순실을 몰랐다는 말에는 도무지 믿을 만한 구석을 찾을 수가 없다.
“최순실을 몰랐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최측근이었던 전여옥씨는 이미 오래전부터 친박계 의원들이 최순실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미 한참 전에 박근혜 대통령과 멀어진 사람들은 이렇게 모두 최순실을 알고 있다고 증언하는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친박이니 최측근이니 자임하던 자들이 우리는 전혀 몰랐다고 발뺌해봐야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이다.
새누리당은 진작부터 최순실을 알고 있었음이 틀림없다. 다만 알고도 그저 모른 척했을 뿐이다. 아마 어떤 이들은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의 관계를 이용해 자기 이익을 챙기느라 혈안이 되어 흔쾌히 입 꾹 다물고 있었을 것이다. 또 다른 어떤 이들은 최순실의 권세를 의식해서 혹은 괜히 아는 척했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눈 밖에 날까봐 두려워 조용히 눈 감고 있었을 것이다. 협조를 했건 방조를 했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결국 새누리당은 최순실의 공범이다.
그럼 <조선일보>와 TV조선은 그동안 모르고 있었을까? 상상을 초월한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조선일보>와 TV조선은 과연 이제야 뒤늦게 알게 된 걸까? 그래서 누구보다도 열렬했던 박근혜 정권의 지지자에서 누구보다도 혹독한 박근혜 정권의 비판자로 급작스럽게 돌아서게 된 걸까? 그 역시 아니었던 것이 분명하다. <조선일보>와 TV조선 보도 내용 스스로가 이것을 말해주고 있다. 청와대 행정관들을 수족처럼 부리며 대통령이 입을 의상 제작을 진두지휘하던 최순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TV조선 특종 영상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눈썰미 좋은 시청자들은 이 영상 속에 또 다른 충격적인 사실이 숨겨져 있었음을 알아챘다. 화면 상단에 표기된 촬영 일자는 무려 2년 전인 2014년 11월이었다. 게다가 이 영상은 카메라 앵글의 각도나 화면의 움직임을 볼 때 고정된 CCTV로 저절로 녹화된 것이 아니라 누군가 의도적으로 촬영한 것이다. 즉 <조선일보>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이미 오래전부터 최순실의 존재와 영향력을 인지하고 증거 영상까지 확보해 놓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 영상이 TV조선 측에서 직접 촬영한 것이 아니라 다른 경로를 통해 최근에 입수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정황이 있다. 최순실의 흔적을 찾아 나선 다른 언론사 기자들에 따르면 취재를 가는 곳마다 이미 한참 전에 <조선일보> 기자들이 먼저 다녀갔음을 확인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최순실 태블릿 PC 속을 뒤지며 하루하루 특종을 발굴하는 JTBC 보도와 달리 TV조선의 특종은 최순실 동영상, 최순실 자필 메모 등 오래전부터 차곡차곡 모아둔 증거자료들을 하나씩 공개하는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것만 봐도 <조선일보>와 TV조선은 언젠가 써먹을 날을 대비해 취재자료들을 비축해 놓은 채 보도하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도 <조선일보>와 TV조선은 그동안 침묵했다. 아마 그들은 최대한 오랫동안 박근혜 정권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러다가 결국 박근혜 정권이 회생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판단된 순간 마침내 그동안 쌓아두었던 최순실 관련 자료들을 특종이라며 격앙된 목소리로 보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순실이 국정을 쥐락펴락하던 그 긴 시간 동안 언론이 마땅히 해야 할 기본적 역할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었으니 <조선일보>와 TV조선도 공범이긴 마찬가지다.
공범 사실 은폐한 채 오히려 더 활개
최순실 하나 구속한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버린 식물 대통령에게는 국민 다수의 여론대로 하야가 가장 큰 징벌이겠으나 이 역시 그걸로 마무리될 일이 아니다. 여전히 공범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 공범들은 최순실 일가나 무기력한 대통령 개인보다 훨씬 더 크고 공고한 세력이다. 게다가 그들은 이 경악할 사태 속에서도 처벌받을 염려가 없다. 심지어 그들은 자신이 공범이라는 사실을 은폐한 채 이 어지러운 정국에서 오히려 더 활개를 치고 나선다.
새누리당은 거국중립내각 구성이라는 보호막을 펼치고 그 속에 들어가 여전히 국정운영의 중심 자리를 놓지 않을 작정이다. 최순실을 몰랐다는 친박의 발뺌이나, 그런 친박에게 당 지도부에서 전원 사퇴하라는 비박의 압력이나 이미 효용가치가 떨어진 박근혜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끊고 정치권력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계산의 결과임은 매한가지다. 이렇게 공범은 분주히 제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 <조선일보>와 TV조선에게도 박근혜 대통령이란 어차피 곧 버릴 카드였다. 그리고 최순실은 그 시기를 좀 더 일찍 앞당겨 준 계기에 불과했다. 그들이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을 준엄하게 꾸짖는 것도 다음 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포석에 불과하다. 박근혜 정권의 탄생을 위해 많은 공을 들였고, 그것도 모자라 실패를 거듭했던 박근혜 정권을 변호하는 데 또 많이 애썼던 스스로의 과거에 대한 통렬한 반성 한마디 없이 말이다. 화제가 되었던 <조선일보>의 사설 ‘부끄럽다’조차도 부끄러움의 주체는 자신들의 과거가 아니라 어이없게도 대한민국 국민이었다. 이렇게 공범은 신속하게 자신들의 새로운 안식처를 설계하고 있다. 박근혜가 최순실의 아바타였다면, 최순실은 이들 공범의 아바타인 셈이다. 그러니 최순실과 박근혜에게 격분하느라 자칫 이들 공범을 놓치는 우를 범한다면 우리 역시 또 다른 공범이 될 것이다. 공범의 위험은 도처에 널려 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IT디자인융합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