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모니터단 “여당 보이콧 무책임 통탄… 거대야당은 반민생 무능력”
20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는 ‘주파야감(주간 파행 야간 국감)’이라는 치욕적인 평가를 받았다. 협치를 내세우며 민생 관련 정책국감을 이끌겠다던 여야의 다짐은 논점을 벗어나며 틈만 나면 옆길로 새버린 진행 속에 증발해 버렸다. 국감 시작부터 파행의 ‘원죄’를 안고 있는 새누리당은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의혹을 비롯한 최순실씨 등 측근 개입 의혹에 방어막을 펼치는 일관된 태도로 파행을 조장했다. 이에 맞서 권력형 비리를 파헤치겠다고 나선 야당 역시 정책국감에는 소홀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국감이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국감을 통한 손익을 저울질해본 각 당은 국감이 마무리된 이후 정국을 주도할 방안을 찾는 데 골몰하고 있다.
올해 국감은 중간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전국 각 분야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은 “2016년 국정감사 중간성적은 F학점”이라며 “모니터를 시행한 18년 만에 초유의 사태”라고 비판했다. 국감모니터단이 펴낸 국감 중간평가 보고서는 여당에 대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야당 주도로 통과된 데 반발해 국회를 보이콧한 것을 두고 “헌법상 책무인 국감을 보이콧한 여당의 반의회, 반민주, 무책임을 통탄한다”고 밝혔다. 야당에 대해서도 “지진, 물난리, 총파업 앞에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몰입해 정작 민생·정책은 뒷전”이었다며 “거대야당의 반민생, 반민주, 무능력”을 비판했다.
10월 4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법사위원장인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이석우 기자
국감기간 늘려줘도 서둘러서 마감
국감모니터단이 이번 국감을 낙제점으로 평가한 것은 파행이 이어진 것 때문만은 아니다. 파행으로 예정된 일정이 어그러졌음에도 국정감사법에 보장된 30일을 채워 보다 충실하게 국감을 진행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거부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국감모니터단은 “국감을 20일로 줄여 하는 것도 모자라 10월 19일까지 기간을 늘려줘도 서둘러 국감을 마감”하는 데 대해 “국감 기간 연장을 통한 보충 국감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국감모니터단의 지적처럼 짧은 기간에 압축적으로 진행되는 국감은 정부기관의 실책과 해이를 지적하며 견제하는 필수적 역할은 빠지고 일회성 이슈에 휘둘리기 쉬운 단점이 있다. 특히 올해 국감처럼 여야의 대치상황이 고조돼 각 상임위마다 파행이 반복된 경우 이러한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지난 10월 6일 서울시교육청 국감에서 이은재 새누리당 의원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MS사의 MS오피스 프로그램을 왜 수의계약으로 구매했느냐”며 황당한 질의를 해 논란을 일으킨 일이 대표적이다. 국방위원회 국감에서도 백승주 새누리당 의원이 방송인 김제동씨가 한 방송에서 “영창을 다녀왔다”고 한 말이 거짓이라며 증인 출석을 요구해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켰다. 사드 배치 등 중대한 사안 대신 사소한 진실 검증을 둘러싼 논란이 논점을 흐려버린 셈이다.
야당은 이번 국감이 여당의 파행과 ‘증인 방탄 국감’으로 최악의 평가를 받았지만, 국감이 파행된 데 따른 비판을 여야가 똑같이 받고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찾고 있다. 각 상임위마다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 관련 진상을 파악하려는 노력은 이어졌지만 최씨와 차은택 감독을 증인으로 세우지 못하는 등 주목도가 높은 결과를 얻지 못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더민주의 한 중진 의원은 “마지막 운영위 국감에서 우병우 수석과 최순실씨를 증인으로 세우려는 게 현 실세를 국회로 끌어오는 의미가 있는 건데, (국감 출석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워도 현 정권 말기에 끝까지 물고늘어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10월 6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중 최순실씨와 차은택 감독 증인채택에 반대하며 여당 의원들이 자리를 비워 국감이 파행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 ‘증인 방탄 국감’으로 최악 평가
국감의 본질과는 무관한 일회성 이슈에, 정권 차원의 의혹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이 이어져 부각되지 못한 측면이 있지만 올해 국감에서 정책과 민생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지적에 억울함을 표하는 의원들도 적지 않다. 행정부에 대한 견제라는 역할을 다하는 것이 국감의 본연이라고 볼 때, 파행 자체는 피하기 힘든 문제였으나 주어진 조건에서는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위 소속인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등의 문제는 정부가 잘했냐 잘못했냐를 떠나 당장 시급하게 대처해야 할 문제라 여당 의원이지만 관계부처와 기관이 해결할 방법이 있는지 집요하게 물었다”고 말했다. 더민주의 한 의원도 “우 수석을 비롯해 지도층의 비리나 탈세 등을 캐묻는 건 무엇보다 국민들이 가장 원하는 공정한 정책 집행을 위한 국회의 임무”라고 밝혔다.
국감의 마지막 대형 이슈는 10월 21일의 운영위원회 국감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증인으로 출석할지 여부다. 우 수석의 출석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야당과는 달리 청와대와 여당은 우 수석의 국감 불참을 못박고 있다. 출석하든 안 하든 논란은 국감 이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 안에서는 ‘방탄 국감’에는 성공했지만 이정현 대표가 단식까지 하며 요구했던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과나 사퇴도 없었던 데다, 국감 파행의 주범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단식으로 시간을 끄는 동안 야당이 화력을 모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 면도 있다”며 “일단 국감 중에는 친박이냐 비박이냐를 따지지 않고 야당의 공격에 맞서지만, 야당이 이 문제를 국감 끝난 뒤에도 끌고 간다면 (새누리)당 내부에서 이전보다 한 발 물러서서 지켜볼 의원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국감 이후에도 계속될 공방에 대비하고 있다. 우 수석 거취문제와 함께 정권의 배후실세로 지목받고 있는 최순실씨를 둘러싼 의혹도 야3당이 특검 도입을 주장하며 국감 이후까지 집중할 중대 이슈다. 이에 따라 법제사법위원회가 국감 이후 여야의 치열한 격전이 펼쳐질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 백남기 농민 특검법을 제출한 야 3당에서는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이 “또 한 번 특검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것처럼 추가로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도 특검을 통해 조사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르재단 상설특검안 역시 제출되면 법사위를 거쳐야 한다.
법사위는 특검안 외에도 쟁점마다 여야가 맞부딪치게 될 곳이다. 여야는 20대 원구성 협상에서 야당에 국회의장과 예결위원장 자리를 넘기는 대신 법사위원장 자리는 여당에 할당했다. 법사위원장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검사 출신으로, 그동안 열린 청문회에서 정부와 여당의 입장을 잘 방어해내는 역할을 해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0대 국회 개원 이후 정세균 국회의장이 야당 출신 의장의 역할을 톡톡히 해온 만큼 앞으로의 격전장인 법사위가 여당 위원장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라 야당 입장에서는 상대하기가 쉽지 않다. 반면 여당 입장에서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여당은 국감을 보이콧하면서까지 국회의장의 중립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국회법을 개정하자고 요구한 바 있다. 야당 역시 국감을 통해 국회법 개정안 필요성을 지적했다. 야당은 최근 미르·K스포츠재단 증인 채택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안건조정절차를 내세워 주요 증인의 출석을 막은 것을 두고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교육문화위 더민주 간사인 노웅래 의원은 “안건조정절차는 쟁점 안건을 날치기하지 못하도록 생긴 절차인데, 증인 채택을 막는 데 쓰여 부정적인 선례를 남겼다”고 말했다. 여야 모두 국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같지만 양쪽이 개정을 요구하는 방향이 달라 이 문제를 놓고도 국감 이후 법사위에서 한바탕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법 개정 논쟁에서도 중심인물이 된 정세균 의장은 내년도 예산안 심사 국면에서도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누리과정 예산을 비롯해 법인세 정상화와 소득세 인상 등 여야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현안을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 주제가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함께 처리될 법안으로 지정되면 여당은 다시 한 번 정 의장의 중립성에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더 확대될 경우 국회를 넘어 청와대까지 예산안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여야의 공방은 더욱 치열하게 이어질 수도 있다.
우병우 증인 출석 여부가 마지막 이슈
이미 제출된 고 백남기 농민 특검안 처리도 국감 이후 바로 이어진다. 야 3당이 추진한 백남기 상설특검안은 2014년 상설특검제 도입 후 첫 사례가 돼 올해 국감의 몇 안 되는 성과 중 하나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특검안을 국회에서 처리하는 절차를 두고는 여야의 법 해석이 달라 또 다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본회의에서 바로 의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여당은 법사위를 거친 후 본회의에서 의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를 결정하기 전 국회 비준을 받아야 하는지의 논란도 국감 이후 더 뜨거워질 주제 중 하나다. 국감 기간 중 최종 결정지가 경북 성주의 롯데골프장으로 확정되면서 야권은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국민의당이 사드 배치 반대입장을 유지하며 국회 비준을 요구하는 상태이고,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도 “1000억~15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이 들어가는 사업을 국회 심사 없이 진행할 수 없다”며 더민주 역시 사드 배치 찬반과 무관하게 국회 비준은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입장을 밝혔다.
국감에서 민생과 정책이 실종됐다는 비판여론을 의식한 듯 여야의 입법 대결도 국감 이후 즉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31개, 더민주 76개로 발표한 중점 법안들이 법안 대결의 중심에 있다. 새누리당은 경제활성화를 위한다는 목적으로 그동안 꾸준히 발의돼온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노동개혁 4대법안, 청년기본법, 사이버테러방지법 등을 중점 법안에 포함시켰다. 더민주는 경제민주화·경제살리기 부문에 상법개정안과 법인세율 인상안,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담고, 주택임대차 보호법과 세월호 특별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및 운영법 등을 제시했다. 이들 법안은 이르면 10월 안에 상임위 별로 법안 심사에 들어가게 될 예정이다. 그러나 법인세 인상 등 가장 첨예한 대립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법 외에도 고위공직자수사처 설치나 세월호 특별법 등 파급범위가 큰 내용일수록 여야의 대립이 계속돼 국회 통과 전망은 불투명할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