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보는 정치-1/3 이상]국회 안건조정 절차 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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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보는 정치-1/3 이상]국회 안건조정 절차 요건

입력 2016.10.11 16:54

90일 동안 심사 거쳐야… ‘동물국회’ 피하려다 ‘식물국회’ 전락 우려

국회 ‘선진화법’이 여소야대 국면에서 새누리당에 유용한 무기가 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선진화법의 안건조정 절차를 이용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증인 채택을 결국 무산시켰다. 당초 야당은 미르재단 의혹의 핵심 인물인 최순실씨, 차은택 CF감독,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의 증인 채택을 요구했다. 13일과 14일 문화체육관광부·교육부 확인 국감에 증인을 부르려면 6일과 7일 국회 교문위에서 증인 채택을 의결해야 했다. 일주일 전까지 출석요구서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국회법(일명 선진화법) 제57조에 따른 안건조정 절차를 신청함에 따라 증인 채택은 90일 동안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일주일 뒤 국감이 끝나기 때문에 사실상 국감 증인 채택이 무산된 것이다.

국회법 제57조는 ‘위원회는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을 심사하기 위하여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로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해당 안건을 제58조 제1항에 따른 대체토론이 끝난 후 조정위원회에 회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명 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의 한 조항이다. 조정위원회의 활동기한은 그 구성일로부터 90일이다. 단 여기에는 예산안, 기금운용계획안, 임대형 민자사업 한도액안 및 체계·자구심사를 위하여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법률안은 제외하도록 돼 있다.

국회는 원래 과반이 절대적인 힘을 가졌다. 몇몇 중요한 의결을 빼고는 대부분의 의결이 과반이었다. 과반 의석을 확보한 제1당이 의결을 무리하게 밀어붙임으로써 몸싸움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소수당이 결국 몸으로 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몸싸움 국회에 대해 ‘동물국회’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런 폐단을 없애기 위해 만든 것이 선진화법이었다. 3분의 1 이상의 요구로 90일 동안의 안건조정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됨에 따라 몸싸움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3분의 1 이상을 확보한 소수당도 몸을 쓸 필요도 없이 당당하게 안건조정 절차를 밟을 수 있는 큰 힘을 갖게 된 것이다.

이미 새누리당은 지난 9월 세월호 특조위 활동기한 연장에 대해서도 안건조정 카드를 활용했다. 앞으로 야3당이 제출한 백남기 특검안에 대해서도 안건조정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동물국회’를 피하려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식물국회’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6일 국회 교문위처럼 소수 여당이 3분의 1 이상이라는 선진화법의 위력을 정권 차원의 의혹이 일고 있는 미르재단 문제를 덮는 데 쓰고 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3분의 1 이상의 소수당이 정당한 사유가 아닌 정치적 이유로 위원회를 무력화시킬 경우 아무런 방법이 없게 된다. 안건조정제도가 소수 여당에 ‘전가의 보도’가 된 것이다.

사소한 일에 화를 내는 일을 두고 견문발검(見蚊拔劍)이라고 한다. 모기를 보고 칼을 빼내 든다는 뜻이다. 이 말은 작은 일에 큰 대책을 쓰는 경우를 말하기도 한다. 국회의원 3분의 1 이상은 정말 큰 비중이 있는 숫자다. 국회 선진화를 위해 만든 이런 3분의 1 이상의 요건을 고작 증인 채택 방해에 쓴다면 견문발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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