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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 초과이윤 시민에게 돌려줘야

입력 2016.08.29 18:33

수정 2016.08.30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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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식의 사회]전기료 초과이윤 시민에게 돌려줘야

기후불의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정부의 강력한 개입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사회가 지혜롭게 시장에 개입하여 시장 메커니즘을 규제할 수 있다면 효과적인 방식으로 중산층을 확대시킴으로써 불평등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

무더위가 오랫동안 기승을 부렸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5월 23일 이후 8월 15일까지 온열질환자가 1800명이며, 사망하신 분들도 14명이나 된다고 한다. 정확한 통계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온열질환자나 더위로 사망하신 분들의 소득분위 혹은 사회·경제적 지위는 대체로 그리 높지 않다.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여력이 안 되는 분들이 주로 피해를 본 것이다. 기후변화가 본격화되면서 폭염은 단순한 자연재해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사회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불평등의 구조를 따라 기후변화 피해가 가중되는 것이다. 이러한 연관성을 포착하여 등장한 용어가 ‘기후불의’(climate injustice)이다. 사회적 불평등이 기후변화 취약성을 확대·재생산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본질상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부를 소수가 독점하게 되어 있는 사회이므로 불평등한 사회가 되는 것이 필연적이다. 칼 마르크스와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헨리 조지는 자본주의에서 ‘지대’(rent)를 강탈하는 지주(地主)에 주목하고, 단일토지세를 통해 지주들이 얻는 이익을 사회에 환수하자는 제안을 한 바가 있다. 20세기가 되자 지대 개념은 초과이윤이라는 개념으로 바뀌었다. 초과이윤은 시장 지배력이나 정치력 때문에 발생한다. 문제는 이 초과이윤이 자본주의를 ‘카지노 자본주의’로 만들고 있으며, 지대추구 행위를 통해 사회적 불평등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초과이윤은 돈을 아래에서 위로 재분배한다. 심지어 경제에 아무런 가치를 더하지 못하는 정도를 넘어 자원 분배를 왜곡하고 경제를 허약하게 만든다”고 했다. 그렇다면 지대추구적 자본주의 사회에서 만들어진 사회적 불평등을 어떻게 완화시키고 기후불의의 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시민배당으로 돌리면 사회 불평등 완화
피터 반스는 <시민배당>이라는 책에서, 초과이윤을 통해 착취된 부분을 시민배당으로 다시 돌리는 방법으로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시키고 기후불의(그가 직접 이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문제 해결에도 기여하자고 주장한다. 그의 핵심적인 주장은 공유재 이용에 따른 초과이윤을 시민에게 배당 형태로 되돌려주자는 것이다. 공유재는 공기, 지하수, 주파수, 금융기반시설 등등을 포함한다. 부자들이 부유해진 것은 부를 창출해서라기보다는 공유재에서 정당한 몫보다 훨씬 많은 부분을 가로챘기 때문이다. 해결책은 공유재의 혜택을 골고루 나누는 것이다. 다시 말해 비노동 소득을 보편적으로 배당하자는 것이다. 기후불의와 관련하여 피터 반스는 배출총량규제·배당제에 주목한다. 이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탄소배출권거래제라고 알고 있는 배출총량규제·무상제공방식과 다르다.

일반적인 탄소배출권거래제 하에서는 탄소 배출권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상쇄권도 허용한다. 즉 온실가스 배출자는 오염을 계속하고 있으면서도 상쇄권을 구매했다는 것으로도 온실가스 감축성과를 거뒀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배출총량규제·배당제는 제품 생산 전에 배출권을 경매에 부치고, 상쇄권을 허락하지 않으며, 모든 수입을 모두에게 공평하게 배분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에서 핵심은 철학이다. 대기는 모두의 것이기 때문에 ‘모두에게서 대기사용량에 따라 거두어들이고 모두에게 동등한 지분에 맞게 돌려준다’는 것이다. 이 시스템에서는 탄소, 즉 공기 가격이 올라가면 모두가 돌려받는 돈도 저절로 늘어난다. 아끼면 이득을 보고 낭비하면 손해를 보는 구조다. 실제로 2009년 미국 의회에서 공화당 상원의원이었던 마리아 캔트웰(Maria Cantwell)과 수전 콜린스(Susan Collins)가 배출총량규제·배당제와 유사한 내용을 담은 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에서 지지를 받지 못해 폐기되고 말았다.

풍력을 이용한 이윤 도민에게 나눠줘야
그러나 공유재 혜택의 공평한 시민 배당이라는 공유의 철학은 미약하지만 차츰 현실화되고 있다. 알래스카주의 영구기금과 시민배당은 이미 상당 기간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기본소득의 한 형태로 알려져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도 흥미로운 사례가 있었다. 캘리포니아주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2013년에 배출권거래제를 실시하였다. 배출권 가운데 일부가 경매되고 대부분은 공해유발자들에게 무상으로 주어졌으며, 상쇄권도 있었다. 그런데 배출권 무상 배분을 책임진 캘리포니아주 대기자원위원회(CARB)에 대해 캘리포니아주 공공시설위원회(CPUC)가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CARB가 전력회사에 무상으로 제공한 배출권의 가치가 전력회사의 것이 아니라 캘리포니아주 주민들에게 속한다고 결정을 한 것이다. 그래서 전력회사들이 받은 배출권을 판매하고 대가를 100% 고객에게 돌려주라고 명령을 하였다. 게다가 주민들에게 동일한 ‘기후배당’을 지급하라고 하였다. 이것은 대기라는 공유재의 권리가 주민들에게 있다는 철학을 명확하게 밝혔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사례다. 제주도에서도 제주의 공유자원인 바람을 이용한 초과이윤을 도민들에게 나눠주자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제주의 특수한 상황으로 풍력전기 매입가격이 높게 매겨져 도외 기업인 풍력발전사업자들이 초과이윤을 얻었는데, 바람의 주인인 제주도민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관련한 법안(풍력자원개발대금 부과 및 신재생에너지관리 특별회계 설치에 대한 제주특별법 개정안)도 2012년에 발의됐지만 산업계와 관계부처의 반발로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기후불의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정부의 강력한 개입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사회가 지혜롭게 시장에 개입하여 시장 메커니즘을 규제할 수 있다면 효과적인 방식으로 중산층을 확대시킴으로써 불평등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 물론 시민배당 시스템만이 해결책은 아니다. 다양한 방안이 나올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대증요법이나 정치적 미사여구로 어찌해볼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는 사실이다.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 정치인들은 상황의 시급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지난 7월 30일 쪽방촌을 방문하고 폭염대책이 잘 작동하는지 점검했다. 그러나 총리가 한 말들은 매우 피상적이었고, 일시적인 립서비스에 그쳤다. 가정용 전기에 대한 누진제 문제를 해결한다면서 임시로 요금을 인하해주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복마전처럼 얽힌 전기요금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혁하여 초과이윤을 한전이 독식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혁이 없는 한 기후불의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으며, 심각한 사회·자연적 재앙이 우리를 덮칠 것이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이상헌 한신대 교수·녹색전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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