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하이든
사샤 아랑고 지음·김진아 옮김 북폴리오·1만3000원
제목을 보고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떠올렸다. ‘다정한 남편, 사려 깊은 친구, 그리고 무자비한 살인자’라는 카피를 보고는 확신했다. 독일의 유명 시나리오 작가 사샤 아랑고의 소설 데뷔작인 <미스터 하이든>은 베스트셀러 작가의 비밀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비밀이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비밀은 단 한 번도 소설을 쓴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부인 마르타가 매일 소설을 쓰고, 하이든은 작가 행세를 하며 사인회에 나가 사람들을 만난다. 소설을 발표할 생각도, 작가로 유명해질 생각도 전혀 없는 마르타이기에 그들의 역할 분담은 일종의 묵약이다. ‘그 무엇도 그에게서 나온 것은 없었’지만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다. 하이든의 담당 편집자이자 애인인 베티가 임신을 했다. 마르타와 헤어진다는 것은, 소설가로서의 인생을 끝낸다는 것이다. 하이든은 베티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생긴다. 베티의 차를 벼랑으로 밀어버렸지만, 차에 타고 있던 여인은 베티가 아니라 마르타였다. 지금까지의 인생이 리셋된 것이다.
처음에는 헨리 하이든이 일종의 이중인격이라고 생각했다. 아내의 침묵을 바탕으로 유명인 행세를 하면서 적당히 여자도 만나고 인생을 즐기는 남자. 아내에게는 다정하고 부드럽지만 내면에는 냉혹하고 폭력적인 본성이 숨어 있는 남자. 잔인하고 천인공노할 사이코패스로서 하이든이 언제 드러날 것인지 기다리며 계속 읽었다. 그런데 묘했다. 하이든은 거짓말과 연기를 잘 하고, 살인도 별 죄책감 없이 할 수 있는 인간이다. 하지만 단지 그것뿐이 아니다. 그에게는 너무나도 다양한 면모가 있다. 동구에서 온 생선가게 주인 오브라딘과 격의 없이 친구로 지내며 대가 없이 돈도 빌려준다. 선심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를 생각해서다. 마르타에 대해서도, 단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잘 해주는 것만이 아니다. 정말로 그녀를 아끼고 사랑한다.
헨리 하이든이 거짓말로 성채를 쌓은 인물인 것은 맞다. 파시는 보육원에서 하이든을 만났고, 무자비하게 폭행당했다. 아버지의 죽음과 어머니의 실종에도 의문이 있다. 작가로 데뷔하기 전 15년간의 행적은 누구도 알지 못한다. 하이든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별다른 죄책감 없이 범죄를 저지른다. 소시오패스의 전형이다. 하지만 하이든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자신이 버러지 같다고, 썩을 놈이라고 자조하기도 한다. 우월감에 도취되지도 않고, 자만하지도 않는다. 하이든은 어떻게 현재의 자신이 만들어졌는지 잘 알고 있다.
<미스터 하이든>의 매력은 다채로운 캐릭터다. 각각의 인물들은 지독한 악인이나 선인이 아니라 하이든과 마찬가지로 한 가지 색이 아닌 다양한 색으로 구성되어 있다. 파시는 하이든이 악인인 것을 폭로하고 증명하기를 원했다. 유년의 폭력을 떠올릴 때마다 지금의 하이든은 거짓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하이든과 얽히면서 파시의 생각은 달라진다. 어쩌면 하이든은 이미 마르타를 만났을 때 구원을 받은 것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초월한 채 글을 쓰고, 하이든을 남편으로 맞이했던 마르타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결국 하이든이 자신의 어둠에 다시 넘어갈 것이라는 결말도. 그러나 ‘어떻게 끝날지 알겠어?’라는 마르타의 말처럼, 하이든이 어떤 인생을 살아갈 것인지는 결코 알 수 없다. 인간은 다채롭다. 하나의 결말만을 예상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하다.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