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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의 눈]외부세력론이라는 프레임

입력 2016.08.02 11:30

[유창선의 눈]외부세력론이라는 프레임

사드 배치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느닷없는 외부세력 개입 주장이 등장했다. 성주 집회에서의 외부세력에 대해 경찰청장은 이렇게 정의 내렸다. “성주 출신이고 초·중·고등학교를 성주에서 나왔더라도 (외지로) 간 사람은 현재 성주군민으로 보기 어렵지 않겠느냐.” 주민등록이 성주군이 아닌 사람은 모두 외부세력이라는 얘기이다. 성주에서 자랐지만 다른 곳에 살다가 고향에 사는 가족이 걱정되어 찾아온 자식도 ‘외부세력’이 되는 것이고, 그가 집회에라도 참석하면 ‘개입’이 되는 셈이다. 세상의 상식에 맞지 않는 궤변이다. 더구나 대통령까지 나서서 “불순세력이 가담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을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며 그러한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그래서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고 했지만, 그 이후 특별한 소식이 전해지는 것은 없다. 집회에 참석한 외부 인사가 거의 없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다른 지역 집회에 참석하거나 구경하면 처벌한다는 어떤 법률도 대한민국에는 없기 때문이다.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제21조 1항은 주민등록지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도 외부세력론은 어느 정도의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일시적이나마 쟁점은 사드의 위험성이 아니라 외부세력이 있었느냐로 옮겨졌고, 서울로 상경하여 집회를 가진 성주군민들은 지레 외부세력의 참여를 차단한 채 자신들끼리 구호를 외쳤다. 조지 레이코프의 얘기처럼,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외치니까 사람들이 코끼리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

물론 애당초 그 프레임 자체가 허구였음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그렇다면 외부세력의 개입이 없었음을 애써 해명할 것이 아니라, 사드 배치는 성주만이 아닌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이고, 따라서 국민 모두는 외부세력이 아닌 당사자임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전자파의 유해성 여부야 성주 지역에 국한되는 문제일 수 있겠지만, 사드 배치로 인한 군사적 위험의 증대, 국익의 훼손 같은 문제들은 우리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외부세력론은 같은 사회의 구성원들이 어려움에 처해도 눈길조차 주지 말고 살아갈 것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공동체의 존재 이유를 근본부터 부정하는 논리이다. 함께 살아가야 할 사회 구성원들을 분리시키고, 우리 모두를 사회 속의 타자로 만들려 한다. 마이클 샌델은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우리는 자신의 선택과 상관없이 도덕적으로 한데 묶여 있고, 우리를 도덕적 행위자로 만드는 서사에 연관되어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서로에 대해 갖는 책임의 윤리를 말하는 것이다. 그 윤리를 지키지 못했을 때 괴로워하는 것이 인간의 양심이다. 아우슈비츠 이후에 프리모 레비가 “최악의 사람들, 이기주의자들이 살아남은 것”이라 하고, 칼 야스퍼스가 “내가 있는 곳에서 불법과 범죄가 자행되고 다른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 나는 살아남았다면, 살아있는 것이 나의 죄”라며 ‘살아남은 자의 죄의식’을 말했던 것도 그 책임의 윤리를 다하지 못한 데 대한 부끄러움이었다.

그러나 이 땅의 외부세력론은 그 같은 양심의 포기를 강요한다. 로마 시인 테렌티우스의 말이다. “나는 인간이라네, 그리고 난 인간적인 것들 중 나와 상관없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하네.” 그래서 성주의 사드는 우리 모두의 문제다. 성주와 사드에 외부세력이란 없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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