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흠의 눈]소설, 비즈니스 클래스 탑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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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흠의 눈]소설, 비즈니스 클래스 탑승기

입력 2016.07.18 15:16

[백가흠의 눈]소설, 비즈니스 클래스 탑승기

소설가 S는 처음으로 비즈니스 클래스를 탔다.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아테네가 최종 목적지였다. 항공 마일리지라는 것이 막상 사용해 보니 제법 쏠쏠했다. 잊고 부었던 적금 만기 같았다. 소설가라는 직업이 원래 놀아도 일인지라 여행의 목적은 말로는 항상 거창했다. 그는 조금 들떠 있었는데, 말로만 들었던 비즈니스 클래스를 경험해볼 참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글을 흘깃거리거나 주변인들이 말하는 것을 듣고 기대감은 점점 커졌다. 그는 자신이 타고 가는 비행기 가격을 알고 깜짝 놀랐다. 자중하려던 기대감은 그리하여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올랐다.

그는 시간에 쫓기면서도 공항 비즈니스라운지에 들러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생맥주도 한 잔 하면서 여유를 만끽했다. 모든 시설이 공짜라는 말에 집에서 나오며 샤워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비행기 타기 전에 씻고 싶다는 이상한 생각까지 들었다. 그는 내심 더 일찍 집에서 나올 것을 하고 후회했다. 라운지에서 시간을 보내느라 막상 탑승시간에 쫓겨 그는 정신없이 발을 떼었다. 비행기는 2층으로 되어 있었는데, 그게 참 신기했다. 그는 갑자기 모든 게 생소해서 긴장되었다. 비행기를 제주도 갈 때도 타 보고 부산 갈 때도 타 보고 외국에도 몇 번 다녀온 적이 있어서 익숙했지만, 2층 좌석의 비즈니스 클래스는 참 낯설었다. 개인좌석이 넓은 것도 그렇고 널찍한 공간에 사람들이 몇 명 없는데 승무원들이 많은 것도 그랬다. 그는 좀 부자연스러웠고, 뭔가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어려운 자리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그저 자격지심이겠거니 스스로를 다독였다. 곧 승무원이 와서 무릎을 꿇고 친절하게 인사를 했다.

그녀의 미소는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그런데 승무원이 무릎을 꿇고 인사하고 식사 주문을 받는 그 시간이 그는 아주 길고 어렵게 느껴졌다. 괜히 옆 사람을 흘깃거리며 당황한 자신이 좀 촌스러운 건가 조바심마저 일었다. 통로를 사이에 두고 앉은 남자는 샴페인을 마시며 여유롭게 승무원에게 이것저것을 계속 주문했는데, 그게 그렇게 부럽거나 편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자신이 불편함을 겪는 게 당연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기대했던 식사시간이 되었을 때 그는 처음으로 비즈니스 클래스에 탄 것을 후회했다. 음식이야 평소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맛보는 것보다도 훌륭했으나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근사한 유리잔에 음료를 담아 마시고 식기에 서빙을 받아 나이프나 포크를 두 개씩 사용하며 음식을 먹는 일이 그리 우아하게 느껴지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자꾸 뭔가 신경 쓰이고 불편했다. 솔직히 그 풍경은 좀 우스꽝스러웠다.

그가 유일하게 승무원에게 말을 건 순간은 누군가 사용한 잔에 음료를 따라줘서 바꿔달라고 한 것이었다. 그것도 누군가 알아서 승무원이 난처해질까 그는 아주 작은 소리로 말했다. 동행도 없는 아래층의 이코노미 클래스가 괜스레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한잠 자는 사이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비행기는 내렸고, 그는 아테네로 향하는 비행기로 환승했다. 독일 국적 항공이었고 역시 비즈니스 클래스였는데, 한국 항공사에 비해 서비스는 초라했다. 승무원은 말할 때마다 무릎도 꿇지 않았고 유리로 된 근사한 와인잔이나 식기를 사용하지도 않았다. 비즈니스석에 사람이 적으니 승무원 한 명이 모두를 서브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는 마음이 한결 편안했다. 그 편안함의 정체에 대해 그는 아테네 도시의 야경이 눈에 들어올 때까지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곰곰 생각했다.

<백가흠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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