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세대 당선자 3명 불과… 청년들 ‘분노의 투표’ 불구 청년실업 문제 해법 난감
“20대 국회는 청년들의 무덤이 될 가능성이 높아요.”
문정은 전 정의당 부대표(30)는 20대 총선 결과를 두고 이야기하던 중 한숨을 쉬었다. 문 전 부대표는 지난 2월 18일 “이 나라의 주역을 살리는 밥그릇 싸움을 시작하겠다”며 광주광역시 광산을 지역구 출마를 선언했다. 출마선언문에서 문 전 부대표는 IMF 외환위기 당시 실업자가 된 부모님 이야기를 꺼냈다. 대학을 졸업하고 구직활동을 하다가 세상을 등진 26살 청년의 장례식장을 찾은 이야기도 했다. 문 전 부대표는 20대 총선에서 3위로 낙선했다.
문 전 부대표에게 왜 20대 국회가 청년들의 ‘무덤’이 될 것인지를 물었다. 문 전 부대표는 “새로 들어선 3당체제 때문에 정계개편 논의가 끊이지 않을 것이고, 곧이어 대통령 선거 국면이 된다. 가뜩이나 청년 국회의원도 없는데 청년 이슈가 20대 국회에서 실종될 수도 있다”고 답했다. 그는 “청년들이 투표장에 나선 결과 국회의 모습이 많이 바뀌었는데 정작 청년들은 혜택을 누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부대표의 말대로 20대 총선의 결과는 2030세대가 좌우했다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니다. 4월 13일 20대 총선 직후 KBS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의 총선 투표율은 49.4%, 30대의 투표율은 49.5%로 나타났다.
3월 28일, 청년단체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청년문제 활동 이력은 신보라 당선자뿐
전체 투표율 58%보다는 낮은 수치지만 19대 총선 투표율과 비교하면 크게 올랐다. 40대 이상 세대는 19대와 20대 총선 투표율에서 거의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20대의 경우 19대에 비해 13.2%포인트, 30대는 6.2%포인트 투표율이 상승했다.
20대 총선이 끝난 이후 청년층의 ‘분노’가 투표율 상승의 원인으로 거론됐다. 새누리당 인천 남동구갑 예비후보였던 최진범 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주무관(30)은 “짧게 잡아도 2012년 총선 이후부터 청년문제가 선거 때 단골 메뉴처럼 거론됐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상황이 좋아졌다는 체감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치권에 대한 분노가 투표율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민중연합당 비례대표 1번으로 출마했던 정수연 대변인(27)은 “국정교과서나 위안부 합의 등 박근혜 정부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행보에 대한 청년들의 잠재된 환멸감과 분노가 터져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정당은 청년층의 ‘분노’에 반응하지 않았다. 당선자 분포에서 ‘청년 배제’가 뚜렷이 보인다. 20대 국회의원 당선자의 평균 연령은 55세로, 19대 국회의원 평균연령보다 2살 많아졌다. 60대 이상 당선자는 86명으로, 19대 국회보다 17명 늘어났다.
반면, 청년세대인 2030세대 당선자는 새누리당 신보라,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국민의당 김수민 3명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국회 입성 전부터 청년문제 관련 활동을 한 것은 보수성향 청년단체 ‘청년이여는미래’ 대표로 활동한 신 당선자뿐이다.
국회의원 후보가 결정되는 과정도 문제였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청년 비례대표 선발과정을 공식화했던 더불어민주당은 19대와 달리 권리당원만 참여할 수 있도록 청년 비례대표 선발방식을 바꿨다. 19대 총선에서는 누구나 청년 비례 예비후보들이 올린 동영상을 보고 의견을 낼 수 있었지만, 20대 총선에서는 5분 면접으로 당락이 결정됐다. 그나마 결정된 2명의 후보도 여러 논란 끝에 후보에서 물러났다. 최종적으로 청년 비례대표 후보로 결정된 정은혜, 장경태 후보는 당선 안정권 밖인 16번, 24번을 받는 데 그쳤다.
새누리당에서도 국회의원에 도전한 2030세대 예비후보들이 많았다. 그러나 경선과정에서 이준석, 손수조 후보를 제외한 대부분은 탈락했다. 최 전 주무관은 “새누리당 2030 예비후보자 공청회에서 30명 넘는 후보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던 게 기억난다. 그런데 결국 기존에 많이 이름이 알려진 사람 외에는 공천을 받지 못하더라”고 말했다.
언론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있었다. 민중연합당 비례대표 1번으로 출마했던 정수연 대변인(27)은 “당은 다르지만 정의당 조성주 후보나 노동당 용혜인 후보는 청년세대의 어려움을 대변하는 스토리를 충분히 갖고 있었다. 하지만 언론의 외면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20대 총선에서 기성 정당들은 청년과 관련한 다양한 공약을 내놨다. 새누리당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비어 있는 일자리와 청년 구직자들을 연결시켜주는 ‘일자리 매칭’에 중점을 뒀다. 더불어민주당은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청년 일자리 70만개를 만들겠다고 공약했고, 국민의당은 공공기관 청년고용 할당을 기존 3%에서 5%로 늘리는 안을 내놨다. 정의당은 청년고용 할당을 민간기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청년문제와 밀접한 보육문제에 대해서 원내 4당은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리거나, 보육예산에 대한 중앙정부의 부담을 늘리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2월 23일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열린 2016 총선청년네트워크 발족식에서 참가자들이 손을 내밀며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정지윤 기자
일자리 창출 등 청년 관련 공약도 재탕
인터뷰에 응한 청년 정치인들은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나오던 정책의 재탕”이라고 질타했다. 이들에게 20대 국회가 청년문제 해결을 위해 내세워야 할 정책으로는 무엇이 있는지 물어봤다
정수연 대변인은 20대 국회에서 사내유보금에 청년고용세를 물리자는 주장을 폈다. 정 대변인은 “기존 정당들은 재벌들의 돈을 풀자고 말하지 않는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청년수당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대기업이 쌓아둔 돈이 풀리지 않으면 저성장 구조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비연 청년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별명·26)은 청년 주거문제에 대한 각 당의 공약이 상대적으로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현실의 청년들 중 반지하, 옥탑 등 열약한 환경의 원룸에 살면서도 매달 50만~60만원씩 꼬박꼬박 월세를 내고 사는 이들이 많다. 구직활동 중인 청년들이 부담할 수 있는 정도로 가격을 낮출 수 있게 전월세 상한제를 실시하거나 최소한의 시설기준을 법제화해야 한다.”
한편, 새누리당의 청년 공약에 대해서는 일자리 창출보다는 창업이나 일자리 찾아주기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많았다. <경향신문>과 경제정의실천연합의 지난 4월 총선정책 평가에서도 새누리당의 청년정책은 원내 4당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새누리당 총선 예비후보였던 최진범 전 주무관은 “저도 총선 때 청년공약에 회의감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라면서도 “창업 관련 정책에 색안경만 끼고 볼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 전 주무관은 “이어령 전 장관이 ‘모두가 한 방향으로 뛰면 1명만 1등이지만, 모두가 각자의 방향에서 뛰면 1등이 될 수 있다’는 말에 크게 공감한 바 있다. 연 매출 10조원의 대기업 하나를 육성하기보다 연 매출 10억원인 회사를 1만개 육성해 산업생태계의 틀을 바꾸자는 것이 청년창업 정책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문정은 전 부대표는 “청년고용 할당제 확대나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는 몇 년 전부터 정치권에서 해오던 약속들”이라며 “새로운 청년정책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미 나온 정책을 현실화하는 청년들의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9대에 청년 비례대표 의원들이 생기면서 의원 한두 명이 들어가서는 청년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교훈을 얻었다. 국회의원들에게 기대할 것이 아니라 국회 밖에서 청년세대가 이익집단이 되어 국회가 청년정책을 법제화하도록 압력을 넣어야 한다. 21대 총선 때는 각 정당이 청년 후보를 다수 공천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한편, 인터뷰에 응한 청년 정치인들은 자신의 ‘노력’과 ‘열정’만으로 성장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는 국회의원 후보의 경우 10%, 광역의원 후보 20%, 기초의원 후보 30%를 청년에게 할당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총선에서 반영되지 않았다. 당시 혁신위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새정치민주연합 지방의회 의원 중 청년세대는 광역의원 전체 789명 중 20명, 기초의원 전체 2603명 중 91명에 불과했다.
최진범 전 주무관은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정치권에 들어오는 기성세대와 달리 청년들은 물리적으로 정치활동을 할 시간이 적다”며 “총선이 끝난 후 지역에서 당원들이 이런저런 자리에 많이 불러주시지만 생계문제 때문에 불참한 적이 몇 번 있다. 그것 때문에 당원들로부터 오해를 받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정수연 대변인은 “당원 중에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이 있었는데, 선거운동에 나서기 위해 생계를 포기해야 했다는 말을 듣고 많은 고민이 들었다”며 “총선 기탁금 1500만원을 내는 것도 벅찬 게 청년 정치인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비연 위원장은 “신생 정당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녹색당은 대변인 자리 등 권한과 책임이 있는 자리를 적극적으로 청년들에게 배정한다. 자신과 나이 차이가 많지 않은 이들이 당의 중요한 자리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야 더 많은 청년들이 정치활동에 참여하고, 청년들의 참여가 높아져야 국회도 정치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9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은 ‘청년 비례대표’ 3명을 국회에 진출시켰다. 더민주의 김광진·장하나 의원과 통합진보당의 김재연 전 의원이다. 더민주의 장 의원(39)과 진보당 김 전 의원(36)에게 청년 정치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장하나 더불어민주당 의원 “청년 비례대표제 1회성으로 끝나 부끄럽다”
장하나/백철 기자
20대 총선에서 청년층 투표가 크게 늘어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박근혜 정부가 원인이다. 박 대통령이 청년들에게 던진 메시지들 중에 황당한 게 많았다. 청년들에게 중동으로 가라느니, 간절하게 원하면 우주가 도와준다느니 이런 말을 할 때마다 인터넷에서 큰 화제가 됐다. 청년세대 사이에서 대통령의 발언을 희화화하고 조롱하는 정서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거기다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가 기름을 부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법한 일이 현실에 나타나면서 청년들을 투표장에 나서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정책 측면에서는 재계의 청부입법이나 마찬가지인 박근혜 정부의 노동5법이 있다. 정부는 노동5법이 청년 일자리를 늘리는 법안이라고 광고하는 데 많은 돈을 썼지만, 청년들은 이에 현혹되지 않고 노동5법에 대한 최소한의 평가를 이번 총선에서 해줬다.”
20대 국회에서는 20~30대 당선자가 거의 없는데.
“기성 정당이 자신의 기득권을 청년들에게 나누지 않았다. 더민주만 해도 당헌·당규나 선거법을 어겨가면서까지 15번이던 여성 청년 비례대표 순번을 16번으로 바꿔치기했다. 당에 있던 어떤 분은 ‘국회가 청년 일자리 구해주는 곳이냐’며 얄팍하고 천박한 이해를 그대로 보여줬다. 청년을 위한 정치를 펴려면 행정부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정책을 제안해야 하는데, 정당 안의 기득권도 놓지 못하면서 그런 변화가 가능한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19대 국회에서 제가 속한 당이 처음 시작한 청년 비례대표제도가 사실상 1회성으로 끝난 것이 너무 부끄럽다.”
19대 청년 의원들의 활동을 평가하자면.
“처음 당선됐을 때는 의정활동을 잘할 수 있을지 밖에서도, 스스로도 우려가 많았다. 지금 지나고 보면 예상보다 못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당내에서 청년 비례대표 제도가 후퇴하는 걸 막지 못했고, 청년 기준 연령선이 만 45세로 높아지는 걸 막아내지 못하는 등 한계도 분명히 있었다. 당의 문제도 있다. 청년실업 문제뿐만 아니라 주거문제, 대학등록금이나 학칙문제 등 청년 관련 의제는 곳곳에 있는데, 청년 비례 2명만 뽑아 놓고 청년문제에 당력을 기울이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청년 비례대표 외에 청년 정치인을 키워내는 방안은 없나.
“19대 때는 완전공모 방식으로 청년 비례대표를 뽑았다. 19대 방식이 최선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비례대표 후보를 뽑는 과정에서 청년세대의 정치 관심을 이끌어내는 효과가 어느 정도 있었다. 이번에도 완전공모 방식으로 청년 비례대표를 뽑았다면 27명만 후보등록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청년 비례대표 순번이 막판에 뒤로 밀려나는 일도 쉽게 못했을 것이다. 한 번 해본 제도이기 때문에 2012년보다 더 크게 이슈화도 가능했고, 저처럼 중앙정치에 없었던 새로운 사람이 발굴됐을 수도 있다. 청년 비례대표도 중요하지만 기초·광역의원에서부터 공천에 청년 할당을 줘서 청년 정치인을 키워내야 한다.”
19대 의원 시절 관철시키지 못한 법안 가운데 20대 국회에서 반영됐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당론으로 청년고용촉진법 개정안을 내서 통과시켰는데 아쉬운 부분이 있다. 원안에서는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300인 이상이 일하는 민간부문에서도 정원의 3%까지 의무고용하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국회 논의과정에서 민간부문이 삭제된 채 본회의를 통과했다. 경제가 어려우니 노사가 고통분담하자는 말이 많다. 실제로는 노동자들만 월급과 일자리가 줄어들고 사측이 고통분담하는 내용은 없다. 경제민주화라는 말뿐만 아니라 고용할당제를 통해 기업들도 고통분담할 수 있는 구체적인 안을 내놓은 것이었다. 또 하나를 꼽자면 임기 말에 발의한 칼퇴근법이 있다. 회사가 출근뿐만 아니라 퇴근시간까지 정확히 기록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근로기준법의 주당 40시간 노동만 제대로 지켜져도 신규 일자리가 많이 생길 것이다.”
김재연 / 연합뉴스
20대 총선에 나선 각 당의 청년정책을 본 소감은.
“여러 가지 청년정책이 나왔지만 과거에 없던 파격적인 것은 없었다. 그나마 새누리당에서 금방 철회하긴 했지만 최저임금을 시간당 9000원까지 올리겠다고 한 말이 가장 파격적이었다. 지난 몇 년간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말만 하고 나중에 ‘우리가 힘이 없어서 통과를 못 시켰다’며 청년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경우가 많았는데, 그런 정책보다는 최저임금을 올려주겠다는 말이 청년들에겐 현실감 있게 다가왔을 것이다.”
20대 국회 구성을 보면 해결 의지가 있다고 보나.
“청년문제를 앞서서 제기했다가 국회에 들어온 분도 딱히 생각나지 않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길게 할 말이 없다.”
본인이 의원 시절 발의한 법안 중에 20대에서 관철되었으면 하는 것은.
“2012년 말에 발의한 차별금지법이 20대 국회에서 통과됐으면 한다. 이 사회에서 청년은 이중적인 모습을 갖고 있다. 건강하고 나이가 젊기 때문에 전도유망의 대명사로 불리는 한편, 사회에 진출하지 못한 청년들은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있다. 제가 발의했던 차별금지법은 여성이나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사회 진출이 어려운 청년들도 사회적 약자로 보는 내용을 담았다. 그래서 학력이나 고용형태에 대한 차별을 금지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저 외에 다른 야당 의원들도 차별금지법을 발의했지만 외부 압력으로 다 철회했다. 17대 국회부터 차별금지법 발의가 진행된 만큼 20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차별금지법이 통과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