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공도 점유하는 시골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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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째 공도 점유하는 시골 민심?

입력 2016.05.03 16:38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수년째 공도를 점거하고 농기계 수리 등의 일을 한다는 고발 사진. 확인 결과, 이 도로는 공도가 아니었다. / 보배드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수년째 공도를 점거하고 농기계 수리 등의 일을 한다는 고발 사진. 확인 결과, 이 도로는 공도가 아니었다. / 보배드림

“이 좁은 도로 위에 농기구를 세워두고 용접을 하는 아름다운 모습, 보이십니까.” 4월 27일, 인터넷에서 논란이 되었던 한 게시글이다. 그는 당일 찍은 사진이라며 사진을 공개했다. 1차선 도로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농기구를 용접하는 작업 모습이다. ‘아름다운 모습’이라는 건 비꼬는 말이다. 그는 “잠깐이라면 그럴 수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어 로드뷰를 확인해봤다”며 캡처한 포털 로드뷰 사진들을 공개했다. 아닌 게 아니라 이 농기계 수리업체와 바로 옆 꽃배달 회사는 도로를 마치 자기집 앞마당처럼 활용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로드뷰에 찍힌 기간은 6년. 6년째 계속되는 ‘공도점유’라는 것이다. 글의 제목이 ‘6년째 공도 점거하는 시골 민심’이다.

글을 올린 누리꾼은 “통행량이 적지 않은 아파트 입구인데, 시청과 경찰에 신고하니 ‘시골에선 어쩔 수 없으니 이해해 달라’는 어이없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정말일까. 현행 도로교통법 68조 2항 및 152조에 따르면 교통에 방해될 만한 물건을 함부로 도로에 방치하는 행위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 300만원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로드뷰를 통해 확인한 주소를 근거로 해당 농기계 수리업체 주인과 접촉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어제 민원이 접수됐다고 해서 경찰서와 구청을 다녀왔습니다. 아파트 생기고 공장 들어오기 전부터 제가 여기 지역민이에요. 그렇지 않아도 민원이 많아 출퇴근 시간은 피해서 작업하는데….” 게시물 작성자가 주장한 6년을 넘어 15년차 사업을 하고 있다는 주인 지모씨(53)의 말이다. 지씨의 말에 따르면 이곳은 원래 충주 지씨의 집성촌으로, 과수원이 있던 자리다. 그런데 아파트와 공장이 들어서면서 원래 농로였던 도로를 넓혔다. 시에서는 “예산이 없다”며 보상도 안 한 마당에 도로만 뚫린 상태여서 계속 마찰을 빚어 왔다는 것이다. “그냥 일반 사람들은 뚫린 길이니 지방도나 공도라고 생각하고 다니지만, 사는 입장에서는 24시간 동안 차가 다니니 개도 못 키웁니다.”

지씨의 주장이 맞는지 확인해봤다. 충남 천안시 서북구청 건설교통과 지도단속팀에 물었다. “아… 거기요? 민원이 끊이지 않아 수도 없이 나간 곳이긴 합니다. 주인 말도 아주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에요. 도로는 되어 있는데 일부 개인 땅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간경향>의 요청으로 땅의 지목을 검토한 지도단속팀 관계자는 “해당 지목이 임야이며, 사유지로 되어 있다”고 알려 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도 민원으로 출동했지만 단속 못하고 돌아간 지역이라고 한다.

결국 애초 누리꾼이 주장했던 ‘공도점유’는 사실이 아닌 게 된다. 다시 농기계수리업체 주인 지씨의 말. “사실상 속 터지는 일이긴 한데, 일단 길가에 나와 있던 물건들은 깨끗이 정리한 상태입니다. 우리가 양보해서 일도 안으로 가지고 와서 하고 꽃길도 조성하고 아파트 사는 사람들에게는 꽃도 팔고 나무도 팔고 싶어요. 카페 같은 걸 만들어 오고 가면서 쉴 공간도 만들고….” 서로 사정을 모른 상태에서 대립이 있었던 셈이니, 상황이 잘 정리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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