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을 보고 판단해야지 말을 가지고 판단해서는 안 되는 거였어. 그 꽃은 나에게 향내를 풍겨주고 내 맘을 환하게 해주었어. 도망가서는 안 되는 건데 그랬어! 그 하찮은 꾀 뒤에 애정이 있는 걸 눈치챘어야 했는데, 꽃들이란 모순덩어리거든! 하지만 너무 어려서 사랑해줄 줄을 몰랐지.”(<어린왕자> 중)
너를 좋아하지만 표현에 미숙하고, 미숙한 표현은 오해를 부르고, 오해는 가시 돋친 말을 내뱉게 만든다. 이게 아닌데 하는 사이에 엉킨 매듭은 더 단단히 몸을 엮고, 날 선 가위로 싹둑 자르는 날이 온다. 진심은 그게 아닌데….
지난 2월 11일부터 21일까지 열린 66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부문에 초청된 <우리들>을 보고 나서 떠올린 생각이다. 열한 살 아이들의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을 따라가다 보면 여전히 인간관계에 미숙한 ‘어린 나’를 만나고, 동심을 통해 어른들 세계의 답을 얻게 되는 영화. 상영이 끝나고 독일 알렉스(ALEX) TV 어린이 방송 PD와 카메라 감독, 리포터와 만나서 인터뷰를 했다. 어린이 스스로 방송을 만들고 또래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취재하러 나온 독일 어린이들이었다. 평균 11세의 소년소녀 스태프들과의 인터뷰는 실시간으로 나오는 현지 영화 평론가들의 평가보다 영화의 핵심을 잘 짚어냈다.
<우리들> 상영 컷
베를린에서 만난 한국영화
“어린이들 마음은 다 똑같나 봐요. 한국 어린이들의 이야기인데, 마치 제 이야기인 것 같았어요. 친구 사이엔 좋아하는 만큼 갈등도 많이 생겨요. 독일 어린이들도 똑같은 고민을 하거든요. 어른들에게 시시콜콜 다 말할 수 없는 우리들만의 고민이 많죠. 선, 지아, 보라 이야기는 우리 교실에서 일어나는 여학생들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온 것 같아요. 제 얘기이기도 해요. 친구에게 따돌림당해서 괴롭고, 따돌림당할까봐 걱정되고, 친해지고 싶어도 마음을 표현하기가 힘들어요.”
“친구관계 때문에 나만 힘든 게 아니라, 다른 나라 친구들도 똑같은 고민을 한다는 게 저는 기뻐요. 그래서 눈물 났어요. 우리들의 마음을 참 잘 표현해서 마음이 아프면서도 재미있었어요. 어린이들이 직접 대본을 쓴 거예요? 빨리 어른이 돼서 친구관계에 대한 고민이 없어지면 좋겠어요.”
어른이 되어도 인간관계의 매듭은 여전히 풀기 어려운 숙제여서 나도 이 영화가 재미있으면서도 슬펐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지만, 빨리 어른이 되면 그런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 찬 어린이를 꼭 안아주는 걸로 인터뷰를 끝냈다.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는 꾸준히 작품성을 인정받아 왔다. 1961년 강대진 감독이 <마부>로 특별 은곰상, 1994년 장선우 감독의 <화엄경>이 알프레드 바우어 상, 2004년 김기덕 감독이 <사마리아>로 최고 감독상, 2005년 임권택 감독이 명예금곰상, 2007년 박찬욱 감독이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로 알프레드 바우어 상을 받았고, 2010년 이후에는 제너레이션 부문, 단편영화 부문, 파노라마 부문 등에서 신인 감독들이 수상하기 시작했다. 주경쟁 부문에 초청되고 수상을 하는 것도 물론 좋겠지만, 신인 감독들의 성과야말로 한국영화의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 수확이니 눈여겨보아야 한다. 올해 주경쟁 부문에 한국영화는 한 편도 초청받지 못했다는 기사만 나오는 건 눈앞의 큰 성과만 주목하는 현실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서 거북스럽다.
올해 베를린 영화제에 초청을 받은 한국영화는 모두 세 편이다. 제너레이션 부문에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The world of us), 파노라마 다큐멘터리 부문에 이동하 감독의 <위켄즈>(Weekends), 예술적·상업적 가능성을 두루 갖춘 작품들을 소개하는 섹션 파노라마 부문에 이지영 감독의 <죽여주는 여자>(The Bacchus Lady)가 현지에서 상영되었고, <위켄즈>는 관객상을 수상했다. 게이코러스인 ‘지보이스’가 창단 10주년 기념공연을 앞두고 자신들의 진솔한 고백을 들려주는 뮤지컬 같은 이 영화는 ‘새롭다’, ‘토론할 거리가 많아서 좋다’는 반응을 얻었다. <죽여주는 여자>에서 배우 윤여정은 ‘사랑을 서비스하다 죽음을 서비스하게 된 여자’ 연기를 너무 잘해냈다. 소외된 노인들의 성과 죽음을 통해서 가난한 노인들의 삶을 보여주는 <죽여주는 여자>는 ‘금기된 영역을 놀랍고 아름답게 표현해 냈다’는 평을 받았다. 세 편 모두 현지 반응은 매우 좋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주목했던 작품은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이었다. 최우수 장편 데뷔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린이들이 직접 대본을 쓴 거예요?’라고 물었던 알렉스 TV 어린이 스태프들의 반응만 보더라도 상은 관객들에게 이미 받은 셈이었다.
첫 상영회 날, 베를린 동물원 근처 주 팔라스트1(Zoo Palast1) 극장 800석은 어린이와 부모들로 만석을 이루었고, 독일 어린이들은 감독과의 대화 시간에 서로 질문하려고 마이크를 잡았다. <우리들>은 ‘우리’가 되고 싶은 ‘혼자’들의 이야기, 그러니까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인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어린이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풀어놓는 영화다. 아이들의 이야기인데, 그 속에서 여전히 울고 있는 ‘어린 나’를 발견하게 된다.
“죽는다 해도 친구가 생긴 것은 좋은 것이야. 난 여우 친구가 있어서 행복했어.”(<어린왕자> 중)
어릴 때도 나이가 든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친구가 좋다. 오래된 친구면 더 좋고, 어른이 되어서도 마음 맞는 친구를 만나면 더없이 반갑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 시절이나 지금이나 관계맺기에 미숙한 건 마찬가지다. 관계를 맺기도 어렵고, 맺은 관계를 좋게 유지하기는 더 힘들다. 겁도 늘고, 꾀도 늘어서 복잡한 갈등상황이 닥치면 관계를 정리하는 기술이 는다.
어린 시절, 가족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일수록 자라지 못한 ‘어린 나’가 가슴속 동굴에 숨어서 울고 있다. 환한 데로 나와서 슬픔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달래주고 들어주지 않으면 영원히 어른 아이로 살 수밖에 없다.
관객과의 대화를 하고 있는 윤가은 감독과 아역배우 최수인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영화 <굿 윌 헌팅>에서 주인공 윌이 어린 시절에 양부에게 학대당했던 고통스런 기억을 토해내기 시작할 때 상담자 숀은 윌에게 말한다.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It’s not your fault)”
아동기 때 입은 감정의 상처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심리적 후유증을 남긴다. 나의 잘못이 아니라 내가 피해자인데도 불구하고 알 수 없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어른으로 자란다. 다행히 윌은 좋은 상담자를 만나서 치유를 받지만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사람을 만나기란 어렵다. 어른의 마음속 어린아이는 눈이 짓무르도록 울고 또 운다. <우리들>에 나오는 선, 지아, 보라도 마찬가지다.
<우리들>에서는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들의 복잡한 관계를 집요하고 섬세하게 그려낸다. 평범한 소녀 선, 지아, 보라는 모두 ‘우리들’이 되고 싶은 아이들이다. 친해지고 싶고, 함께 놀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거절당할까 봐 두렵다. 선이는 부모의 사랑을 많이 받지만 가난하다. 친구들과 자유롭게 어울려 놀기엔 용돈도 부족하고 어린 동생도 돌봐야 한다. 지아는 부유하고 성적도 좋다. 하지만 이혼한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엄마는 소식조차 끊긴 지 오래다. 선이와 지아는 친구가 된다. 가난한 선이를 무시하는 문방구 아저씨가 미워서 지아는 선이가 좋아하는 색연필을 도둑질하고, 선이는 지아를 위해서 색실을 엮어서 팔찌를 만들고, 나란히 앉아서 손톱에 봉숭아 꽃물을 들인다.
하지만 고액 학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지아는 보라와 더 가까워진다. 보라는 선이를 싫어한다. 보라와 가까워지려면 선이를 버려야 한다. 보라는 여생학들의 ‘일진’이다. 지아는 권력을 가진 보라를 택하지만 마음은 늘 불편하다. 선이는 가난하고, 냄새 나는 아이로 불리며 따돌림을 당한다. 손톱이 다 자라서 봉숭아 꽃물이 사라지는 동안, 선이는 혼자 지아 주변을 맴돌 뿐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지아도 그 무리에서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 선이도 지아도 결국엔 혼자가 된다. 늘 ‘우리’라는 무리를 짓는 기술이 뛰어난 보라도, 사실은 성적이 떨어질까봐 전전긍긍하는, 그래서 빈 교실에서 엎드려 우는 ‘혼자’다.
세 아이들 사이에 공기처럼 흐르는 때로는 뭉클하며, 때로는 위태로운 기류 속에서 아이들뿐 아니라 그렇게 어른이 된 우리들이 겪어 왔을 관계와 성장의 통증을 느끼며 훌쩍훌쩍 눈물을 훔치는 소리가 관객석 곳곳에서 들려왔다.
인터뷰한 독일 알렉스 TV 어린이 스태프들.
알고 보면 누구나 왕따
흔히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을 보면 잘난 척이 심하다가나, 심한 욕설과 폭력을 가하는 일부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별 문제가 없는 평범한 아이들인 경우가 많다. ‘왕따’라고 불리는 아이들은 합당한 이유가 있어서 ‘왕따’가 된 것이 아니라 집단의 구조가 낳은 희생양인 경우가 많다. 어른의 세계이건, 아이들의 세계이건 누군가는 작은 사회 집단 내에서 권력을 갖고 싶고, 서열을 만들고, 권력에 맞설 가능성이 있는 상대는 미리 무리에서 내치려 한다.
‘아이 스스로 정치력을 길러야 한다’, ‘아이에게 알려주면 유용한 인간관계 기술’과 같은 제목의 강의가 초등학교 입학생을 둔 학부모 사이에서 인기를 얻는 이유도 내 아이가 또래 집단에서 서열이 낮다면 왕따의 희생양이 되기 전에 정치력을 발휘해서 권력을 가진 친구와 잘 지낼 수 있는 인간관계의 기술을 길러주기 위한 것이라는데, 동심에 어른 세계의 오물을 붓는 것 같아서 못내 씁쓸하다.
모든 인간이 천편일률적인 게 아닌데, 어떻게 공식과 같은 기술이 적용 가능할까. 모순덩어리 꽃에서 숨은 향기를 맡는 법, 내 마음을 환하게 해주는 꽃을 알아보는 법, 지금 더 사랑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하게 된다는 걸 속삭여 주는 편이 낫지 않을까.
선이는 잘못 없이 왕따를 당하면서 ‘방어의 기술’을 깨닫는다. 덜 상처받기 위해서는 관계를 끊고 받은 아픔을 되갚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매일 친구에게 맞아서 멍투성이인 어린 동생을 앞에 앉혀 놓고 비장한 표정으로 선이는 말한다.
“같이 놀지 마. 맞으면 너도 때려 줘. 맞지만 말고.”
어린 동생이 해맑게 웃으며 답한다.
“누나, 그럼… 언제 놀아?”
이 말 한마디가 800명 관객의 박수를 쏟아내게 했다. 극장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하지만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이 영화가 주는 명언이다. 이 부분에서 어린이들은 공감의 박수를, 웃음과 함께 어른들은 눈물을 쏟아냈다.
미워하고, 상처 주고, 복수하고, 관계 끊는 과정에서 가장 괴로운 건 바로 나 자신이다. 미워하는 시간만큼 내가 인생을 즐겁게 놀 시간이 줄어든다. 요즘은 가끔 누군가가 미워질 때면 이 대사가 떠오른다. “그럼… 언제 놀아?”
윤가은 감독(오른쪽)과 최수인
어린이의 시선을 가진 윤가은
윤가은 감독(36)은 2014년 64회 베를린 영화제에서 단편영화 <콩나물>로 유리곰상을 받은 경력이 있다. 유리곰상은 어린이 관객들이 투표를 통해서 주는 상이기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 어린이 마음을 잘 표현하는 감독으로 윤가은 감독은 자신의 영역을 다지고 있는 단단한 작가이자 감독이다. <우리들>과 <콩나물>은 모두 어린이의 눈에 비친 세상, 그리고 어린이의 심리 묘사가 탁월한 영화다. <콩나물>은 할아버지 제삿날, 할아버지가 좋아하셨던 콩나물을 사러 일곱 살 소녀가 혼자 집 밖으로 나와서 세상을 만나는 이야기다. 길을 잃고, 사람들을 만나고, 다시 길을 찾는 과정에서 콩나물은 사지 못했지만, 할아버지가 더 좋아했던 해바라기 꽃을 꺾어서 마침내 집으로 돌아오는 환상동화 같은 이야기다.
<콩나물>과 <우리들> 모두 어린이가 주인공이고 어린이 마음을 잘 표현했어요. 모든 작품은 작가의 거울이죠. 어린이 화자를 통해서 세상에 하고 싶은 얘기는 뭔가요.
“제 안에, 말하고 싶은 어린 마음들이 있나 봐요. 아이들이 미숙하다고 하는데, 어른과 아이가 다르다는 생각이 제 안에는 없는 것 같아요. 지금 현재 어른으로서 느끼는 문제들이 사실 아이였을 때 똑같이 느꼈던 것들이고, 어쩌면 그때 제대로 해결이나 해소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반복해서 갈등을 겪고 있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적어도 아이들에겐, 가능성이 있잖아요.”
저도 이 영화에서 보여준 가능성이 좋았어요. 어른이 못하는 걸 애들은 해. 선이 아빠가 늘 술 먹고 괴로워하는 게 자기 아버지와 화해를 못해서 그런 거잖아요. 병원에 입원해 계신데도 아내에게 병문안도 못 가게 하고. 그런데 늘 괴로워 해. 사실은 사랑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끝내 화해하지 못한 채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빈 침대를 바라보며 흐느끼는 아빠의 뒷모습을 선이가 바라보고 서 있을 때 선이에게 말해주고 싶었어요. “선아, 어른들처럼 도망가지 마. 어른들은 사랑하고 화해하는 방법을 잠시 잊은 거야.”
“맞아요. 나는 이미 어른이 돼버려서 기회가 거의 사라졌는데, 아이들은 그 자체가 하나의 가능성이니까. 현재의 나와 같이 무기력과 자포자기 뒤에 숨어버린 나와 같은 어른들과 과거의 나와 같이 가슴을 쥐고 아파하면서도 용기 내어 전진하는 아이들 모두를 위한 위로와 응원이랄까요? 우리는 너무도 다양하고 복잡하고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랑하는 이들과 상처를 주고받죠. 지쳐서 새롭게 용기 내는 것을, 진심을 전하는 것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선이는 모두에게 버려졌기 때문에 버려진 지아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아이가 되었고, 괴롭힘당하는 지아 편을 들어주는 장면으로 영화가 끝나는 걸 보면서 둘 사이가 다시 회복되겠다는 가능성을 암시해준 게 좋았어요. 스스로 깨달은 ‘방어의 기술’보다 어린 동생의 ‘그럼 언제 놀아?’라는 명언이 선이에게 다시 ‘놀 수 있는’ 용기를 준 것 같았어요.
“실제로 친구 아이가 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말을 했어요, 그 말이 제게도 크게 와 닿았어요. 동심이 더 지혜롭구나….”
아역 배우들이 연기를 진짜처럼 섬세하게 잘해요. 각본도 마치 같이 쓴 거 같아요.
“시나리오는 부모님들께만 보여드렸고, 아이들에겐 누구도 읽지 말라고 했어요. 그 약속을 모두 끝까지 지켰다고 생각해요. 대신 상황 설명을 해주면서 즉흥극을 많이 했어요. 각자 느끼는 바가 어떤지, 또 실제 겪는 일들은 어떤지 많이 물어봤어요. 그래서 대사를 빼기도 하고, 줄이기도 하고, 새롭게 친구들의 말을 찾아 넣기도 했구요. 맥락은 있되 우리 친구들의 언어와 뉘앙스가 그대로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작업하다 보니 친구들도 아주 재밌어 했어요. 그걸 지켜보는 우리는 더 재밌었고요.”
베를린에서 한국 신인 감독의 영화를 상영하는데, 800석이 꽉 찬 걸 보고 윤 감독 대신 내가 울었어(웃음). 윤 감독은 오늘 소감이 어때요? 앞으로는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지 궁금해요.
“크고 좋은 극장에 가득 찬 사람들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관객과의 대화에서 주인공 수인이에게 독일 어린이들이 ‘그게 진짜냐?’, ‘진짜로 싸웠냐?’, ‘진짜 동생이냐?’는 질문을 많이 했잖아요? 가짜가 아닌 진짜 이야기로 봐준 게 좋았어요. 저는 꾸준히 작품을 만들어가면서 저도 제 작품들이랑 같이 크고 싶어요. 요즘에 제일 많이 하는 생각이 좋은 영화를 만들려면 좋은 감독이 돼야 하고, 좋은 감독이 되려면 좋은 사람이 돼야 하는 것 같아요. 성숙한 인간. 자기 자신을, 삶을,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는 데서 좋은 영화가 나오리라 믿고 그렇게 살려고 해요.“
끝까지 관계를 포기하지 않는 선이 역할을 잘 해낸 아역배우 수인이와 윤 감독은 이모와 조카처럼 붙어 다니며 늘 귓속말로 속삭였다. 이 영화는 윤 감독의 아직 잃지 않은 순수한 시선이 동심을 만나서 함께 만들어낸 ‘진짜’ 어린이들, 아니 ‘우리들’의 이야기다.
<박상미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