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까지 끌어모은’ 브래지어가 공분을 산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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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까지 끌어모은’ 브래지어가 공분을 산 까닭

입력 2016.01.18 18:57

“안녕하세요 고객님. 진심으로 안타깝네요.ㅠㅠ 고객님은 끌어모을 영혼조차 없으신 것 같애요. ㅠㅠ.” 한 쇼핑몰 업체의 고객 응대가 누리꾼의 화제를 모았다. 1월 15일,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오늘의 유머’에 올라온 이 사태의 원인 제공 캡처 사진의 제목은 ‘판매자 극딜.jpg’였다. 앞뒤 사정으로 보아 극딜 당한 것은 이 상품의 구매자였다. 그리고 이 상품은 브래지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를 홍보 콘셉트로 판매했던 브래지어. 구매자의 불평 글에 “끌어모을 영혼도 없는 분”이라고 판매자 측이 답글을 남겼다가 누리꾼의 공분을 샀다. / 위메프

‘영혼까지 끌어모아’를 홍보 콘셉트로 판매했던 브래지어. 구매자의 불평 글에 “끌어모을 영혼도 없는 분”이라고 판매자 측이 답글을 남겼다가 누리꾼의 공분을 샀다. / 위메프

먼저 전제할 것이 있다. 기자는 남자다. 여성 속옷 사이즈, 잘 모른다. 그래도 75A 사이즈가 작은 가슴 사이즈를 뜻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가슴’은 항상 뜨거운 이슈다. 사진이나 동영상 속 여성의 ‘가슴’ 크기나 볼륨감, 모양을 두고 품평이 벌어진다. 75A는 불품없는 가슴 사이즈의 상징처럼 거론된다. 여성 입장에선 당연히 불쾌할 일. 최근 등장한 여성주의 미러링 사이트 ‘메갈리안’에서는 이런 품평에 맞서 ‘6㎝ 실x’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한 의학 관련 통계 논문에서 언급된 ‘한국 남성 성기 평균 사이즈’에 빗댄 조롱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는 이 맥락에서 나온 인터넷 밈(meme)이었다. 브금(BGM)도 곁들여진다. 유리상자의 노래 ‘아름다운 세상’인데, “작은 가슴 가슴마다 고운 사랑 모아~”까지만 사용된다. 본래의 컨텍스트적 의미가 변형된 것이다. 즉, “작은 가슴을 가진 여성들이 볼륨감이 있어 보이려고 어깨, 등 등 주변의 살까지 최대로 끌어모아 실제 사이즈보다 크게 보이게 브래지어를 착용한다”는 것이다.

처음의 사건으로 돌아가자. 원인 제공은 해당 회사가 했다. ‘영혼까지 끌어모아’는 원래 조롱의 의도를 담은 인터넷 밈인데, 그걸 판매하는 브래지어의 홍보 포인트로 사용했다. 현재는 폐쇄된 이 상품 소개를 보면 ‘영혼을 끌어모아 1초면 75A컵→C컵 변신’이라고 되어 있다. 굳이 살까지 끌어모으지 않더라도 볼륨감 있게 보이게 하겠다는 콘셉트인 모양이다. 그리고 벌어진 참사. 한 ‘실구매자’가 “효과가 전혀 없는데요. 그냥 일반 브라에요 여러분”이라고 폭로(?)하자 처음에 인용한 댓글을 단 것이다.

해당 판매 글은 성지가 되었다. “성지 순례 왔습니다. 영혼이 충만한 애인 생기게 해주세요”와 같은 댓글이 붙고 있다. 이 판매회사의 대표이사가 열심히 댓글로 사과하는 중이다. <주간경향>과의 통화에서 대표이사는 “댓글 응대를 담당하는 아르바이트 직원이 실수로 잘못 단 댓글”이라며 “지금은 일단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해당 글을 올린 구매자에게는 1월 14일 심야에 전화로 사과를 했다고 덧붙였다. 사태가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흔히 ‘약빤 드립’이 온라인 입소문(buzz)을 타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어느 상황에서든 다 통하는 건 아니다. 게다가 사용되는 맥락도 무시하고 ‘홍보 포인트’로 삼은 것은 처음부터 자살골이었다. 짚더미에 불붙은 화약통을 안고 뛰어든 격이라고나 할까. 부디 사태를 잘 정리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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