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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대금이 사람 잡아먹는다

입력 2016.01.18 18:26

서민들의 피눈물을 먹고 생존하는 약탈적 대출과 흡혈적 금융제도가 엄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학자들과 정책당국은 한가하게 시장이론만 언급해서는 ‘죽은 경제학’이다.

“양이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표현은 1516년 토머스 모어가 쓴 <유토피아>에서 당시 사회를 함축한 것이다. 영국 귀족과 부호들이 돈을 벌기 위해 거의 모든 쓸 만한 땅은 목초지로 개간하고, 심지어는 농노들과 평민들이 거주하는 마을까지 사람들을 내쫓고 그 집들을 양의 우리로 만들어버리는 피폐한 양상을 고발한 것이다. 2016년 현재 한국은 고리대·사채·대금업이 사람을 잡고 있는 격이다. 사회·경제적 정의(justice)는 사라져버리고 오직 돈만을 좇고, 돈을 위해서는 인간을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하는 세태가 더욱 공고해져가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 교육을 받은 우리는 돈을 빌렸으면 당연히 이자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이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빚진 사람이 이자로 내는 돈이 원금보다 훨씬 더 많고, 갚아도 갚아도 계속해서 또 갚아야만 한다면 이것은 도저히 상식이라 할 수 없다. 이른바 ‘불법 사금융’, ‘고리대금업’, ‘대부업’으로 지칭되는 금융거래가 법 테두리 안과 밖에서 엄존하고 있다. 이자제한법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여기서 제외된 대부업법은 서민금융 중개라는 미명 아래 저소득 빈곤계층의 고혈을 빨아 살아가고 있으며, 심지어 신체 포기각서까지 요구하는 등 이들을 죽음으로까지 내몰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이자율이 20%를 초과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20대 국회는 첫 과제로 이자제한법을 개정해 법정 최고금리를 현행 25%에서 20%로 낮춰야 한다. 사진은 거리에 뿌려진 명함형 대출 광고지. / 정지윤 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이자율이 20%를 초과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20대 국회는 첫 과제로 이자제한법을 개정해 법정 최고금리를 현행 25%에서 20%로 낮춰야 한다. 사진은 거리에 뿌려진 명함형 대출 광고지. / 정지윤 기자

여전히 낙후된 이자제한 범위
한국 사회에서는 여러 가지 이자제한과 관련된 법률이 있다. 이자제한법, 대부업법, 민법, 상법, 근로기준법 및 소송촉진법 상의 제한이 그것이다. 특히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 상의 이자율이 살인적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나머지 법률 상의 이자는 이자제한법 상의 최고이자율 안에서 움직이고 있고, 해당 법률의 특수목적을 달성하는 데 나름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논외로 하자. 그러나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의 이자제한 범위는 한국 경제 위상과 자본시장 규모, 그리고 관련된 금융시스템이 나날이 발전한 것에 비교하면 여전히 낙후되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의 천민자본주의적 인식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자제한법 제2조는 최고이자율을 연 25%로 제한하고, 복리계산이라 하여도 이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이 범위를 넘은 것은 무효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조치는 불과 두 해 전인 2014년 7월 15일부터 효력이 발생되었는데, 늦어도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늦었다. 현재의 최고이자율은 이 법이 제정된 직후인 1962~1965년의 연 최고 20%보다 높고, 1972~1980년, 그리고 1983~1997년의 연 25%와 같은 수준이다. 특히 1998년부터 2007년까지는 이러한 이자율 제한을 철폐하여 연간 수천%까지 허용해 문명화된 사회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제도를 시행한 한국 정책입안자들의 몰인간적인 폭거를 경험한 바 있다. 서민과 빈곤층을 죽음의 고통으로 내몬 대신 금융기관과 부자들의 기름진 배를 채울 수 있도록 하였고, 오늘의 구조적인 양극화를 심화시킨 원인 중 핵심적인 요인이 되었다.

한편, 대부업법은 이자제한법 제7조에 따라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대부업법 제8조에 의해 최고이자율을 연 40% 범위 안에서(보통 연 39%) 허용하되 한시적으로 2014년 4월 2일부터 2015년 12월 31일까지는 34.9%로 제한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2016년 현재 추가입법에 실패했고 지금은 39%로 회귀했다. 참고로 대부업법은 그 초기라 할 수 있는 2002~2008년에는 최고이자율이 연 66%까지 허용된 바 있다. 즉 어떤 가난한 사람이 생활비 명목으로 100만원을 빌렸다면 채권자는 1년 반 만에 원금을 회수할 수 있고, 악덕 채권자들은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다양한 덫을 놓아 채무자가 원금을 갚지 못하게 방해했던 사례도 있었다.

빌린 돈에는 이자가 존재하고, 개인의 신용등급에 따른 이자율 차등적용은 합리적인 동시에 이러한 이자율에 따라 자본의 효율적인 배분이 이루어진다고 보는 것이 자본주의 경제논리이고 이론이며, 우리 모두는 이 체제에 적응하고 있으므로 상식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이들 고리대 사채와 대부업체마저 없다면 제도권 금융에서 내쳐진 서민과 빈곤층은 어디서 돈을 구해 연명해갈 수 있겠는가라며 대부업과 고리대 사채업의 불가피함을 옹호하고, 또한 최고이자율 제한에 부정적이며 고리의 이자율을 시장 자율의 결과라고 한다.

2014년 말 기준, 신용등급이 낮은 6~10등급 대상자들(약 950만명)은 거의 제도권 금융에서 도움을 받지 못한다. 따라서 이들은 정부 정책금융이나 이것도 안 되면 대부업체 및 사채시장에서 생활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고리대금업체(대부업)로부터 대출이 거절된 사람들이 무려 500만명에 이른다. 경제활동인구 약 2500만명 중 20%가 살인적인 고리대에 처해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은행권 신용대출 금리가 최저 3~6% 수준이고, 정부의 서민금융대출 금리는 약 10% 선인 반면 등록 대부업체는 40%에 가깝다. 더욱이 저금리시대에 돌입한 지 몇 년째이지만 약 950만명의 저신용자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이자제한법 개정 최고금리 낮춰야
서민들의 피눈물을 먹고 생존하는 약탈적 대출(predatory lending)과 흡혈적 금융제도(bloodsucking finance system)가 엄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학자들과 정책당국은 한가하게 시장 이론만 언급해서는 ‘죽은 경제학’이다. 이들의 본업은 현실과 이론의 격차를 최소화하는 정책을 만들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참뜻을 구현할 당사자들인 것이다. 굳이 이자를 죄악시하고 공식적으로 금지했던 봉건·중세시대를 거론하지는 않겠지만, 돈벌이를 위해 인간의 존엄을 짓밟고, 현실적으로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고리대금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는 심각한 양상이 발견되고 구조화되고 있다면 전문가들은 그 해소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자 수취를 전면적으로 금지할 수는 없다 할지라도 고리대 이자의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제도화시킬 필요가 있다.

우선, 이슬람 금융의 장점을 한국식으로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근본적 이슬람 금융은 이자를 부당한 이득으로 규정하는 대신 돈을 빌려준 사람은 차입자가 빌린 돈으로 생산 혹은 영업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오는 수입으로부터 수수료나 배당, 사용료, 임대료 등의 명목으로 수익을 받는다. 물론 이러한 명목으로 지불한 원금에 대한 대가가 이자와 어떤 차이가 있을 것인가 하는 질문은 우리의 현실에 비춰보면 어리석은 질문에 불과하다. 불과 몇 년 전 산업은행 주도로 이슬람 금융의 한 형태인 수쿠크(Sukuk) 도입 법안이 시도되었으나 종교적 측면에서의 거센 반대로 무산되었다. 물론 이슬람 금융의 복잡함에 비해 국내 전문가는 거의 없고, 제도적 기반도 갖춰지지 않았으며, 구태의연한 금융관행 등이 동시에 개혁되어야 비로소 성공할 수 있는데 성급히 추진하다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른 시기에 이슬람 금융의 장점을 한국 금융과 접목한 새로운 금융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단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과제는 20대 국회 첫 과제로 이자제한법을 즉시 개정하여 법정 최고금리를 현재 25%에서 20%로 인하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이자율이 20%를 초과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 동시에 19대 국회에서는 대부업법 이자상한을 27.9%로 제한하는 법안이 제출되어 있으나 이를 폐기하고 근본적으로 대부업법도 이자제한법을 적용받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또한 이자제한법을 위반한 업체에 대해서는 징벌적 벌금(punitive fine)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계층 사람들을 갈취하는 사회는 존 롤스의 정의나 애덤 스미스의 동감의 관점에서 부도덕하며 비윤리적이라 할 수 있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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