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과거사 관련 소송 전문 최봉태 변호사 “한·일 위안부 합의안, 갈등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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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과거사 관련 소송 전문 최봉태 변호사 “한·일 위안부 합의안, 갈등의 씨앗”

입력 2016.01.05 16:29

  • 이범준 기자
[주목! 이 사람]식민지 과거사 관련 소송 전문 최봉태 변호사 “한·일 위안부 합의안, 갈등의 씨앗”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발표된 이른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합의안은 외교당국 사이의 선언에 불과합니다. 국회를 거치지도 않아 조약으로서의 성격도 없는 데다, 그나마 한국과 일본의 사법부가 인정해온 범위조차 무시한 거예요. 이번 일이 분쟁의 매듭이 아니라 갈등이 씨앗이 됐어요.”

일제강점기 피해보상을 비롯한 한·일 과거사 문제 최고 전문가로 20년째 한·일 양국을 오가며 활동 중인 최봉태 변호사(54)는 지난달 28일 한·일 합의를 이렇게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식민지 과거사 문제와 관련한 한국의 주요한 판결을 대부분 이끌어낸 주인공이다.

2011년 일본군 위안부와 원폭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을 두고 한·일 양국 사이에 분쟁이 있는데도 정부가 해결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 2012년 미쓰비시와 신일본제철 징용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는 대법원 판결, 앞서 2004년 징용자들 손해배상 관련 한·일 청구권협정 문건을 공개하라는 판결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이번 합의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이후 한·일 두 나라에서 이뤄놓은 성과조차 무시했다고 최 변호사는 말했다. “한국 대법원이나 일본 최고재판소나 국가 사이의 청구권협정으로 개인의 청구권을 없애지는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더구나 위안부 같은 반인도적인 문제는 국가가 법적인 책임을 종료시킬 수 없는 것입니다.” 현재 합의안에 법률 책임이 들어 있는지 보도가 엇갈리지만, 근본적으로는 국가 간의 합의가 불가능한 사안이라는 얘기다.

이런 합의가 나온 것은 정부가 전략도 없이 일본에 끌려다녔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본 정부는 이중의 분할 전략이 있었어요. 국가를 분할하고 피해자를 분할하는 것입니다. 침략전쟁 피해국인 중국·북한·대만·필리핀을 나누고, 그 안에도 위안부, 원폭 피해자, 징용자 등을 철저히 분리해서 해결하고 있어요.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거죠.”

이에 더해 정부의 비밀주의가 어려움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전략과 전술이 있는 상황인 데 비해 한국은 제대로 요구를 내놓지 못하고 할 수 있는 걸 해보라는 식으로 말을 하니 제대로 될 리가 없죠. 사법투쟁의 성과를 기반으로 시민사회와 논의를 거친 방안을 만들고 일본을 압박해야 했습니다. 비밀주의로 일관하다가 이제 와서 일본에서 정보가 다 나오고 있잖아요.”

“합의에서 명예와 존엄의 회복을 위해 협력한다고 했는데, 아직 정해진 게 없습니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10억엔이라는 돈이 들어오기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이보다 근본적으로는 법적인 구속력이 없는 합의구요. 그래서 돌파구를 만들어야 해요. 유네스코를 통해 관련 역사를 가르치기 위한 사업을 제안하는 등 이제부터라도 한국이 주도적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 변호사는 변호사 3년째이던 1994년 노동법을 공부하기 위해 도쿄대로 유학했다. 당시 일제감정기와 재일조선인 문제에 헌신하는 일본 변호사들을 보면서 식민지 관련 배상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1997년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을 창립했으며,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특별법 제정 추진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대한변협 일제피해자인권특별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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