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극 범인 주장 ‘문재인 금괴’의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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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극 범인 주장 ‘문재인 금괴’의 진실은

입력 2016.01.05 16:22

12월 30일 오전 9시께 부산 사상구에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무실에 작가 정충제씨의 동생이라는 밝힌 남성이 흉기를 들고 난입, 경찰과 1시간 동안 대치했다. | 연합뉴스

12월 30일 오전 9시께 부산 사상구에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무실에 작가 정충제씨의 동생이라는 밝힌 남성이 흉기를 들고 난입, 경찰과 1시간 동안 대치했다. | 연합뉴스

“연말에 큰 액땜을 했으니 새해엔 좋은 일만 있을 듯합니다.” 12월 30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이날 오전 9시, 문 대표의 부산 사상구 사무실 인질사건을 두고 한 말이다. 정모씨(55)는 아침 일찍 사무실 앞에서 기다렸다가 출근하는 최상영 정무특보를 흉기로 위협해 감금했다. 연행되면서 그는 ‘문현동 금괴’를 거론했다.

금괴? 누리꾼은 1년 반쯤 서울시청 앞에서 찍힌 한 장의 사진을 떠올렸다. 한 남자가 1인 시위를 하는 사진이다. 그가 든 피켓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문재인 비자금 1조원짜리 (작은 글씨로 덧붙여) 자기앞수표 20장: 20조원과 금 200톤을 찾아 즉각 환수하라.” 이 남자의 1인 시위에 대해 당시 누리꾼 반응은 ‘한마디로 코미디’라는 것이었다.

2014년 8월쯤 논란이 되었던 ‘문재인 금괴’ 1인 시위 사진. 이번 인질극을 통해 이 음모론의 실체가 드러났다. | 오늘의 유머

2014년 8월쯤 논란이 되었던 ‘문재인 금괴’ 1인 시위 사진. 이번 인질극을 통해 이 음모론의 실체가 드러났다. | 오늘의 유머

시사블로그 ‘아이엠피터’가 당시 이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한 바 있다. 은행이 자기앞수표를 발행하려면 ‘별단예금’이라는 곳에 자기앞수표 금액만큼 예치를 해야 하는데, 예를 들어 2010년 별단예금 잔액이 20조원이었으니 이 분의 주장에 따르면 한국에서 발행된 자기앞수표는 문 대표가 가진 20장뿐이었다는 것이다.

금 200톤? 그게 사실이라면 세계금위원회의 한국 보유량(104.4톤)을 추월해 벨기에에 이어 세계 21위 국가 자리를 ‘개인’ 문재인이 꿰차게 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허풍이라는 이야기.

그런데 이번 인질극으로 1년 반 전 1인 시위의 구체적 근거가 더해졌다. 부산 문현동 금괴사건. 인터넷을 찾아보면 연행자의 친형인 소설가 정충제씨가 개설한 블로그에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쏟아져나온다.“물이 찬 수평굴 속에서 발견한 마대는 일본말로 이토추(伊藤忠)라는 일제시대 회사가 만든 황색 마대였다. 물속에서 100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소설가 정씨가 올린 글이다. 마대 속에 금괴가 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일제 말기, 패색이 짙어지자 일제 군부가 ‘긴노유리(황금백합) 작전’이라는 것을 전개했는데, 중국 전역의 금붙이를 깡그리 쓸어모아 일본으로 가져가는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제공권을 장악하면서 일제는 부산 지하에 건축한 어뢰기지 안에 이 보물들을 숨겨놓은 채 패망을 맞이했고, 그 어뢰기지가 바로 문현동에 있었다는 것이다.

‘일제가 못 가져간 보물이 부산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는 이야기는 오래된 이야기다. 필자도 1970년대 후반 ‘소년중앙’과 같은 잡지에서 읽은 기억이 있다. 소설가 정씨의 블로그를 읽다보니 이 이야기가 만들어진 경위가 드러난다.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이발사였던 박수웅씨(이 분은 영화 ‘효자동 이발사’의 실제 모델로 유명하다)라는 분이 최초 의혹 제기자였고, 소설가 정씨는 ‘최초 발견자’라는 주장이다.

12월 30일 오전 9시께 부산 사상구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무실에서 작가 정충제씨의 동생이라 밝힌 남성이 인질극을 벌이다 경찰에 연행됐다. | 연합뉴스

12월 30일 오전 9시께 부산 사상구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무실에서 작가 정충제씨의 동생이라 밝힌 남성이 인질극을 벌이다 경찰에 연행됐다. | 연합뉴스

그런데 이 스토리가 왜 문재인 대표와 이어지는 걸까. 소설가 정씨 등은 1990년대 초반 떠오르는 정치신인이었던 노무현 의원을 찾아가 금 발굴 문제를 논의한 적이 있는데, 참여정부 때 ‘도굴단’과 짜고 국정원을 동원해 금을 빼돌렸다는 것이다. 소설가 정씨는 사기혐의로 옥살이를 한다. 2002년 대선도 그 자금으로 치러졌고, 이게 청와대 민정수석을 하던 문재인에게 이어져 2012년 대선이나 노무현재단의 개설도 그 자금이라는 것이다. 출소해 그는 자신이 겪은 일을 책으로 만들어 출간했다.

억울한 심정은 알겠지만 정씨의 글을 꼼꼼히 검토해도 의혹 제기 수준이지 근거는 나오지 않는다. 그나마 인질극이 환기시킨 게 있다면 197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오랜 컨스피러시의 존재를 알린 것이다. 사실 소설가 정씨의 주장을 읽다보면 혹하기도 한다. 너무 빠져들진 마시길. 소설가 정씨를 포함해 여러 피해자만 양산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음모론이 괜시리 음모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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