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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촉법’… ‘원샷법’… 어처구니없는 국회

입력 2015.12.01 15:12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일을 적당히 “경기를 활성화하는 수단”이라고 포장한다. 그럼 그 일 자체가 옳은 일인지 제대로 따지지도 않은 채 사람들이 무작정 그런 일에 매몰되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활성화가 화두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성장 전망치와는 달리 경제가 죽을 쑤고 있으니 그 어느 때보다도 사람들은 경기활성화에 애를 태우고 있다. 그래서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도 있다. 사람들이 경기가 어떻게 하면 좋아질까 하는 데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된 것은 그것 자체로 좋은 일이다. 중지(衆智)를 모으면 훌륭한 해법이 나올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나쁜 점도 있다. 경기가 좋아진다고만 하면 앞뒤 안 가리고 무슨 일이라도 할 기세이기 때문이다. 이때 나쁜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일을 적당히 “경기를 활성화하는 수단”이라고 포장한다. 그럼 그 일 자체가 옳은 일인지 제대로 따지지도 않은 채 사람들이 무작정 그런 일에 매몰되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5년 겨울,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장면 1 2015년 11월 27일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는 올해로 일몰 예정이었던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을 2년 6개월 다시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이 법은 태어날 때부터 위헌 시비에 시달리며 계속 5년 한시법으로 연장에 연장을 거듭해 왔다. 더구나 최근에는 산업은행이 관리하던 대우조선해양에 대규모 분식과 은폐된 부실이 발견되어 국가 돈 4조2000억원을 쏟아부어야 할 정도로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의 부실기업 관리능력이 의심 받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연합(EU)과 일본이 통상 차원에서 이의를 제기한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모든 언론들은 기촉법이 폐지되면 나라가 결딴나고 기업 구조조정이 올스톱 되는 것으로 호들갑을 떨고 있다. 이제 기촉법이 다시 작동할 테니 내년부터 국민들 세금 넣을 일만 남았다. 이게 경기활성화인가?

장면 2 지난 11월 2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는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소위 ‘원샷법’) 공청회가 있었다. 이러저러한 내용을 주저리주저리 집어넣었지만 핵심은 소규모 합병 시 주주총회를 건너뛸 수 있다는 조항이었다. 다시 말해 주주총회를 여는 것이 사업재편에 걸림돌이 되니 이를 빼달라는 것이다. 다른 조문에는 부득이 주주총회를 열어야 할 경우, 총회 소집 2주 전에 소집공고를 하던 것을 7일 전으로 당겨달라는 조항도 있다. 한마디로 주주총회를 어떻게든지 적당히 넘어가게 해 달라는 것이다. 이게 안 되어서 사업재편이 안 되고 기업 활력이 떨어진단 말인가?

엘리엇매니지먼트 법률대리인 최영익 변호사가 지난 7월 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승인하기 위해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에 참석한 뒤 주총장을 나가고 있다. / 김영민 기자

엘리엇매니지먼트 법률대리인 최영익 변호사가 지난 7월 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승인하기 위해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에 참석한 뒤 주총장을 나가고 있다. / 김영민 기자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연장에 합의
지금 우리나라 국회에는 이성이 없다. 아니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성을 지키는 목소리는 일부의 광기에 의해 진압되고 있다. 이성이 아니라 억지가, 세심함이 아니라 무조건이 판을 치고 있다.

기촉법부터 살펴보자. 왜 이 법이 폐지되어야만 하는가? 이 법은 금융기관을 앞세워 모피아가 기업의 구조조정을 좌지우지하겠다는 법이다. 그런데 과거에는 몰라도 현재 시점에서 모피아는 기업 구조조정을 담당할 만큼 효율적이지도 않고 청렴하지도 않다. 동양그룹 사태 이후 지금까지 산업은행이 담당했던 다양한 워크아웃에서 얼마나 많은 부실과 부정이 발견되고 있는가? 그런데도 아직 이 법이 아니면 구조조정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시대착오를 넘어 국민의 주머니를 털자는 것이다. 과장이 아니다. 대우조선해양 사건을 잘못 처리하면서 금융위는 국민의 재산인 대우조선해양 주식 12.2%를 사실상 날려 버렸다. 앞으로 구조조정을 하면서 또 얼마나 많은 꼼수와 비용이 발생할 것인가? 그 세금은 지금 봉급생활자들이 다 내야 한다. 결국 기촉법 연장은 조금 더 오랫동안 봉급생활자 주머니를 털어서 모피아와 산업은행이 호사를 누리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결국 제일모직과 합병된 삼성물산 / 연합뉴스

결국 제일모직과 합병된 삼성물산 / 연합뉴스

원샷법은 더 어처구니가 없다. 왜 그토록 주주총회를 여는 것을 두려워하는가? 합병이 진정으로 두 당사자 기업에 이익이 된다면 왜 주주총회를 열어 이 ‘대박 찬스’를 설명하려 하지 않을까? 십중팔구 합병이 두 기업에 모두 이익이 되지는 않는데도 억지로 이를 추진하려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거꾸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주주총회를 열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당사자들의 권리가 그나마 제대로 보호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합병이 주주총회 때문에 간당간당했던 기억은 최근에 딱 두 번 있다. 하나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간의 합병 건이었고, 다른 하나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의 합병 건이었다. 전자는 국민연금의 반대로 무산되었고, 후자는 엘리엇이 반대했지만 국민연금이 말도 되지 않는 변칙적인 방법으로 찬성 의견을 결정해서 가까스로 통과되었다. 삼성은 후자의 주주총회에서 합병 안건을 가결시키기 위해 그야말로 모든 계열사의 임직원이 표를 구걸했다. “무조건 한 번만 봐달라”는 것이었다.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공청회
그러나 한 번만 봐준 대가로 국민경제가 치른 비용은 혹독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시선이 싸늘해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국민연금은 (계산 시점에 따라 다르겠으나) 합병 찬성 후 주가 하락으로 6000억원이 넘는 투자 손실을 입었다. 그나마 이런 손실은 주주총회를 열고 갑론을박을 했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났다. 주주총회조차 열지 못할 경우 주주의 손실이 얼마나 될지 잘 가늠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주주가 누구인가? 예를 들어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의 주인은 봉급생활자다.

2014년 1월 1일 오전 3시35분, 국회 법사위는 외국인 투자촉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법사위원장이던 박영선 의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언론은 물론 야당 지도부마저 다른 이유 때문에 통과를 종용했다. 당시 정부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2조3000억원의 외국인 투자와 1만4000명의 직·간접 고용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약속했던 선물은 당연히 없었다. 진실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행위금지 조항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했다.

우리는 2년도 안 되어 또다시 똑같은 거짓 주장에 속고 있을 뿐이다. 무엇이 경기활성화와 성장에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차분하고 어려운 토론은 뒤로 한 채, 그저 규제완화와 대기업 프렌들리만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모두 관료가 통제해야 잘된다고 믿는다. 수없이 속고 또 속아도 말이다. 문제는 이런 방식으로는 경제가 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슬픈 결론은 경제가 성장하지 않는데 몇몇 사람들이 이런 일로 이익을 보려면 반드시 다른 사람들이 그에 따르는 손해를 봐야 한다는 점이다. 그들이 국민인 점이 애가 탈 뿐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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