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여성대회 라면알바 논란이 남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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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여성대회 라면알바 논란이 남긴 이야기

입력 2015.11.10 11:08

이번 여성대회 참가자가 받은 물품이라며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사진. 풀무원의 ‘가쓰오 메밀소바’ 두 봉지와 풀무원 ‘샘물’ 등이다. / 딴지일보 자유게시판

이번 여성대회 참가자가 받은 물품이라며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사진. 풀무원의 ‘가쓰오 메밀소바’ 두 봉지와 풀무원 ‘샘물’ 등이다. / 딴지일보 자유게시판

“그냥 두 봉지라고 쓰면 안 되겠습니까.” 풀무원 홍보팀 관계자는 한 봉지에 4개씩 들어 있으니 도합 8개가 들은 것은 맞지만 그렇게 쓰면 많이 배포한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사건에 이름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부담되는 일입니다.” 사건? 10월 29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전국여성대회에서 벌어진 ‘일’을 말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행사에 참석해 연설했고, 이화여대 학생들은 ‘국정화 교과서 추진 철회’를 외치며 방문 반대시위를 했다. 한편에서 이날 여성대회에 참석하고 돌아가는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원들의 손에 들려 있는 비닐봉지가 관심을 끌었다. 남은 현장 사진만으로는 박스나 비닐봉지에 적힌 글씨가 무엇인지 판독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3일 뒤, 한 커뮤니티에 ‘엄마가 이대 가서 깽판쳤는지 확인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게시글과 사진이 올라왔다(원본이 올라온 곳이 우파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라는 주장이 있으나 확인되지 않는다). 사진 속 비닐봉지에는 선명하게 이름이 적혀 있었다. 풀무원이다. 확인해 보니 3일 전 사진 속 비닐봉지가 맞다. 라면은 ‘가쓰오 메밀 냉소바’였고, 생수도 풀무원이 제공한 것이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쪽 협찬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풀무원 홍보팀 관계자는 덧붙였다. 단체 측으로부터 행사 협찬 요청을 받은 것은 지난 9월 중순이었다. 청와대로부터 협찬 요청을 받은 것은 아니다. 배포한 라면의 전체 물량은? “참가자가 4000여명이라고 협찬 요청 공문에 밝혀 그만큼 규모의 물량을 제공했다.”

‘가쓰오 메밀 소바’가 계절상품이라 재고처리용으로 뿌렸다는 지적도 있는데? “사업팀의 결정인데, 거기까지는…. 사실 풀무원이 여성 친화적 정책을 많이 펼치고 있어요.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선정된 일도 했고….” 그런데 좀 더 따지고 보면 여성단체협의회가 모든 여성단체를 망라한 조직은 아니다. 홈페이지의 참가단체를 보면 대한간호협회, 재향군인여성회, 원자력을 이해하는 여성모임 등 직능단체거나 보수단체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여성의 전화나 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등의 여성단체가 참여한 ‘여성단체연합’은 이번 행사의 주최가 아니다. 간단히 말해 보수성향 여성단체들의 ‘잔치’에 풀무원이 협찬한 것이다.

그런데 국정 교과서 논란에 정부가 ‘올바른 역사교과서’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을 두고 풀무원이 진행해온 ‘바른 먹거리’ 캠페인까지 연결시키는 것은 조금 오버로 보인다. 풀무원의 ‘바른 먹거리’ 캠페인이 시작된 것은 이번 교과서 논란 훨씬 전인 2010년 10월의 일이니 말이다. “우리 제품 중에 ‘올바른 핫도그’라는 제품이 있습니다. 이번 사건 전후로 그 제품명을 두고 연관시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희도 힘드네요.” 경영학이나 광고학에서 협찬이 역효과를 낸 사례로 기록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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