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와 YS는 경부고속도로 건설 반대시위를 벌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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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와 YS는 경부고속도로 건설 반대시위를 벌였을까

입력 2015.11.03 14:52

“감기 몸살로 내가 책을 못 찾고 있어요. 반드시 찾을 겁니다.” 소설가 고정일씨의 말이다.
5년 전 기자는 “‘경부고속도로 반대’ 야당 시위 사진은 조작?”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당시 기자는 김대중도서관 관계자의 “체형이나 옷차림도 당시 신민당 총무를 맡고 있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다르다”는 발언을 전하며 ‘고속도로 반대’라는 피케팅의 문구는 가필(加筆)되어 있는 등 조작된 사진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벌어진 논쟁에서도 “사진 속 굴착기의 모델이 1970년대 모델이 아니라 2000년 전후의 모델인 것으로 보아 가짜”라는 결론이 났다.

2006년쯤부터 DJ와 YS가 경부고속도로 건설 반대시위를 하고 있다고 퍼진 사진. 전혀 연관 없는 조작 사진이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2006년쯤부터 DJ와 YS가 경부고속도로 건설 반대시위를 하고 있다고 퍼진 사진. 전혀 연관 없는 조작 사진이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그런데 끈질기다. 지금도 일베 등에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이 사진엔 그때와 마찬가지로 “공사현장에 몸소 드러누워 진보, 개혁, 민주화운동을 몸으로 실천하신 ‘움직이는 양심’ 슨상님”이라는 사진설명이 붙어 있다. 그리고 3주 전, 모 주간지에 소설가 고정일씨가 기고한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 글에서 또 언급이 나왔다. 구체적인 살도 붙어 있었다. “야당 대표인 김대중, 김영삼은 (경부고속도로 건설) 결사반대에 나서서 양재공사판에 이불 깔고 드러눕기까지 했다.” 정말 저런 일이 있어서 목격한 것일까. 물어봤다. “아…, 직접 목격하진 못했죠. 당시는 제가 학생이었으니까. 다 아는 사실 아닙니까. 사진도 있는데.” 현장사진을 보고 썼다는 것이다. 기자는 문제의 사진을 메일로 보내 확인을 부탁했다. 그는 “그 사진은 아니고 DJ가 굴착기 앞에 혼자 누워 있는 사진”이라고 했다. 고씨의 대답은 오락가락했다. 자신이 본 사진은 DJ의 비서관을 역임했던 함윤식씨의 책 <동교동24시>에 실려 있다고 했다가, 함씨가 DJ를 보좌한 것은 훨씬 나중의 일이라고 하니 다시 다른 책들을 거론했다.

고씨가 언급한 ‘야당 시위를 언급한 책’을 찾다가 지난해 말 출간된 <정주영 이봐? 해봤어>라는 책에 비슷한 대목이 있는 걸 발견했다. “야당 주역인 김대중(DJ)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착공식 현장의 포클레인 앞에 드러누우며 농성에 앞장섰다.” 책 저자는 박정웅 전 전경련 상무다. 박 전 상무와 통화해봤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생존 당시 자신이 모실 때 식사 자리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을 서너 번 들은 적이 있었고, “그 말을 책에 옮긴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입증할 수 있는 근거는 없죠. 어쨌든 당시 야당이 반대입장이었던 것은 사실 아닙니까.”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국회나 언론 인터뷰 등에서 비판했다는 것과 반대해서 저지 시위를 벌였다는 것은 다른 ‘팩트’다. 착공식이 있었던 1968년 2월 DJ를 수행했던 비서는 권노갑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다. 그와 통화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당시 야당에서 반대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시위를 하거나 누워 농성한 일은 없습니다. 그건 분명합니다.” 소설가 고정일씨는 책을 찾아 입증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위 사진은 DJ·YS 경부고속도로 건설 반대시위 사진이 아니다. 이젠 진도 좀 나가자.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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