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대신 원자력 비발전 분야로 새 도약… 전국 최초의 바다 밑 도시 조성도
‘전통과 첨단이 조화된 빛과 물, 그리고 꿈의 도시.’
부산 기장군은 1914년 일제에 의해 기장, 장안, 일광, 정관, 철마면 5개면이 동래군으로 편입됐다. 1973년 양산군에 편입됐고 1995년 부산 기장군으로 부활하기까지 기장군은 이름 없는 고장이었다. 그러나 기장은 고유지명을 잃고 잊혀졌던 세월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동남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도시로 기지재를 켜고 있다. 방사선 융합 첨단산업을 선도하는 ‘빛’, 수산해양과학기술의 ‘물’, 일자리와 쉴자리가 넉넉한 ‘꿈’의 도시로 나아가고 있다.
원자력발전소가 밀집한 기장군은 원전 1호기인 고리원전의 폐로 결정과 함께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2014년 4월 기장군 장안읍에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첫 삽을 뜨면서 기장군은 원자력 비발전 분야로의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원자력을 의료용·산업용으로 활용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매년 10~11월 기장군 연화리에서는 ‘기장붕장어축제’가 열려 무료시식회, 맨손으로 붕장어 잡기 등 다양한 체험행사로 관광객의 오감을 즐겁게 한다. 사진은 맨손으로 붕장어 잡기 행사에 참가해 즐거워 하는 관광객들. / 기장군
의료용·산업용 원자력 활용 극대화
3500억원을 투입해 조성하는 클러스터는 경제효과 9조4000억원, 고용효과는 2만1000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동부산관광단지, 해운대, 벡스코와 연결되는 치료와 휴양의 일번지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기장군의 야심찬 목표다. 이 단지에는 현재 운영 중인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을 비롯한 의료용 중입자가속기센터, 수출용 신형 연구로 외에 방사성 동위원소 융합연구원과 전력반도체 클러스터, 방사선 의과학기술원 등이 연이어 들어선다.
수출용 신형 연구로(2900억원)는 암 조기진단과 치료에 사용하는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를 생산하고 연구하는 사업이다.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개발이 완료되면 의료산업뿐 아니라 고품질 반도체 소재 생산, 비파괴검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관 산업의 활성화가 기대돼 경제적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1950억원이 투입되는 의료용 중입자가속기 치료센터는 암세포만 정확하게 파괴하는 첨단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병원이다.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리는 중입자가속기는 치료과정에서 통증과 후유증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몸에 칼을 대지 않고 정상세포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몸속 깊숙한 곳에 있는 암세포만을 파괴한다. 불과 30분 만에 몸속에 있는 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다. 오전에 치료를 받고 휴식을 취한 다음 오후에 정상적인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다. 중입자가속기 치료센터는 현재 일본(4대), 독일(2대), 중국과 이탈리아(각 1대) 등 전 세계 4개국 8곳에서만 운영되고 있다.
동위원소를 이용해 다양한 산업에 응용하고 신약을 개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 융합연구원 설립과 국내 파워반도체 기업의 집적화를 위한 연구기반 및 클러스터 조성도 추진 중이다.
매년 4월 말 기장 대변항 일원에서 열리는 ‘기장멸치축제’의 백미로 꼽히는 멸치털기. / 기장군
기장군은 특히 원전 해체기술 종합연구센터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규석 기장군수는 “기장군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원전이 있는 곳으로 2030년까지 수명이 완료되는 원전만 4기에 달할 뿐 아니라 원자력 비발전 분야의 국책시설이 밀집되어 있는 만큼 해체기술 개발사업의 최적지”라고 밝혔다.
기장군은 전국 처음으로 바다 밑 도시계획을 수립했다. 바다 밑 도시는 기장군의 해안선 44.1km를 따라 수심 25m 이내인 연안과 해상 4861㏊가 그 대상지다.
장안읍에서 일광면 문동리까지 1100㏊에는 왕우럭 특화단지와 미역·다시마를 비롯한 해조류 군락지, 낚시 체험시설 등이 들어선다. 일광면 칠암항에서 이동항까지 300㏊에는 전복·해삼 특화단지와 수중 체험시설이 마련된다. 또 기장읍 죽성리에서 대변리까지 200㏊와 기장읍 오랑대공원에서 해동용궁사까지 200㏊에는 피조개 특화단지와 전복·해삼 특화단지가 각각 조성된다.
세부적으로는 죽도공원화사업, 장어브랜드 명품사업, 해조산업 거버넌스 구축, 일광 사계절 해수욕장 육성사업, 원자력공원 조성사업 등을 추진하고 해양레포츠타운, 해상분수대 조성, 해상낚시공원, 그린에너지공원, 스마트 팜 빌리지(Smart Farm village) 등이 들어선다. 바닷속 숲길, 해중공원, 왕우럭특화단지, 해조류 군락단지, 특화패류군락단지, 어류군락단지 등도 꾸밀 계획이다.
또 바다목장을 조성해 바다 사막화 방지에도 힘을 쏟는다. 수심 4∼8m에서 잘 자라는 감태와 참모자반 등 어초를 투입해 물고기가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바다숲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기장군 관계자는 “바다 밑 도시와 바다목장과 함께 해양레포츠를 연계할 경우 기장군이 해양관광분야의 고품격 레저문화를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력을 의료용·산업용으로 활용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클러스터 조감도. / 기장군
먹거리·볼거리 많은 축제의 고장
기장군은 가히 먹을거리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요리사는 물론이고 전업주부들은 미역과 다시마를 이야기할 때 기장 미역과 기장 다시마를 최고로 꼽는다. 질감이 단단하고 탄력성이 좋으면서도 부드러워 한국 최고의 명품으로 알려져 있다. 기장군에서는 4~8월 기장미역·다시마축제가 열리고 있다. 관광객이 참여하는 체험행사를 다양하게 준비하는 등 성대하게 치러지고 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멸치다. ‘기장하면 멸치, 멸치 하면 기장’이란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멸치는 기장을 대표하는 먹을거리가 된 지 오래다. 매년 4월 말 기장 대변항 일원에서 ‘기장멸치축제’가 열린다. 특히 봄에 잡은 멸치회는 살이 부드러워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듯한 식감이 일품이다. 해상에서 펼쳐지는 어선의 경축퍼레이드, 멸치낚기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특히 어부들의 멸치털기는 축제의 백미로 꼽힌다.
‘아나고’라는 일본식 표기로 잘 알려진 붕장어 또한 기장군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몸보신용으로 찾는 사계절 보양식이다. 회, 구이, 덮밥, 탕에서 약재로까지 다양하게 이용되는 붕장어는 10월부터 제맛을 낸다. 기장군 연화리에서는 매년 10~11월 ‘기장붕장어축제’를 개최한다. 무료시식회, 맨손으로 붕장어 잡기 등 다양한 체험행사로 관광객의 오감을 즐겁게 한다.
흔히 대게를 이야기할 때 ‘영덕대게’, ‘포항대게’를 떠올리지만 기장에도 대게골목이 형성돼 있다. 기장읍 기장시장 안에는 대게 파는 식당이 줄지어 있어 대게를 찌는 수증기가 골목을 가득 채울 정도다. 가격이 저렴하고 부산과 울산의 식객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소고기도 기장의 자랑거리다. 기장군 철마면 장전천 일대에서는 가을마다 ‘철마한우불고기축제’가 열린다. 장전천 들녘의 대형천막에서는 1000여명이 동시에 한우를 구워 먹는 장관이 펼쳐진다. 철마면의 다양한 농수산물 직거래 장터도 열려 가족단위 관광객에게는 최고의 추억을 선사한다.
오 군수는 “기장군은 동남권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미래를 새롭게 그려갈 순백의 캔버스 같은 도시”라며 “꿈을 가진 이들이 꿈을 이룰 수 있는 도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