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郵政)이야기]지속성장을 위한 ‘토요배달’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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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郵政)이야기]지속성장을 위한 ‘토요배달’ 부활

입력 2015.09.07 15:50

  • 김경은 기자

9월 12일부터 우체국택배의 ‘토요배달’이 부활한다. 근로자의 노동시간 단축과 업무강도 완화를 위해 도입한 주5일제 근무 탓에 지난해 8월부터 중단됐던 토요배달이 1년여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지난 9월 1일 우정사업본부(본부장 김기덕)와 전국우정노동조합(위원장 김명환)이 노사합의로 토요일 집배 재개를 결정했다.

우정사업본부는 국가기업이다. 정부기관이면서 기업처럼 운영하는 이중적 성격을 갖고 있다. 정책 일관성이 생명인 정부조차도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바꿔 시장에 혼란을 주는 일이 적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돈벌이를 하고 세금지원도 받지 않는 우정사업본부가 1년 만에 토요배달 재개를 결정했다고 웬 수선을 피우냐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타협과 양보가 익숙하지 않은 노사문화 속에서 이룬 상생적 타결이기 때문이다. 특히 토요배달을 담당해야 하는 집배원의 열악한 근무조건을 감안하면 ‘의외의 합의’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집배원의 장시간 노동은 유명하다. 세계적으로 노동시간이 길기로 이름난 한국에서 가장 긴 노동을 하는 직업 중 하나가 집배원이다. 집배원의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10시간이 넘는다. 밤 10시가 넘어서 퇴근하는 날이 비일비재하다는 얘기다. ‘저녁이 있는 삶’은 기대할 수도 없다. 과도한 노동은 집배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다. 집배원 산업재해율도 매우 높다.

우정사업본부 김기덕 본부장과 김명환 전국우정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 9월 1일 서울 광화문우체국에서 우체국택배 토요택배 협약서에 사인하고 있다. / 우정사업본부 제공

우정사업본부 김기덕 본부장과 김명환 전국우정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 9월 1일 서울 광화문우체국에서 우체국택배 토요택배 협약서에 사인하고 있다. / 우정사업본부 제공

토요배달을 중단했을 때만 해도 토요일 집배 휴무는 집배원의 노동시간 문제를 해결하는 기본적 조치라고 여겨졌다. 그런데 불과 1년여 만에 우정사업본부가 이를 뒤집은 것이다. 왜 ‘토요일의 삶’까지도 반납한 것일까. 토요배달 재개의 명분은 국민 불편 해소과 기업의 건전한 성장이다. 이는 경영진의 논리다. 김기덕 우편사업본부장은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기관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는 국민편익이다”라면서 “이를 외면한다면 우정사업본부의 존재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사실 토요배달이 중지된 이후 농산물 주말 직거래를 하는 농어민, 중소 인터넷 쇼핑몰 업체, 주말부부 등 많은 ‘국민고객’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민원을 제기했다. ‘국민고객의 불안=매출의 감소’다. 실제로 토요배달 중단에 따른 택배업체의 계약 해지가 잇달았다. 서비스 경쟁력 약화에 따른 간접적인 손실을 차지하고 계약 해지에 따른 직접적인 매출감소액이 무려 500억원에 이르렀다. 특히 지난 6월에는 주말배송 문제 때문에 ‘제7쇼핑몰’인 공영홈쇼핑과 계약이 무산됐다. 택배 우선협상 대상으로 선정됐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그만큼 우정사업본부의 아쉬움은 컸다. 신상열 우편신사업과장은 “공영홈쇼핑 계약 무산 이후 노조의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노사협의 과정에서 노조 측 실무협상을 담당한 권상원 노사교섭처 조사국장은 “건실한 성장을 위해 큰 틀에서 동의한 것”이라며 대승적 타결임을 강조했다.

경영진도 가능한 한 주5일 근무의 원칙은 준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가급적 토요일 근무 희망자에게 우선 업무를 배정하기로 했다. 또 필요한 경우 위탁업체도 동원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집배원의 업무 경감을 위한 제도를 도입할 계획도 세웠다. 토요배달 재개에 따라 고객이 지정한 날에 소포를 배달해주는 ‘배달일 지정 서비스’, 우체국 창구에서 소포 접수 대기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요금 선납 소포상자 제도’ 도입 등이 그것이다.

토요배달 결정은 노사의 윈·윈 파트너십을 보여준 전형이다. 경영자는 경영자대로, 노조는 노조대로 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 협력한 우정사업본부의 사례는 민간기업에도 하나의 귀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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