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내용은 좋았다. 왜 뉴스사이트 접속에서 페이스북이 구글을 앞지르게 됐을까. 뉴스의 본질이 무엇인가 성찰을 담은 글이다. 뉴스를 읽는 독자들은 ‘새로운 소식’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뉴스를 매개로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의 도구’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이 칼럼기사가 SNS 상이나 누리꾼의 관심을 모은 것은 기사에 달린 제목이었다. ‘보나마나 이 기사도 아무도 안 읽을 거야.’ 뭔가 자괴감이 느껴진다. 아무리 좋은 기사라고 하더라도, 독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이라는 우울해 보이는 제목이다.
누리꾼들은 오랜 떡밥을 떠올렸다. 종이신문의 귀퉁이에 실린 단신을 찍은 사진이다. “편집장 일 안한다. 이 놈은 내가 기사를 이따위로 써도 필터링 안 하고 그냥 올린다. 같이 시말서 한 번 써보자, 짜샤.” 크레딧은 ‘조중동 기자 JJD18@newsin.com’로 돼 있다. 이 밈(meme)이 퍼진 건 2000년대 중반이었다. 당시 필자도 주위의 다른 기사 내용이나 이메일 주소를 단서로 출처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결국 실패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같은 자리에 “아나 쓸 말 없다. 김국형 기자 tkdgjs@hanmail.net”라고 적힌 다른 이미지가 이후 출현했다. 2008년 즈음 누리꾼 사이에서 결론 나기로는 ‘이미지패러디’라는 사이트의 모듈이라는 것이다. 저 사이트에 들어가 아무 글이나 올리면 그 내용을 마치 신문기사를 찍은 사진처럼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2015년 현재 아직 사이트는 접속된다. 하지만 실제 저 ‘신문 패러디’ 모듈이 존재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8월 26일, ‘보나마나 이 기사도 아무도 안 읽을 거야’라는 제목으로 미디어오늘이 내보낸 IT칼럼 기사. / 미디어오늘 캡처
문제는 다시 처음의 칼럼이다. 외고 담당한 기자가 저렇게 제목을 뽑아 넘겼다고 하더라도 데스킹 과정을 어떻게 통과할 수 있었을까. 칼럼은 8월 26일 미디어오늘이 출고한 기사다. 미디어오늘에 근무하는 지인에게 물어봤다. “아… 그 칼럼은 편집장이 직접 담당하는 외고인데요.” 생각해 보니, 칼럼에는 미국 공영라디오 방송 NPR의 웹사이트 담당자의 ‘실험’이 인용돼 있다. 실험이란 “사람들이 기사를 안 읽고 댓글을 다는 것 같다. 혹시 이 글을 보신 분들은 댓글을 달지 말아달라.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자”는 대목을 기사 중간에 살짝 끼워넣는 것이었다. 결과는? 여전히 사람들은 다른 기사와 마찬가지로 댓글을 달고 토론도 벌이고 있었다. 혹시 저 제목도 일종의 실험? 미디어오늘 이정환 편집장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봤다.
“맞습니다. NPR 실험 대목을 보고 제목을 구상했습니다.” 자학개그나 데스킹 실수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일단 일부 누리꾼 사이에서 주목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실제 조회수는 어떻게 될까. “글쎄요. 미디어오늘이 다루는 여러 영역 중에서 IT 기사가 조회수가 높지 않은 것은 사실이에요. 정치현안 기사 조회수에 비해서는 적습니다.” 기자도 궁금해졌다. 저 제목을 달아 내보낸다면 과연 독자 반응은 있을까. 혹시 특이한 결과가 나온다면 다시 이 코너에서 공개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