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3일, 디시인사이드에 “자고 일어나보니 목포”라며 한 누리꾼이 올린 사진. | 디시인사이드
“야 씨X, 나 어떻게 하냐. 자고 일어나보니 난생 처음 와본 곳인데.” 7월 23일 디시인사이드에 올라온 글이다. 두 장의 사진이 포스팅돼 있다. 용산→목포행 열차 사진, 그리고 7월 22일 오후 11시39분 수원에서 출발해 23일 0시14분 천안까지로 찍혀 있는 열차 티켓. “일이 끝나서 집에 가려고 무궁화호 티켓을 끊었고, 잠이 들었는데 승무원이 ‘고객님 종착역입니다’라고 깨워서 나와 보니 ‘남쪽 끝’에 와 있다”는 것이다. 디시인사이드‘답게’ 반응은 짓궂다. “반대편 티켓 끊고 바로 출근하셔야긋네”라는 반응에서부터 “이분 새우잡이 배 끌려갔답니다. 글 내려주세요”와 같은 조롱댓글까지.
사실 궁금하다. 누구나 한 번쯤 할 수 있는 실수다. 코레일 측에 물어봤다.
“…이런 경우가 참 애매한데, 손님이 실수할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정상기 코레일 영업정책총괄부장의 말이다. 승객이 이렇게 내려야 하는 정거장에서 못 내리는 걸 지칭하는 용어는 월승(越乘)이라고 한다. “반대로 예를 들어보죠. 만약 부산에서 수원을 가는데, 이를테면 짐 챙기다 실수로 못 내리면 다음 역인 서울역까지 가야 합니다. 월승한 거죠. 그럴 경우 해당 객차의 차장에게 사정을 말하면 원래 목적지까지 ‘무임송환’해주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디시인사이드에 올라온 해당 케이스는 조금 애매모호하다고 말한다. 간단히 말해 ‘무임송환’ 대상인지 판단하기는 애매하다는 것이다. 그러면 무임승차? 정 부장의 설명에 따르면 무임승차의 경우 해당구간의 10배 금액을 물어내야 한다. “무임승차라고까지 할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야간이고 잠들어 있는 상황이라 고의로 그런 것은 아닐 것 같고….” 어째 딱 떨어지는 이야기는 아니다. 현장 상황에 따라 역무원이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결정하는 것? “아, 그런 것은 아니고, 실제 월승은 종종 일어납니다. 특히 나이 드신 노인 분들이 그런 일을 겪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에 게시물도 올릴 정도라면, 젊은 분이고, 경제적 여력도 있는 분이니….” 거리가 멀어 ‘무임송환’ 적용은 어려웠을 테고, 목포역 측에서도 그냥 표를 끊고 올라가게 했거나, 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을 안내했을 것이라는 게 정 부장의 추론이다.
목포까지 ‘뜻밖의 여정’을 하게 된 이 누리꾼은 “지갑엔 8000원밖에 없다. 밖에는 택시도 안 다니네”라는 글을 추가로 올렸다. 그 후 현재까지 감감무소식. 어떻게 됐을까. 애초에 올린 표 사진을 보면, 수원에서 천안까지 신용카드로 결제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금은 부족하다고 하니 다시 카드결제로 첫차 표를 끊어 올라올 수밖에. 열차시간표를 보니 처음 출발지인 수원으로 가는 열차는 오전 7시30분 무궁화호가 첫차다. 도착시간은 12시8분. 개인적으로는 황당한 경험이었겠지만,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