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최저임금 위반해도 ‘최저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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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청년학생단체연석회의 회원들이 6월 22일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 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표지이야기]최저임금 위반해도 ‘최저 처벌’

입력 2015.07.21 16:16

법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실제 사법처리율은 0.12%뿐

0.12%. 최저임금법을 지키지 않을 때 사법처리를 받을 확률이다. 적어도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의 조치내역을 보면 그렇다. 99.87%의 최저임금법 위반 사업주들은 법을 지키지 않았지만 벌금도 징역도 없이 사실상의 면죄부를 받았다. 법대로 지켜야 할 최저임금 미지급분만 지급하면 끝인 셈이다. 최저임금법에는 최저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을 무서워하는 사업주도, 법에 따라 위반 사업주를 사법처리하는 노동관서 공무원도 없다. 반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일자리만 늘어난다.

대학생 노휘영씨(26)는 지난해 일하던 편의점에서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월급을 받은 적이 있다. 모집공고에 올라와 있던 내용은 최저임금만큼 시급으로 지급한다는 것이었지만 한 달 지나 월급날이 돼서 받은 돈은 그에 못 미쳤다. “1.5배 적용되는 초과근무 시급이나 주휴수당 이런 거 다 빼고 계산했는데도 모자라서 달라고 했더니 배째라고 나오잖아요. 노동청에 신고하고 겨우 받았죠.” 사업주는 근로감독관의 개입 후에도 법에 정해진 최저선에서 임금을 지급했을 뿐 손해본 것은 없다. 하지만 노씨는 새로 일자리를 구하는 데 들인 시간을 포함해 적잖은 노력을 들여야 했다.

“점주가 최저임금대로 안 줬다는 걸 알바 직원이 증명해야 돼요. 월급 입금된 내역도 내가 뽑아서 갖다 주고, 일하던 기간 동안 매일 (일한) 시간 체크한 내역도 내가 정리해서 입증해야 돈 받을 수 있게, 법이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노씨의 경우처럼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아도 그 사실을 노동자가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총 적발 및 신고 건수에 비해 실제 위반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청년학생단체연석회의 회원들이 6월 22일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 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청년학생단체연석회의 회원들이 6월 22일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 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최저임금을 위반한 사업주에게는 거의 희박한 확률의 제재만이 가해지는 동안 최저임금마저 못 받는 노동자 수는 사상 최대로 늘었다. 올해 3월 현재 전체 임금노동자 1879만명의 12.4%에 이르는 232만명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8월 169만명 선까지 떨어진 최저임금 미달 노동자 수는 다시 해마다 늘어나 결국 올해 3월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정규직에선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비율이 25.7%나 됐다. 정규직의 최저임금 미달률 1.7%와 극명한 차이를 보인 것이다.

적발돼도 미지급분 임금 주면 “끝”
‘최저’ 수준의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지속적으로 늘었지만 당국의 단속은 이에 반비례해 점차 줄어들었다. 고용노동부가 사업장을 단속해 최저임금법 위반을 적발한 사례는 2012년 9051건에서 2013년에는 5467건으로, 지난해에는 1645건까지 급감했다. 고용노동부는 “정부의 홍보 강화와 사업주들의 의식 제고로 최저임금법 위반이 많이 줄었다”고 해명했지만 노동자들이 직접 신고한 위반건수를 보면 그렇지도 않았다. 노동자들이 최저임금법을 어긴 사업주를 신고한 사례는 2012년 771건에서 2013년 1423건, 지난해 1685건으로 계속해서 늘었기 때문이다.

법을 위반해 적발되더라도 미지급분 임금을 주는 ‘시정조치’만 하면 끝이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의 최저임금법 총 위반사례 7만8070건 가운데 수사기관에 고발조치하는 사법처리 건수는 98건에 불과했다. 앞서 나온 0.12%의 확률이다. 최저임금 미지급과 함께 최저임금을 노동자에게 알리지 않는 것도 처벌받는다. 이 경우 사업주는 최대 100만원까지 과태료를 내야 한다. 그러나 전체 7만8070건 중 과태료 부과 건수도 20건에 불과했다. 사법처리와 과태료 부과를 모두 더해도 0.15%, 1000번의 위반 중 1.5번만 법적 제재를 받은 셈이다.

안 걸리고 넘어가면 좋고, 걸려도 그만인 노동행정 탓에 사업주들이 최저임금을 지키게 만들 유인이 전혀 없는 것이다. 강훈중 한국노총 선전본부장은 “법을 위반해서 걸리더라도 시정조치만 하고 나면 그 뒤엔 아무런 불이익이 없는데 누가 법을 제대로 지키려 하겠느냐”며 “최저임금법이 좀 더 실효성을 갖게 하려면 보다 강력한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위반사실을 노동자가 입증해야 하는 점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의 경우 최저임금을 지키는 비율을 높이기 위해 위반 업주 명단을 공개하고, 위반자를 형사 기소하기 위한 인력을 충원하라는 등의 개선방안을 저임금위원회가 권고한 바 있다. 또 최저임금 미지급분을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것에 더해 미지급분의 2분의 1 이상을 벌금으로 물리는 등의 대책도 나오고 있다.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은 “탈법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나 적발 즉시 과태료 부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며 “당장의 생계를 위협받는 경우에 대비해 체불임금을 노동부가 우선 지급하고 사업주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등의 보완조치도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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