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개발한 오롤로지컬 머신(Horological Machine) 시리즈는 MB&F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컬렉션이자 매년 시계 애호가들이 신제품을 궁금해하는 가장 핫한 시계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어릴 적 간직한 꿈을 어른이 되어서도 그대로 떠올리고 실현시키는 사람이 과연 이 세상에 몇 프로나 될까? 그런 맥락에서 볼 때 MB&F의 창립자 막시밀리앙 뷰세(Maximilian Busser)는 드물게 행복한 사람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예거 르쿨트르에서 경력을 쌓고 해리 윈스턴에서 ‘오퍼스’ 연작을 진두지휘하며 시계업계에 일약 스타로 떠오른 막시밀리앙 뷰세는 현대의 시계 애호가들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경영자이자 개발자 중 한 명이다. 그가 2005년에 친구들과 규합해 만든 시계 브랜드가 바로 MB&F이고, 이 태생부터 비범한 브랜드가 올해 벌써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MB&F는 물론 국내에서는 제대로 소개된 적이 없는 브랜드다. 하지만 이들의 이름과 지난 10여년의 성과물을 기억하는 시계 애호가들은 많다. 이유는 MB&F는 창립 이래 한 번도 기존에 있던 종류의 시계를 선보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항상 새로운 형태와 디자인에 골몰해 왔고, 심지어 외계인이 만든 시계 같다는 평도 곧잘 들을 만큼 아방가르드의 끝을 달려 왔다.
창립 10주년 기념 시계 HMX. / ⓒMB&F
MB&F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막시밀리앙 뷰세는 제품 기획단계에서부터 기성 시계와는 완전히 차별화된 시계를 염두에 두었고, 그의 기발한 상상력의 원천은 어릴 때 즐겨본 공상과학영화나 만화, 애니메이션, SF소설, 그리고 그가 존경해 마지 않는 전위적인 건축가와 산업디자이너의 작품들이었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공상가가 아니라 탁월한 경영자이기도 했다. 자신의 상상력을 충분히 현실화할 수 있도록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엔지니어들과 독립 시계 제작자들을 영입해 프로젝트 단위로 세상에서 가장 독창적인 시계를 개발해 왔던 것이다.
그가 개발한 오롤로지컬 머신(Horological Machine) 시리즈는 MB&F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컬렉션이자 매년 시계 애호가들이 신제품을 궁금해하는 가장 핫한 시계 중 하나다. 무브먼트를 전복해 다이얼로 드러내고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시간을 표시하는 시계는 지금은 비교적 흔히 볼 수 있게 되었지만, 2000년대 중반까지도 무척 낯선 것이었다. 여기에 개구리 눈이나 쌍안경 등을 연상시키는 기괴한 케이스는 한눈에도 MB&F 시계임을 알 수 있게 하는 트레이드마크였다. 심지어 뷰세가 어린 시절 일본 만화영화의 한 우주선에서 영감을 얻은 6번째 오롤로지컬 머신 HM6 스페이스 파이러트는 세계적인 권위의 디자인 어워드인 레드 닷 어워드 2015의 프로덕트 디자인 부문에서 베스트 오브 베스트상을 수상할 만큼 독창성과 디자인을 공인받았다.
MB&F는 올해 창립 10주년을 기념하며 HMX라는 신작을 발표했다. HM은 오롤로지컬 머신의 이니셜을, X는 로마자 10을 뜻하는 것으로 10주년의 의미다. 신작 HMX는 뷰세가 어린 시절부터 좋아한 1970년대 슈퍼카에서 디자인 영감을 얻었으며, 비슷한 디자인의 전작 HM5의 연장선상이면서도 더욱 곡선미가 강조된 디자인과 무브먼트의 일부를 시원하게 노출시킨 형태로 한층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하고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는데, MB&F의 도전정신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새로 개발한 HMX의 케이스백 로터에 새긴 ‘창조적인 어른은 살아남은 어린이다(A Creative Adult is a Child Who Survived)’라는 문구 역시 막시밀리앙 뷰세의 조로하지 않는 창조력과 MB&F의 포부를 함께 엿볼 수 있게 하는 근사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타임포럼 시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