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게임산업, 중국에게 추월당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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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게임산업, 중국에게 추월당한 이유

입력 2015.05.19 11:47

IT 강대국으로서 가장 크게 활성화되어야 할 분야가 게임이라며 칭송하던 정부는 연이은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로 발목을 잡았다. 청소년의 게임중독에 대한 우려로 게임시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 게임중독방지활동을 위한 기금출연 등의 제한을 만들었다.

“한국이 IT 강국이라고 하는데 이미 중국에 추월당한 지는 오래됐고, 추월당해 남겨진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이냐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지난 4월 30일, 스타트업 지원단체인 오렌지팜 출범 1주년을 맞이하는 간담회 현장에서 게임업체 스마일게이트의 권혁빈 회장이 한 이야기다. 권 회장의 스마일게이트는 크로스파이어라는 게임으로 중국 시장을 휩쓸고 있고, 권 회장은 올해 포브스에서 발표한 한국 10대 부자 중 7위에 뽑힐 정도로 성공한 게임 사업가다.

게임산업에서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개발력과 운영 경험이 있다. 그럼에도 왜 다른 산업처럼 중국에 밀려날 수밖에 없었을까. 사진은 지난 2012년 부산에서 열린 게임산업박람회 ‘지스타’ 행사에 모인 시민들. | 경향신문 자료사진

게임산업에서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개발력과 운영 경험이 있다. 그럼에도 왜 다른 산업처럼 중국에 밀려날 수밖에 없었을까. 사진은 지난 2012년 부산에서 열린 게임산업박람회 ‘지스타’ 행사에 모인 시민들. | 경향신문 자료사진

현실에 안주하다 게임산업 변방에 위치
다소 충격적일 수 있는 이 발언은 중국발 파도 앞에 직면한 한국 게임산업의 입장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미 온라인 게임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에 압도적인 1위를 내준 지 오래고, 그나마 선전하던 모바일게임도 ‘클래시 오브 클랜’의 광고 물량공세에 맥을 못 추고 있다.

우리나라의 게임산업은 인터넷산업 초창기부터 이야기를 좋아하고 경쟁과 협력에 익숙한 우리 민족성과 잘 맞는 데다, 뛰어난 젊은 인재들이 뛰어들면서 한국의 IT 성공신화를 이룩한 바 있다. 전설적인 머드게임 ‘바람의 나라’를 만든 넥센부터 정통 MMORPG의 시작인 ‘리니지’의 엔씨소프트, 엄청난 스케일의 ‘뮤’를 만든 웹젠까지 한국의 게임업체들은 스토리, 디자인, 운영 등에 대한 질과 유저 수와 매출액 등의 물량면에서 세계 1위라고까지 불렸다. 더구나 게임의 개발과 운영뿐만 아니라 프로게임 리그를 만들고 이를 중계까지 하면서 게임산업 전방위에 걸친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고 이를 세계에 전파하면서 게임산업의 메카와 같은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슷비슷한 게임들만 양산하며 현실에 안주하던 한국 게임은 이제 세계 게임업계의 변방에 머물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한국 게임을 수입해 배급하던 처지의 중국 게임사들은 이제 한국의 유력 게임회사의 대주주가 되었고, 오히려 중국에서 개발한 게임을 국내에 유통시키며 관계를 역전해 가고 있다.

일례로 QQ라는 메신저 서비스를 제공하던 텐센트는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와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트’ 등 한국 게임을 수입 유통하여 중국 게임시장을 평정한 후 2011년 2월 인기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개발사 라이엇 게임즈의 대주주가 되었다. 2012년 4월에는 카카오톡을 서비스하는 카카오에 720억원을 직접 투자해 13.8%의 지분을 확보, 김범수 의장에 이어 2대 주주가 됐다.

한국 시장에 대한 진출 및 중국 본사의 지원이 꾸준히 이루어지면서 레드덕, 스튜디오혼, 아이덴티티게임즈, 리로디드스튜디오, 탑픽, 넥스트플레이 등에 150억원 이상을 투자해 지분을 확보했다. 2014년 5월에는 자회사를 통해 아이러브커피의 개발사 파티게임즈에 20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가 되었다.

2011년에는 한국지사 텐센트코리아를 설립해 웹게임 ‘춘추전국시대’ 등 중국 개발 게임들을 국내에 유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내 개발 게임의 유통채널에 불과하던 중국 게임사들이 이제는 개발사의 대주주일 뿐만 아니라 국내 게임시장이 중국 게임사들의 시장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지경에 이른 것일까? 조선, 철강, 화학 등 다른 산업처럼 어쩔 수 없는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선 게임업계 자신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개발하고 관련 산업의 육성에 주력했어야 했으나 오직 돈이 되는 또는 성공한 경험이 있는 대작 MMORPG 개발에만 매달려 고만고만한 게임만 양산하면서 차별화에 실패했다. 연이은 대작 게임의 실패로 게임산업에 대한 투자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게임의 질도 떨어지게 되면서 시장을 빼앗기고 만 것이다. 중국 게임은 이런 틈새를 파고들어 우리 게임사들이 관심도 없었던 가벼운 웹게임을 시작으로 시장을 잠식해 나갔다.

대작에만 몰두한 게임사, 차별화에 실패
한때는 IT 강대국으로서 가장 크게 활성화되어야 할 분야가 게임이라며 칭송하던 정부는 연이은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로 발목을 잡았다. 청소년의 게임중독에 대한 우려로 게임시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 게임중독 방지활동을 위한 기금 출연 등의 제한을 만들었다. 그리고 게임 콘텐츠에 대한 중독지수 판정 등을 통한 규제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따라서 게임업계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개발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좀비, 호러 게임들이 국내에서는 보기 어려운 이유다.

아울러 언론도 게임이 폭력성을 조장한다며 PC방의 전원을 내린 사건에서 보듯이 게임의 부정적인 면을 확대하기에 급급했다. 최근 빈발하고 있는 묻지마 범죄에 대해서는 어김없이 범인이 게임을 즐겨 했다는 것을 보도하고 있다. 마치 게임이 모든 묻지마 범죄의 원인인 것처럼 보이게 말이다.

아울러 게임의 기반이 되는 인터넷 인프라 환경의 선도적인 구축에서도 후발국가들에 밀려 버렸다. 대표적인 것이 모바일 환경이었다. 유선인터넷 인프라 구축에서는 선도적이었던 한국이 무선인터넷 환경에서는 미국과 유럽에 뒤질 수밖에 없었던 것에는 다양한 무선인터넷 플랫폼을 허용하지 않고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위피에 독점권을 준 것과 이동통신업체들의 무선인터넷 정액요금제 도입이 늦어진 것에 기인한다.

결국 애플의 강요에 의해 위 두 가지 제한이 풀리면서 그제야 무선인터넷 콘텐츠 시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미 무선인터넷 플랫폼에서 애플과 구글에 밀린 우리는 후발주자로 모바일 게임을 개발, 서비스할 수밖에 없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게임만큼 우리 민족성과 잘 맞는 콘텐츠가 없다.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다.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개발력과 운영 경험이 있음에도 다른 산업처럼 중국에 밀려나야 할까?

권 회장이 말했듯이 다시 한 번 게임산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다양한 게임 콘텐츠가 자유롭게 개발되고 유통될 수 있도록 규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게임사들도 돈이 되는 장르의 게임만 개발하지 말고 다양한 장르의 게임서비스를 내놓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게임 개발로 축적된 기술과 경험으로 관련 산업을 발전시켜가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게임엔진을 이용한 다양한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의 개발이나 이를 이용한 서비스들을 개발한다면 시장을 더욱 크게 확대할 수 있다.

지금 첨단 IT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드론도 멕시코 출신 이민자의 취미생활에서 시작된 것을 보면 게임을 통해 새로운 산업이 시작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 기회를 우리는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윤원철 KINX C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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