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중단 파동으로 적어도 물가지수만 봐서는 오히려 경남도민들의 삶은 팍팍해진 것처럼 보인다. 국민연금은 망하기로 거의 확정된 제도다. 왜냐하면 낸 돈보다 더 받아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또한 주식의 기대이익 실현을 누군가 방해하면 국민의 권리를 침해한 것 아닌가.
상황 1.
통계청은 지난 5월 1일 ‘2015년 4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했다. 1년 전 대비 0.4% 상승. 연초의 담뱃값 인상분을 제외할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사실상 음수(-)다. 이것이야 충분히 예견되었던 일이므로 한국은행을 제외하고 놀라는 경제전문가는 아마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진짜 놀랄 만한 팩트는 다른 곳에 있었다. 담뱃값 인상을 제외할 경우 원유가격 하락 속에서 물가가 이렇게 증가한 가장 큰 이유는 서비스 가격 특히 개인서비스 가격의 상승 때문이었다. 개인서비스는 가중치가 무려 소비자물가 산정 대상품목 전체의 30%를 초과할 정도로 비중이 큰 부문인데, 여기서 상승률이 1.9%가 나와서 이것이 전체 물가를 약 0.6% 정도 밀어올린 것이다. 그런데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의 구체적인 내역을 보니 1년 전에 비해 학교 급식비가 10.7% 상승한 것이 눈에 띈다. 무상급식 중단 파동이 결국 이렇게 서민의 삶을 팍팍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 지표로 드러난 것이다.
아직도 혹시 의심을 가지는 독자가 있다면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률의 지역별 분포를 확인하시기 바란다. 전월 대비 소비자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0.3% 상승률을 보인 경남이고, 문제가 된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률은 대부분의 시·도가 0.2%에서 0.4% 정도를 보인 데 비해 유독 경남지역만 1.3%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상승률을 보였다. 2위인 강원지역의 0.8%와 비교해도 독보적이다.
물론 우리는 누가 이 정책을 밀어붙였는지 잘 안다. 모래시계 검사로 요새 검찰을 들락거리는 홍준표 지사다. 정치적 흥행 여부는 차치하고, 그래서 이 정책으로 경남도민 살림살이는 많이 윤택해졌는가. 급식비 줄인 돈을 어디에 썼는지 모르니 정확한 판단은 할 수 없지만, 적어도 물가지수만 봐서는 오히려 경남도민들의 삶은 팍팍해진 것처럼 보인다. 한국은행이 손놓고 있는 사이에 우리나라 물가는 도지사가 좌지우지하는 부분이 생겨난 것이다.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가 4월 24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부모의 의견수렴 후 도의회 중재안의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 김정훈 기자
돈 내는 사람에게 묻지도 않는 ‘강탈’
상황 2.
요새 정치권의 화두는 단연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다. 연금을 전공한 전문가들이나 이해하던 소득대체율이라는 단어가 요새는 보통명사가 되어버렸다. 여야는 공적연금 강화를 위해 소득대체율을 인상하기로 하고 여기에 대통령과 보건복지부가 반발하는 형국이다. 재미있는 것은 복지를 우선 고려해야 할 정부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복지보다 재정을 먼저 걱정해서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식은 보건복지부는 소득보장 강화를 주장하고, 기재부가 재정부담 등을 우려해 반대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그러나 현재 일고 있는 국민연금 논란이 비상식적인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국민연금은 망하기로 거의 확정된 제도다. 왜냐하면 낸 돈보다 더 받아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퇴한 사람이나 은퇴가 임박한 사람은 그 돈을 받아 쓸 수 있지만 지금 돈 내는 사람은 아무것도 쓸 돈이 없다. 그런데 돈 내는 사람들 의견도 묻지 않고 돈을 더 써야 하겠다는 것이 작금의 논의의 핵심이다. 어처구니없기도 이런 것이 있을 수 있을까. 이것은 복지 강화가 아니라 강탈에 가깝다. 복지 강화는 그것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설계’되었을 때에만 사용할 수 있는 단어다. 지금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을 배불리기 위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는 것이 어떻게 복지 강화란 말인가. 더구나 돈 낼 사람들 중 상당수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다. 지금 태어난 사람들도 정치적 미성년이어서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대표 없는 곳에 과세 없다”는 미국 독립전쟁의 구호는 적어도 오늘 우리나라 민주주의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 이런 모순을 감추려는 수사는 현란하다. 우리가 더 써도 너희들이 더 내면, 그것도 아주 많이 내면 국민연금은 안 망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 우리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아먹어도 거위는 줄지 않는다. 너희들이 추가로 거위를 어디서 가져오기만 한다면. 이런 것을 궤변이라 하지 않던가.
기대이익 방해가 주주권익 침해 아니다?
상황 3.
지난 4월 30일 헌법재판소는 론스타가 은행법상 대주주(한도초과보유주주)가 될 수 없음에도 감독당국이 이를 심사하지 않아 다른 주주들의 권익을 침해했다는 소수 주주들의 주장을 전원일치의 의견으로 각하했다. ‘각하’란 ‘청구인의 주장이 말도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주지하듯이 론스타는 산업자본이다. 따라서 외환은행을 소유할 수 없고 대주주로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그런데 당국은 이를 무시하고 론스타를 외환은행의 대주주로 만들어 주었고, 산업자본임을 눈감아주어 의결권도 맘대로 행사할 수 있게 했다. 이런 국가의 행위가 론스타를 제외한 소수 주주의 재산권이나 평등권을 침해한 것인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었다.
헌재 판단은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주장이 말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헌재 홈페이지에 등재된 결정요지는 더욱 그로테스크하다. “이 사건 심판대상들은 청구인들과 같은 외환은행의 일반 주주가 가지고 있는 주식의 배당 가치나 의결권 가치를 직접적으로 증가 또는 감소시키거나 의결권 행사에 제약을 가할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즉 헌재의 말은 ‘정부가 론스타에 의결권 행사를 부당하게 허용했기로서니, 다른 소수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를 ‘제약’한 것이 아닌데 무슨 소란이냐’는 것이다.
헌재는 더 나아가 “설령 청구인들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심판 대상들로 인해 청구인들이 소유한 외환은행 주식의 가치가 일부 변동하였거나, 그 효과로 인해 청구인들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의 가치가 비례적으로 감소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심판 대상들에 의한 간접적·사실적 효과로서 청구인들의 경제적 기대이익이 실현되지 않게 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 이러면 잘못된 것 아닌가. 우리가 주식을 살 때는 경제적 기대이익을 얻기 위해 하는 것인데 정부가 그 기대이익의 실현을 방해하면 국민의 권리를 침해한 것 아닌가. 이런 헌재 논리대로라면 주가 조작은 도대체 어떻게 처벌할 수 있는가? 주가를 조작한 사람이 다른 주주 권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한 것이 아니라, 다만 경제적 기대이익 실현을 방해했을 뿐이고, 이것은 주가 조작의 간접적·사실적 결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나라에 법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적어도 헌법이 없는 것은 조금 더 분명해졌다. 참 딱한 사정이로고.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