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오뎅탕?” 공모전 출품작 논란의 전말



주간경향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일베 오뎅탕?” 공모전 출품작 논란의 전말

입력 2015.04.28 18:15

“하도 치가 떨리고 소름 돋고 화가 나서 대구 각산역에 방금 항의전화를 했습니다.” 4월 23일 심야, 한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이날 오후, 한 학생의 공모전 응모 그림을 두고 뜨거운 논란이 벌어졌다. 어묵, 떡볶이, 핫도그를 파는 거리 포장마차 풍경 그림이다.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마치 목욕탕 온탕에 몸을 담근 것처럼 표정을 짓고 어묵 국물에 몸을 담그고 있다. 그리고 아래에는 손 모양. 일베 표시다. 커뮤니티 사이트 일베저장소에 이 사진이 올라온 시간은 이날 오후 4시14분. ‘윾엒저장소’라는 일베 사용자가 올린 사진이다. 세월호 단원고 희생자들을 두고, 물에 불은 어묵으로 비유하는 모독은 세월호 사건 다음날인 지난해 4월 17일 나왔다.

4월 23일, 온라인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한 학생의 공모전 출품작. 세월호 사건을 희화화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됐었다. | 일간베스트저장소

4월 23일, 온라인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한 학생의 공모전 출품작. 세월호 사건을 희화화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됐었다. | 일간베스트저장소

일베에서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사진을 두고 나온 이른바 ‘홍어택배’ 드립에 이어 ‘오뎅드립’이 유행했다. ‘일베 오뎅’ 논란은 단지 글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단원고 교복을 입고 어묵을 먹는’ 퍼포먼스 사진이 올라오면서 폭발했다. 그러니까 그 맥락의 그림이라면 당연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모독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저게 실제 공모전에 제출되었고, 특선상까지 받았다니. 그림을 전시한 지하철역과 학교 쪽에도 비난 전화가 쏟아졌다.

4월 24일 새벽, 그림을 그린 학생의 지도강사라고 밝힌 사람이 글을 올려 전후사정을 설명했다. 해당 그림은 지난해 4월 7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된 상명대 공모전 자유부문에 출품된 작품인데, 보통 공모전의 경우 마감기간 훨씬 전부터 준비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아이디어는 학생과 자신이 머리를 맞대고 낸 것이며, 원래의 주제는 “입시를 준비하면서 지친 학생들이 피로를 풀 때는 모든 하루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친구들과 홍대입구역 앞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를 사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그때 가장 마음이 편하다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결정적 증언은 이날 새벽, 마침 학교에서 야간작업을 하고 있던 상명대 학생으로부터 나왔다. 한 후배로부터 “패륜적 작품에 상을 준 학교가 욕을 먹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 학생은 지난해 응모작을 보관하고 있는 기자재실을 열어 해당 작품을 찾아냈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공개한 수험표에 적힌 작품의 ‘의도’는? 앞의 강사 설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밤늦게까지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포장마차에 모여서 휴식을 취하는 학생들을 그려보았습니다. 푸근한 아주머니의 미소 아래 따뜻한 분식들에 싸여 포근함을 느끼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지난해 작품 제작과정을 소상히 알고 있다는 같은 학원강사 J씨는 <주간경향>과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한 인터뷰에서 “이 친구는 막 졸업한 친구였는데,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려면 학생이었을 때를 생각하고 그리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교복을 입은 아이들을 그린 것”이라고 밝혔다. 심리학 용어로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라는 말이 있다. 애초의 의도와 상관없이 강력한 프레이밍이 생기면 그 맥락에 따라 사건이나 사실을 해석해버리는 것을 두고 나온 개념이다. 그만큼 일베오뎅 사건의 패륜성이 던져준 충격이 강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