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년, 그리고 홍가혜씨에게 낙인찍힌 주홍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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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년, 그리고 홍가혜씨에게 낙인찍힌 주홍글씨

입력 2015.04.14 11:26

“기자라고요? 저 전화로 말 안합니다. 대면하고 말하는 것이 예의 아닙니까?” 적의가 느껴진다. 기자가 통화한 이는 홍가혜씨다. “실명을 다 써도 명예훼손에 걸립니다. 모르셨습니까.” 계속 쏘아붙인다. 원래 쓰려는 기사는 이것이었다. 숲튽훈, 고무통, 김머중, 팡주, 윾가족. 주로 일베에서 통용되는 은어다. 각각 가수 김장훈씨,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 광주, (세월호) 유가족을 지칭하는 말이다. 변형 원리는 이것이다. 숲튽훈은 한자 김(金)과 장(長)자와 유사한 한글이다. 광주나 유가족 역시 얼핏 봐서 비슷한 글자로 한 자를 대체하는 방식이다. 비슷한 원리로 세월호 유가족 유민 아빠 김영오씨를 지칭하는 은어는 김05였다. 은어를 쓰는 것은 주로 명예훼손적, 비하적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홍가혜씨가 자신의 페이스북 프로필로 사용하고 있는 이미지. | 신주욱, 홍가혜씨 페이스북

홍가혜씨가 자신의 페이스북 프로필로 사용하고 있는 이미지. | 신주욱, 홍가혜씨 페이스북

일베에 올라오는 게시물은 많다. 저렇게 변형해 지칭하는 경우, 미리 캡처하지 않으면 나중에 검색에서 찾아내기 어렵다. 저렇게 바꿔쓰면 명예훼손에 걸리지 않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걸린다. 이니셜 등으로 표기해도 특정이 되면 걸린다. 널리 인용되는 판례(대법원 2000다50213 판결)도 있다. 최근 사례도 있다. 신문고 뉴스의 이계덕 기자는 나홀로 소송으로 자신을 ‘개떡’, 7ㅖ덕이라고 지칭한 일베 회원들을 대상으로 법원으로부터 명예훼손 사실을 인정받았다.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 홍가혜씨에게 연락한 것도 그 취재를 위해서였다. 지난 3월 말, 홍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익명의 악플러들이 자신에게 가한 공격 내용을 공개했다. 그에 앞서 일부 종편과 인터넷 매체들은 “홍씨가 악플러 고소로 합의금 장사를 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다. 홍씨가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이 당한 악플테러 실상을 공개하자 여론은 대반전. “끝까지 합의하지 말고 콩밥을 먹이기 바란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기소유예 받았으면 아무런 문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전과가 남아요. 그것 무서운 줄 모르고 의기양양 날뛰는데….” 홍씨의 태도가 누그러들었다. 한 번 터진 홍씨의 이야기는 1시간가량 계속되었다.

“저에게 새겨진 주홍글씨는 도대체 누가 책임질 겁니까. 제가 허위 인터뷰를 했다고 하는데 재판을 통해 다 무죄로 밝혀진 것 아닙니까.” 그렇다고 하자. 침몰된 선체 속 생존자와 대화를 나눴다는 것은 뭘까. “제가 직접 들었다고 안 했어요. 그런 말도 있고 다른 말도 있다는 것을 들었다고 이야기하면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그때 인터뷰를 끊으려고 하니 마지막에 강조한 것이, 다 떠나서 확인해봐야 할 것 아니냐, 한시가 급하다. 들어가서 구조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결국 집도 있는 저를 ‘여관을 전전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구속영장을 집행했어요. 그리고 저는 사회적 매장을 당했고.”

내친 김에 구속 당시 들었던 ‘뒷소문’과 관련해서도 물었다. 다 옮기긴 그렇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녀가 ‘허언증 환자’라고 확신했던 그때 기자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찌됐든, 그녀가 언론들의 마녀사냥의 희생양이었던 것은 틀림없다. 위로가 되긴 어렵겠지만 대신 사과를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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