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인터넷을 떠돈 ‘긴급 저작권법 공지’ 유령게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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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인터넷을 떠돈 ‘긴급 저작권법 공지’ 유령게시물

입력 2015.03.31 13:41

“저작권법이 시행됩니다.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음악 및 저작권 관련법이 1월 13일부터 3개월 계도기간을 거쳐 15년 4월 16일부터 본격적으로 집중단속에 들어간다 하니 회원님들 피해를 입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3월 말, 밴드, 카카오스토리 등에 확산된 ‘긴급 저작권법 공지’ 게시물. 알고 보니 근 10년 동안 일부 내용이 첨삭된 채 떠돈 게시물이었다./캠프모바일

지난 3월 말, 밴드, 카카오스토리 등에 확산된 ‘긴급 저작권법 공지’ 게시물. 알고 보니 근 10년 동안 일부 내용이 첨삭된 채 떠돈 게시물이었다./캠프모바일

기자가 가입해 있는 초등학교 밴드에 지난 3월 25일 올라온 글이다. ‘저작권법 관련 긴급 공지’라는 제목이다. 다른 밴드에도 올라왔다. 펌글 형태로 퍼지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강화된 저작권법이 곧 시행된다고 하는데, 저작권위원회 사이트를 들어가 보면 너무 조용하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면 유사한 문구를 담은 게시물이 2006년 무렵부터 올라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매년 비슷한 시점, 1월에서 3월 사이에 집중되고 있는 글이다. 그러니까 인터넷에서 돌고 돌다가 SNS 버전으로 내용이 개작된 것? 일단 글에 언급된 사진작가의 홈페이지 주소 4개 중 3개는 현재 접속이 안 된다. “이 사이트의 사진과 글은 마음대로 내려받아도 됩니다. 다만 영리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유일하게 살아 있는 김봉선 작가(69)의 페이지에 올라온 주의사항이다. 제주도의 풍광과 습생을 전문적으로 찍어온 작가다. 김 작가와 통화해봤다. “아이고… 한 10년은 된 이야기인 것 같네요.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냐 하면, 제 사진을 판매하는 회사에서 법무법인인가에 의뢰해서 인터넷에 제 사진을 퍼간 사람을 고발한 사건이 있었어요. 뒤늦게 알고 그 소송을 취하시켰어요. 그리고 홈페이지에 제 사진은 마음껏 써도 된다고 공지했습니다. 메일도 받고 전화도 받았어요. 감사하다고.”

그러니까, 김 작가의 기억에 따르면 관련 분쟁이 ‘잠깐’ 있었던 게 벌써 10년도 넘은 일이라는 것이다. 이야기를 나누던 와중, 목록에 언급된 다른 작가의 이름이 우연히 튀어나왔다. “송○○ 작가요? 그분 돌아가신 지 꽤 되었는데….” 송 작가를 기억하는 다른 사진작가도 그가 고인이 됐음을 확인해줬다. 그럼에도 그의 이름은 ‘건당 150만원을 거론하며 불응 시 고발조치를 하는’ 사진작가로 지금까지 고발되고 있다.

글이 처음 올라온 밴드 측 입장도 궁금했다. 지난 다음카카오 검열논란 당시 밴드와 같은 ‘폐쇄형 SNS’의 경우 “영장 없이 회사 측에서 내용 제출이나 검열은 하지 않는다”고 결론이 났는데? “그렇죠. 같이 밴드를 쓰는 사람들 중 누가 고발을 하거나 하지 않는 이상, 밴드를 운영하는 회사에서도 회원들 사이에 오가는 내용을 볼 수 없습니다.” 밴드를 운영하는 네이버 캠프모바일 관계자의 말이다. 대충 결론에 도달한 것 같다. 위의 ‘저작권 긴급 공지’ 글은 벌써 10년 가까이 조금씩 변형되어 인터넷에서 돌고 있는 글이다.

누군가 ‘정말 긴급한 내용입니다’라고 호들갑 떨며 저 글을 퍼오면, 그냥 ‘썩소’ 이모티콘이나 날려주면 되겠다. 그렇다고 ‘어차피 안 걸리는데 저작권이 있는 텍스트, 이미지, 노래 등을 무한정 퍼와도 되겠네?’라고 생각하진 마시길. 그건 오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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