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아동에 야박한 ‘관용 없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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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 아동에 야박한 ‘관용 없는 사회’

입력 2015.03.31 09:58

쟁점의 중심은 이주아동에 대한 특별체류 자격 부여와 부모의 강제퇴거 유예 조항에 있다. 벌써부터 ‘한국판 이민법’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또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이자스민 의원에 대한 비난과 욕설도 난무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8일,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 등이 발의한 ‘이주아동 권리보장 기본법안’에 대한 반대 여론이 심상치 않다.

‘다문화정책은 대한민국의 자살’ 주장
이 논란은 진보적인 인터넷 커뮤니티로 알려진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이자스민의 **법’이라는 글이 실리면서 시작됐다. 이 글의 요지는 이랬다. ‘필리핀계 한국인인 이자스민 의원이 불법체류자를 보호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는 불법체류자 자녀들에게 교육, 육아, 의료복지를 제공하는 법안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불법체류 아동이 한국 학교에 입학하면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가족 모두 강제추방을 면제해준다. 불법체류자들은 납세와 병역 등 한국인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데,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이들이 제공받는 복지비용을 한국인들이 부담해야 한다. 이로 인해 한국보다 경제적 수준이 낮은 나라로부터 불법적으로 이민 오는 숫자가 대폭 증가할 것이다.’ 이런 논리를 들어 법안 반대운동에 동참해 달라는 게 작성자의 주장이었다.

이자스민 의원 등이 발의한 ‘이주아동 권리보장 기본법안’에 대해 쏟아지는 비판은 ‘기우’를 넘어 편견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사진은 지난 2010년 서울 YWCA 등이 벌였던 이주아동·청소년 권리보장을 위한 거리 캠페인. / 이주아동 권리보장을 위한 시민행동

이자스민 의원 등이 발의한 ‘이주아동 권리보장 기본법안’에 대해 쏟아지는 비판은 ‘기우’를 넘어 편견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사진은 지난 2010년 서울 YWCA 등이 벌였던 이주아동·청소년 권리보장을 위한 거리 캠페인. / 이주아동 권리보장을 위한 시민행동

그러나 이는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 등이 발의한 ‘아동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오해한 것이었다. 이 법률안은 우리나라가 1991년에 비준한 유엔의 ‘아동 권리에 관한 협약’에 따라 부모의 신분과 상관없이 아동의 체류권, 교육권, 보호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시행할 수 있는 법률적인 보완을 한 것이다. 이 개정법률안에는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서 주장된 것처럼 강제추방 유예기간을 늘리거나 강제추방을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담고 있지 않다. 다만 현행법상 초·중학교에 재학 중인 미등록 이주아동은 일정 기간 강제출국을 유예할 수 있을 뿐이다.

이후 이자스민 의원은 아동복지법 개정법률안을 보완하고 강화한 ‘이주아동 권리보장 기본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이자스민 의원 외에도 새누리당, 새정치연합, 정의당 의원 22명이 공동 발의한 것으로 한국에서 태어난 미등록 이주아동의 출생신고를 가능하게 하고, 불법체류자 신분인 이주아동이 부모와 함께 한국에 계속 머물 수 있도록 대통령령에 따라 특별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아울러 의무교육과 의료지원 등을 이주아동의 권리로 명시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유엔의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에 따라 필요한 지원을 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입법안이 예고된 국회 인터넷 사이트에는 반대 의견이 몰리고 있다. 각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들도 마찬가지다. 앞서 나온 오늘의 유머 사이트의 글이 재가공돼 게시되며 입법 반대에 동참을 호소하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쟁점의 중심은 이주아동에 대한 특별체류 자격 부여와 부모의 강제퇴거 유예 조항에 있다. 벌써부터 ‘한국판 이민법’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또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이자스민 의원에 대한 비난과 욕설도 난무하고 있다. 비판의 논리는 간단하다. ‘국민들도 먹고 살기 힘든 상황에서 이주자와 그 자녀를 도와야 하는가’ 내지는 ‘우리 세금으로 범법자를 보호하지 마라’ 등이다. 그리고 이자스민 의원에 대해서는 ‘자국으로 돌아가라. 귀화했어도 여전히 필리핀 사람이다’라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1월 19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 해체를 바라는국민연대, 남성연대, 공교육살리기 학부모연합 등이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에 ‘다문화정책은 대한민국의 자살’이라는 전면광고를 냈다. 다문화정책을 인종주의적 시각에서 비판하면서 속칭 이자스민법에 대한 반대 의견을 노골적으로 주장하는 광고였다.

결국 이 법안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격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법안에 찬성표를 던질 만큼 사명감이 높은 국회의원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 논란은 우리 복지에 쓸 예산도 모자라는데 불법체류자들의 자녀에게까지 교육, 의료복지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경제적인 고려와 이러한 복지혜택으로 불법체류자들이 증가하고 강제추방할 수 없게 되면 대한민국 한민족의 정체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로 인한 것이다.

한국의 사회통합지표 갈수록 하락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그것들이 얼마나 기우인지 알 수 있다. 약 2만명으로 추산되는 불법체류 아동들의 교육과 의료혜택에 들어가는 예산은 우리 전체 복지예산에 비하면 아주 작은 것이다. 차라리 쓸데없는 선심성 예산이나 국격을 높인다고 쓰는 한식 세계화나 한류 콘텐츠 지원사업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불법체류자의 대부분은 산업연수생으로 일하다 체류기간이 지난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의 저임금 노동으로 한국의 제조업이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이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박명호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 1월 8일 한국경제학회에 발표한 ‘지표를 활용한 한국의 경제사회 발전 연구: OECD 회원국과의 비교분석’ 논문에 따르면 1995년 21위였던 한국의 사회통합지표는 2009년 24위로 3계단 하락했다.

경제의 발전수준을 보여주는 ‘성장동력’ 지표는 20위에서 13위로 올랐지만, 실업률과 노령자에 대한 사회지출 등을 포함하는 안전 부문은 1995년 25위에서 지속적으로 떨어져 2009년 최하위로 추락했고, 경제 자유와 언론 자유가 포함된 자유 부문도 같은 기간 23위에서 26위로 떨어졌다. 저출산·고령화 부문은 4위에서 13위로 곤두박질쳤다. 특히 타인에 대한 관용을 포함하는 관용사회 부문 순위는 1995년 25위에서 2000년 30위로 추락한 후 2009년 31위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매슬로우는 자신의 욕구 5단계 설에서 인간은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 후에는 안전과 사회적인 관계에 대한 욕구가 증가한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생존의 욕구가 채워졌음에도 타인에 대해 왜 이리도 야박하게 대하는 것일까?

우리는 이웃 일본 극우주의자들의 혐한시위에 대해 비난한다. 일본을 그들의 경제력에 비해 성숙하지 않은 후진사회로 보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가 문명사회라고, 선진국이라고 칭할 수 있을까? 스스로 자문해 볼 일이다.

<윤원철 KINX 경영지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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