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코, 다이버 시계-지난 반세기 동안 가장 진보한 다이버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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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코, 다이버 시계-지난 반세기 동안 가장 진보한 다이버 시계

입력 2015.03.30 18:08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시계 브랜드 세이코(Seiko)는 쿼츠 위기를 촉발시킨 장본인이자 손목시계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메이커다. 세이코를 바라보는 국내 시계 애호가들의 관점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복잡미묘하다. 세이코는 스위스 시계산업을 강타한 대담한 자객으로서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창립 이래 합리적인 가격대로 우수한 품질의 시계를 생산해온 모범적인 제조사의 이미지 또한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연재 초반 세이코 아스트론을 시작으로 브랜드 최상위 컬렉션인 그랜드 세이코를 소개한 바 있는데, 오늘은 이들의 다이버 시계(Diver’s Watch) 라인의 역사를 살펴보고자 한다.

역사적으로 세이코는 시계 전문 제조사로서 시도하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로 끊임없는 도전을 브랜드의 모토로 삼아 왔다. 1895년 브랜드 최초의 회중시계 타임키퍼를 시작으로, 1913년 동양 최초의 손목시계 로렐, 1956년 고정밀 수동시계 마블, 1959년 자동 버전의 자이로 마블, 1960년 스위스 고급시계를 겨냥한 그랜드 세이코, 1967년 고진동 무브먼트 시대를 개척한 로드 마블 36000, 1969년 세계 최초의 자동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이자 시계인 세이코 5 스포츠 스피드 타이머와 세계 최초의 쿼츠 손목시계 쿼츠 아스트론, 1999년 기계식과 쿼츠 무브먼트의 장점을 결합해 극대화한 스프링 드라이브, 2006년 진보한 타종 메커니즘을 적용한 크레도르 소너리, 2012년 위성 수신 기능을 갖춘 진보한 월드타이머 세이코 아스트론 GPS 솔라에 이르기까지 웬만한 스위스 메이커들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탄탄한 제조 경력을 자랑한다.

1965년 출시된 세이코의 일본 최초 다이버 시계

1965년 출시된 세이코의 일본 최초 다이버 시계

에베레스트 등반에 동행 강인함 입증
특히 세이코 역사에 있어서 1960년대는 모험과 혁신의 시대였다. 세이코는 1960년대 초 그간 이들 브랜드에는 없던 완전히 새로운 손목시계를 구상했는데, 다름 아닌 다이버 시계였다. 그리고 수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1965년 150m 방수기능을 갖춘 일본 최초의 다이버 시계를 완성한다. 굵직한 바 인덱스와 핸즈 내부에는 야광 도료를 겹겹이 채워넣어 심해에서도 시간을 확인할 수 있었고, 날짜 표시 기능과 다이빙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눈금을 새긴 단방향 회전 베젤을 사용했으며, 방수 케이스 내부에는 자동 무브먼트를 탑재해 실용성까지 더했다. 현대적인 다이버 시계로서 갖춰야 할 대부분의 요소들을 충족한 세이코의 첫 다이버 시리즈는 이내 좋은 반응을 얻는다. 더불어 1966~1968년까지 계속된 제8차 남극 관측대의 남극 탐험에 사용되며 세이코가 추구하는 안정적인 작동과 신뢰성을 증명할 수 있었다.

세이코로서는 모험에 가까웠던 다이버 시계 프로젝트가 연신 성공을 거두자 이들은 더욱 가열차게 도전을 이어간다. 1968년에는 하이비트(10진동) 자동 무브먼트를 탑재한 세계 최초의 다이버 시계를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이 시계는 더욱 향상된 300m 방수 기능을 갖추고 있었으며, 1970년 일본의 전설적인 산악가 우에무라 나오미의 에베레스트 등정에도 사용돼 그 강인함을 입증했다.

1970년대 초·중반에는 비대칭 쿠션형 케이스에 회전 베젤을 장착하고 150m 방수 사양을 갖춘 일련의 저가 다이버 모델들이 세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특히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 장교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세이코 다이버 시계의 명성을 오늘날까지 이어지게 하는 데 기여했고, 1979년 영화 <지옥의 묵시록>에서 미 특수부대 소속 윌라드 대위 역할을 맡은 배우 마틴 쉰이 세이코의 다이버(6105-8110) 시계를 착용해 훗날 컬트 다이버 시계로 분류된다.

한편 1975년에는 세계 최초로 티타늄 소재의 수심 600m 포화잠수용 다이버 시계를 발표했다. 검정색으로 특수 경화 처리해 생활 스크래치를 방지한 이 시계는 손목 전체를 뒤덮는 큼지막한 크기에도 불구하고 스틸에 비해 3배 이상 가볍고 내부식성이 우수한 티타늄 소재로 전문 다이버 시계의 새 지평을 열었다. 또한 한 덩어리로 구성된 케이스 외부를 별도의 프로텍터로 감싸 탁월한 내구성과 방수 성능을 보장했다. 외장 케이스 설계와 소재 선택과 관련해 무려 20여건의 특허를 등록했을 만큼 자부심도 대단했다. 더불어 이 모델을 기점으로 훗날 세이코 다이버 시계의 중요한 특징으로 자리 잡은 주름이 있는 우레탄 스트랩이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다. 이는 미끄러지기 쉬운 다이빙 수트 위 착용감을 고려한 것이었다.

참치 캔을 연상시키는 원통형 케이스
이어 1978년에는 수심 600m 방수 성능과 함께 세계 최초로 쿼츠 무브먼트를 사용한 다이버 시계를 발표, 1983년 심해 탐사선 ‘신카이 2000호’와 함께 심해 1062m까지 잠수해 기준 성능을 훨씬 뛰어넘는 방수 성능으로 화제를 모았다. 1975년과 1978년 연이어 발표된 세이코의 포화잠수용 다이버 시계는 견고하면서도 개성적인 케이스 설계로 훗날 세이코 다이버 시계 마니아들로부터 ‘튜나’ 혹은 ‘튜나 캔’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한다. 말 그대로 참치 캔을 연상시키는 특유의 원통형 케이스 덕분이다.

1986년 세이코는 세계 최초로 지르코늄 세라믹 소재를 외부 프로텍터로 사용한 1000m 다이버 시계를 출시한다. 스크래치에 강하면서도 가볍고 부식이 되지 않는 세라믹 소재를 티타늄 본체 케이스와 함께 조합함으로써 그 전까지 볼 수 없던 이색적인 다이버 시계를 완성한 것이다. 이후 1990년에는 LCD 디지털 디스플레이 다이얼에 다양한 잠수정보를 표시하는 다이브 컴퓨터 기능의 200m 방수 다이버 시계를, 1992년에는 쿼츠의 정확성을 유지하면서 전지 교체가 필요 없는 세이코 자체 특허 키네틱 무브먼트를 장착한 최초의 다이버 시계를 선보였다. 1995년에는 세계 최초로 24시 핸드를 갖춘 키네틱 다이버 워치 200m 모델을 발표, 1997년 프리 다이빙 챔피언 피핀 페레라스가 152.5m 프리 다이빙 세계기록 달성 시 착용해 주목을 받았다.

또한 1995년 세계 최초로 수심·수압 등 다양한 계측이 가능한 아날로그 방식의 수심계를 적용한 스쿠버 마스터 200m를, 2000년에는 1990년에 출시된 다이브 컴퓨터를 한층 개선해 잠수 프로파일을 끊임없이 기록하고 질소와 산소를 혼합한 기체를 사용해 무감압 한계시간을 늘린 다이버 시계를, 2005년에는 고정밀 스프링 드라이브 무브먼트를 탑재한 600m 방수 사양의 전문 다이버 시계를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리고 올해 바젤월드에서 세이코는 다이버 시계 출시 50주년을 맞아 블랙 하드 코팅 처리된 티타늄 케이스에 세라믹 소재의 프로텍터를 사용하고 인하우스 자동 무브먼트를 탑재한 수심 1000m 방수 사양의 마린마스터 모델을 공개했다. 또한 8L55 하이비트 자동 칼리버를 사용한 1000m 방수 사양의 마린마스터 프로페셔널 한정판 시계도 함께 선보여 자사의 다이버 시계 전통을 풍성하게 기념하고 있다. 더불어 기존의 베스트셀러인 프로스펙스 다이버 시리즈에 키네틱 무브먼트로 작동하고 GMT 표시 기능을 갖춘 새로운 모델을 추가해 눈길을 끌었다.

이렇듯 세이코는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에서 가장 진보한 전문 다이버 시계를 선보여 왔다. 비단 다이빙 애호가들뿐만 아니라 튼튼한 스포츠 시계를 일상생활 속에서도 즐겨 착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세이코 다이버를 향한 신뢰가 두터운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틀에 박히지 않은 디자인과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제조기술로 완성한 세이코의 다이버 시계들은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지닌 현대인들에게 두루 추천할 만한 시계 중 하나다.

<장세훈 <타임포럼 시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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