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웅 대표, 경기도 일산서 책 맡기고 나눠보는 ‘국민도서관 책꽂이’ 운영
<장서의 괴로움>. 일본 문필가 오카자키 다케시가 쓴 ‘장서술’(藏書術)과 관련한 에세이를 모은 책이다. 책에는 다소 극단적으로 보일 수 있는 사례들이 나와 있다. 책 때문에 집이 무너진 이야기, 책 때문에 다시 집을 산 어느 애서가의 이야기. 과장이 아니다. 겪어본 사람들은 안다. 이사해본 사람이면 돌덩이처럼 무거운 책 박스의 괴로움을 절실히 경험했을 것이다. 기자도 어린 시절 구입했던 UFO나 괴담 이야기책부터 최근 책까지 주렁주렁 이고 살고 있다.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책 맡기는 비용 1년에 3만원
‘국민도서관 책꽂이’라는 서비스를 주변 지인들로부터 소개받은 것은 약 1년 전이다. 홈페이지에 게시된 FAQ(자주 묻는 질문)를 꼼꼼히 검색했다. 불확실한 부분은 전화로 문의했다. 그리고 ‘결단’을 내렸다. 지난해 5월부터 키핑(책을 맡기는 것)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맡긴 책 권수는 1434권. 맡길 수 있는 책은 ISBN 넘버가 붙은, 그러니까 일부 출판사가 ISBN을 붙여 서비스를 시작한 1990년대 이후 책들이다. 키핑할 수 있는 권수의 제한은 없다. 대신 회비가 있다. 1년에 3만원, 180일간 회비가 1만7000원이다. 회원으로 가입하면 다른 사람이 맡긴 책의 대여도 가능하다. 최대 25권까지 두 달(최장 100일) 대여할 수 있다.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고 ‘손님’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손님은 ‘키핑’이 불가하고, 5권 한도이며, 최신간 대여는 불가능하다.
기자가 맡긴 책들은 ‘내 서가’라는 이름으로 국민도서관 사이트에 정리되어 있다. 디자인은 스마트폰 전자책 서가와 비슷하다. 책의 장르도 분류되어 있다. 기자가 맡긴 1434권 중 가장 많은 카테고리 도서는 경제/경영서로 380권이다. 다음은 문학으로 327권. 서가의 책을 클릭하면 책에 대한 자세한 정보와 함께 ‘책주인’이 언급되어 있다. 하단에는 ‘즐거운 책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페이스북과 연동해 책에 관한 글을 쓸 수 있게 되어 있다. “사실 앞으로 더 신경 쓰고 싶은 부분입니다. ‘나는 이 책 주인이야, 물어봐’ 책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책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요해요. 국민도서관은 만인이 만인의 ‘사서’가 되는 것을 지향합니다. 지식을 연결할 수 있는 도서관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 시작했습니다.” 국민도서관 책꽂이를 운영하는 장웅 대표(42)의 말이다. 경기도 일산에 자리 잡은 국민도서관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인터뷰는 여러 차례에 걸쳐 틈틈이 이뤄졌다.
경기도 일산에 자리 잡은 국민도서관 책꽂이 사무실 장서 앞에 서 있는 장웅 대표. | 정용인 기자
장 대표는 책과 인연이 깊다. 그는 ‘예스24’의 창설 멤버다. 1998년 ‘다빈치’라는 서비스를 만들어 출판사를 설득하고 돌아다녔다. 책을 온라인으로 파는 것이 가능하다며. “예스24와 관련해 제일 많이 듣는 소리가 ‘너 돈 많이 벌었겠다’는 이야기인데, 1999년 영국 유학계획을 세워놓고 체류비 정도를 받고 넘겼습니다.” 그 뒤 삼성물산에 특채로 들어가 인터넷 사업부에서 일한 뒤 나와 2003년부터 교보문고에 다시 들어가 디지털 콘텐츠 신규사업부 부장으로 2년간 일을 했다.
국민도서관 책꽂이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은 품절된 책을 구해달라는 전화 한 통을 받으면서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책을 구하고 싶다는 겁니다. 그런데 제가 마침 그 책을 읽었습니다. 그때 번쩍 머리를 스치는 게, ‘책들은 다 누군가의 집에 있구나, 이것을 모으면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어요. 단순히 모은다는 생각에서 처음엔 시작했습니다. ‘책 창고를 만들어서 보관해주자. 보관료를 받으면 그것으로 생활을 할 수 있겠다’였는데, 그 모인 책을 다시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만들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는 겁니다.”
처음에는 장 대표가 집에 가지고 있던 장서 2000권으로 시작했다. 2015년 2월 12일 현재 장서 수는 3만7178권으로 불어났다.
책을 맡기기 전에 들 수 있는 의구심은 이것이다. 연간으로 책을 맡기는 회원의 경우 회비는 3만원이다. 회원의 경우 빌리는 데 드는 돈은 택배비를 제외하곤 따로 없다. 손님의 경우도 왕복 택배비 8000원(5권 기준) 이외에 지불하는 돈은 없다. 국민도서관을 운영하는 최소한의 인건비를 장웅 대표 1인, 월 300만원으로 가정한다고 하더라도 회비만으로 운영하려면 월 100명의 회원이 새로 가입해야 하는 것 아닐까. 다시 말해, 국민도서관 책꽂이라는 ‘책 공유서비스’는 ‘지속가능한 서비스’일까. “2011년 10월 25일 국민도서관의 모태가 되는 ISBN숍을 론칭했고, 법인화한 것이 2014년 10월 6일입니다. 지금까지는 고난의 행군인 것은 사실이에요. 관련 숫자들을 뽑아본 적이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한 달에 10만원가량 책을 사는 사람의 숫자가 50만명입니다. 그리고 국민도서관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 중 열심히 읽는 사람은 1인당 평균 90권 정도를 키핑합니다. 사실 이분들의 목적은 책을 빌리는 것이라기보다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책을 키핑한 뒤에도 계속 책을 사봅니다. 이런 사람들에 ‘키핑 없이 이용하는’ 보통 사람들이 보통 4명 정도 붙습니다. 현재까지 회비를 내는 회원이 약 500명 정도였는데, 계산을 해보면 ‘3000명당 1명 정도 고용’이면 낭비 없이 고용이 가능합니다.”
정리하면 아직은 적자다. 일정한 ‘변곡점’를 넘어서면 폭발적으로 사용자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부인이나 가족의 불평은 없을까. “개인적으로 복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 크게 성장은 못했지만, 어머니나 동생, 안사람이 비전을 이해해주고, 한 해 한 해 변화하는 상황을 같이 기뻐해주고 있으니까요.”
‘일본 쪽 벤처투자 결정’ 소식도
계속되는 그의 말. “국민도서관에 상대적으로 싼값에 책을 맡길 수 있는 근거는 나눠보겠다는 것에 동의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어요. 그냥 거기서 끝나면 기증이나 기부겠죠.” 공유서비스로 돈 벌기는 어렵다. 무조건 희생이나 헌신을 요구해도 작동하기 어렵다. 다시 의문은 이것이다. 대기업 회사원이라는 상대적으로 편안한 길을 내버려두고 왜 가시밭길을 선택했을까. 그는 이렇게 답했다. “사람들이 자기 삶을 보다 길게 볼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전에 중국을 보면 평균수명이 40살이나 50살이었으니 결국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이 20대였다는 뜻이 되겠죠. 젊은 사람들이 성공의 가치를 다르게 보았으면 좋겠어요. 돈 버는 것이 끝이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두려운 것은 한국 사회가 부모의 입김이 강한 사회인데, 지금 이런 친구들이 40대가 되었을 때 한국은 얼마나 활력 없는 사회가 되어 있을까라는 것입니다. 자기 이름을 걸고, 자기만의 것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없어져요. 대기업이나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안으로 들어가느냐 밖으로 나가느냐는 큰 차이가 있어요.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했는데 스타벅스 같은 데가 많이 보일 줄 알았는데, 시내 1층의 전망 좋은 곳은 의외로 대부분 로컬 상점이 자리 잡고 있어요. ‘우리 사회는 빠르게 상표가 살아가는 사회가 되었고, 미국은 아직도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구나’하고 느꼈습니다.” 취재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국민도서관 책꽂이 서비스에 일본 쪽 벤처투자 결정이 이뤄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기자도 앞으로 계속 이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