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1호기 또는 고리 1호기에서 설령 원자로의 안전성이 있더라도, 영구 정지를 한 뒤 핵발전소 해체기술의 개발·습득을 위한 기회로 삼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효율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핵발전소의 안전성 및 수명 연장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것 같다. 핵발전소도 일반 공장처럼 낡은 부품 및 기기를 신품으로 교체하여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실제 국내의 핵발전소에서도 배관·전선, 심지어 핵심기기인 가압기나 증기발생기까지 교체하기도 한다.
핵발전소의 심장인 원자로도 이론적으로는 교체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성의 부족과 작업 인부의 피폭 가능성 같은 약점 때문에 지금껏 교체가 이루어진 적은 없다. 즉, 핵발전소의 수명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요인은 ‘원자로의 건전성’에 달려 있는 셈이다. 노후 원자로를 포함한 1차 계통의 잦은 고장이나 사고에 의한 가동 정지는 보수·유지비용의 증가로 효율성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30년이라는 핵발전소, 즉 원자로의 설계수명은 1960년대 미국 내 화력발전소의 보일러가 30년의 감가상각기간을 가지고 있었던 점에서 유래된 것이다. 그러나 원자로는 보일러와는 달리 강력한 중성자의 영향을 받는다. 그만큼 금속재질의 열화(劣化)가 빠르게 진행된다. 또 1970년대에 완공된 핵발전소의 원자로는 화력 보일러의 제조기술에 바탕을 둔 것이다. 당시의 금속재질은 불순물 함유율이 높아 급속한 온도 변화에 따른 파괴 가능성도 사용기간에 따라 점점 높아지고 있다.(연재 2회 기사 참조) 그리고 원자로를 둘러싸고 있는 콘크리트(생체차폐벽 및 열차폐벽 등)의 경우, 원자로에서 새어 나오는 중성자의 영향으로 방사(放射)화되어 높은 방사능과 함께 열화도 빠르지만 교체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 콘크리트의 건전성도 핵발전소의 수명 연장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가 된다. 최근 월성 1호기의 수명 연장에 대한 찬성·반대의 견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국내에서 4기뿐인 중수로는 ▲경제성 ▲안전성 ▲친환경성 ▲핵비확산성 등에서 구조적 결함을 가지고 있는 만큼 조속한 폐로조치가 바람직하다.
미국에서 즉시해체방식으로 해체한 양키 로의 부지. 2012년 4월 사진이다. | http://www.yankeerowe.com
설득력 없는 일방적 수명연장 경제논리
필자가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수명 연장을 위해 추가적으로 투입된 안전 비용과 예상 수익만의 비교분석에는 사회적 갈등 비용 및 예상 피해액 등이 반영되어 있지 않으므로, 사업자(한수원)의 일방적인 경제성 우위론은 설득력이 없다. 사업자의 흑자 예상과는 달리, 국회예산처의 분석에 따르면 월성 1호기는 수명을 연장해 가동할수록 적자가 커진다.
둘째, 안전성의 부족 또는 열화가 최대의 문제점이다. 사업자는 스트레스 테스트의 합격 및 기기교체 등을 들었지만, 전자는 어느 정도까지 견딜 수 있는지를 확인한 것으로 결코 안전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사고 시에 중요한 ‘비상냉각 열교환기’도 2대라는 최소한의 ‘다중성’을 무시하고 1대만 갖추고 있다. 또 부지 내 저수지의 냉각수 공급에 전원이 필요한데, 핵발전소가 4기나 되는데도 불구하고 비상용 발전 차는 1대뿐이어서 전원장치의 다중성도 무시되고 있다. 특히 사업자가 자랑(?)하는 수소폭발 대비책인 ‘피동형 자동촉매 수소재결합기’(PAR)는 반응속도가 더디고, 촉매의 표면온도(900℃)가 폭발의 발화원(源)이 되기도 한다. 후자는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2003년부터 PAR의 의무적 설치를 제외한 이유이기도 하다.
셋째, 중수로는 천연우라늄을 핵연료로 사용하는 탓으로, 같은 규모의 경수로(PWR)에 비해 약 5배나 많은 사용후핵연료를 배출한다. 핵마피아는 사용후핵연료의 누적에 따른 ‘화장실 없는 아파트’ 상태에 관한 긴급대책(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을 호소하면서도, 수명 연장으로 사용후핵연료를 대폭 늘리려고 하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게다가 중수(重水) 이용에 따른 삼중수소의 대량 배출로 해양오염을 일으키고 있으나, 삼중수소의 무해화 또는 분리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덧붙이면, 핵마피아가 추진에 목을 매는 ‘건식 재처리’(파이로프로세싱)조차 중수로의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천연우라늄의 이용에 따른 짧은 연소기간 때문에, 사용후핵연료에는 핵무기 원료에 적합한 순도 높은 플루토늄(Pu239·241)이 형성되어 있다. 이용 효율 및 사용후핵연료의 대량 배출 등에서 경수로보다 불리한 중수로가 국내에 도입된 것도 핵무장의 잠재력을 가지려는 군사적 목적 때문이었다. 1974년 인도가 최초의 핵실험에 사용한 플루토늄은 중수로의 사용후핵연료에서 추출한 것이었다.
월성 1호기 또는 고리 1호기에서 설령 원자로의 안전성이 있더라도, 영구 정지를 한 뒤 핵발전소 해체기술의 개발·습득을 위한 기회로 삼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효율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더구나 핵발전소 해체는 원자로의 파괴에 따른 괴멸적인 방사능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원자로의 건전성이 있는 동안에 해체를 시작해야 한다. 2030년까지 국내 핵발전소의 반(12기)이 수명기간을 맞이하는 만큼, 해체작업과 관련한 법·지침 등의 제도적 정비 및 해체기술의 확보가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해체 과정에서 나오는 대량의 방사성폐기물의 발생·운반·저장 및 작업 인부의 피폭저감에 효율적인 기술의 확보가 불가결하다.
15년 후에 핵발전소 절반이 수명 다해
핵발전소 해체는 막대한 비용 투입과 장기적인(20~30년) 프로젝트의 형태를 취하는데, 일반적으로 해체방식의 설정→공사준비→시설의 특성평가→계획수립→제염→안전저장→해체·철거→방사성물질의 폐기·처분→최종의 방사능 측정→규제 해제의 과정을 거친다. 해체방식은 시설의 입지조건, 규제·기준, 사업자의 판단 등에 따라 조금씩 다르나, 국제원자력기구는 즉시해체·단계적 해체, 미국의 NRC는 즉시해체(DECON)·안전저장(SAFSTOR)·차폐격리(ENTOMB)로 나누고 있다. 단계적 해체란 방사능의 저감을 위해 일정 기간의 안전저장을 거쳐 해체하는 방식인데, 안전저장도 사용 중의 상태로 밀폐·관리하는 방법 및 비방사능관리구역의 기기를 해체·철거하는 방법 등 폭넓다. 일본은 안전저장(5~10년)을 거친 후의 해체 철거라는 표준공정(工程)의 완료기간을 약 30년으로 하고 있다. 미국의 완료기간은 영구 정지 결정 후 60년 이내이나 안전저장이 50~60년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영국의 가스로(爐)는 결정 후 최장 135년 등 각양각색이다.
한편, 사업자는 1기당 해체 비용으로 약 4000억원을 주장하지만, 미국에서 즉시해체방식(1997~2005년)을 이용한 메인 양키(Maine Yankee, 90만kW)는 총비용이 5억6800만 달러(약 6170억원), 같은 방식(1993~2007년)을 채택한 ‘5분의 1’ 규모인 양키 로(Yankee Rawe, 18.5만kW)는 6억800만 달러(약 6600억원)가 들었다. 유럽의 기준으로는 1기당 약 1조원에 달한다.
따라서 정부는 해체적립금을 적정화하고, 회계상 조치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적립하고 상황을 보고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종합적인 해체대책으로서 제도적 장치뿐만 아니라 방사성폐기물의 처분기간 및 장소의 확정, 지역지원대책 등 다양한 분야를 검토해야 한다.
특히 정부·사업자·기술자에 한정된 종래의 방법이 아니라, 관련 지역의 주민·행정·매스컴 등도 참가하는 공개적인 토론 형식의 검토가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거대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 정책의 경우 결과뿐만 아니라, 계획 단계의 책임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일본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