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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원자력 수출 전략’ 대국민 사기극 아닌가

입력 2015.01.20 16:36

실태를 외면한 채, 변함없이 장밋빛 낙관주의의 수출전략을 고수하려는 산업부의 자세는 핵 마피아의 기득권 유지 또는 확대를 위한 노골적인 지원과 다를 바 없다.

2010년 1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최경환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보고한 ‘원자력발전·수출산업화 전략’에 따라 2012년까지 10기, 2030년까지 80기(수주액 4000억 달러)를 팔겠다는 핵발전소 수출목표를 발표했다. 1개월 전에 확정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핵발전소(APR1400) 수주를 계기로, 핵산업을 중장기적인 성장전략의 핵심분야로 육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지경부도 원전수출진흥과 신설, ‘원자력의 날’ 제정, 한전의 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설립, 원자력 전문인재 육성책 등등을 잇따라 내놓으며 적극적인 확대정책에 돌입하였다.

그런데 UAE 수주 이후 미국·중국·인도·핀란드·베트남·리투아니아·루마니아·방글라데시·요르단·터키·불가리아 등에서 핵발전소 입찰이 실시되었지만, 한국기업이 주(主)계약자로서 수주를 한 적은 없다. 2012년까지 10기를 수출하겠다는 목표도 불발됐다. 즉, 이명박 정권의 지지율 향상과 관료의 출세욕에 눈이 멀어 추가적인 수출의 실현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뻥튀기의 수출목표(전략)’만 떠벌렸던 것이다. 실적은 없는데, 막대한 인적·물적 자원의 맹목적인 투입으로 인한 폐해가 점점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UAE 수주도 국민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UAE 수주 이전의 국내 핵산업 수출실적을 보면 1997년 캐나나 원자력공사의 하청에 의한 중국 저장성·친산(秦山)의 중수로(CANDU) 증기발생기·가압기, 1999년부터 미국 내 웨스팅하우스(WH)제 핵발전소의 교체용 증기발생기·가압기·원자로, 2005년 이후 친산의 중국제 핵발전소(PWR)와 산둥성·하이양(海陽)에 건설 중인 WH의 AP1000(PWR)의 원자로·증기발생기 수주 등이다. 즉, 주계약자인 외국기업의 하청으로서 수주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덧붙이면, 미국기업(WH 및 GE)은 자사의 제조부문을 포기한 채 한국 및 일본의 기업에 하청계약으로 원자로 및 증기발생기 같은 핵심기기의 제조를 의뢰하고 있다. 현재 핵발전소의 수출시장은 단독 수주를 하는 러시아와 캐나다를 제외하곤 한·미, 미·일, 일·프랑스 등과 같은 국제컨소시엄이 중심이 되고 있다.

지난 2009년 12월 27일 저녁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에서 한전원자력사업처 UAE사업팀 직원들이 UAE 원전 수주 소식을 전해듣고 환호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지난 2009년 12월 27일 저녁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에서 한전원자력사업처 UAE사업팀 직원들이 UAE 원전 수주 소식을 전해듣고 환호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UAE 핵발전소 수주 이후 감감무소식
다른 한편 UAE에 건설 중인 APR1400의 경우, 미국 컴버스천 엔지니어링(CE)사가 개발한 ‘시스템80+’를 기반으로 개량했기 때문에 수출 과정에서 두 가지의 기본적인 제약을 먼저 극복해야 했다. 첫째, 한국은 미국의 원자력정책 즉 ‘협력과 규제’를 내세운 한·미원자력협정의 구속을 받는 탓으로, 미국기원(起源)의 원자력기술을 이용·제조한 제품 또는 기술을 제3국에 수출·이전할 경우에는 미국의 개별 승인이 필요하다. 또 미국이 UAE와 원자력협정을 체결하고 있어야 했다. 이 문제는 수주 발표 며칠 전에 미·UAE 원자력협정이 발효되어 해결되었다.

둘째, APR1400의 라이선스 계약을 둘러싸고 WH와 교섭이 있었다. ‘시스템80+’의 지적재산권을 소유한 WH가 APR1400의 해외수출에 따른 라이선스 문제를 제기하였던 것이다. CE사는 ABB-CE사(1989년)를 거쳐 WH를 매수한 영국 핵연료공사(BNFL)에 통합되었는데(2000년), 2006년에 도시바(東芝)가 WH를 자회사로 하였다. 기술이전에 의한 순수하고 완전한 ‘국산개발기술’이라는 한국의 주장에 대해, WH는 해외수출에 따른 라이선스의 권리를 주장하면서 WH의 승인을 받도록 요구하였다. 양측의 교섭 결과는 비공개다. 그러나 1995년 3월에 한전과 ABB-CE사가 ‘국내 건설’ 시 라이선스의 기술료에 대한 각서를 쓸 때, 해외수출 시에는 설계·건설금액의 4~5%를 받는 것으로 되어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또 미의회조사국(CRS)의 보고서(2010년 1월)에 따르면, UAE 수출로 WH는 수주액의 약 5%인 10억 달러를 받으며 부품·기기의 공급 및 기술지원 등으로 추가될 수 있다고 하였다.

핵발전소의 수출은 핵무기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밀(機密)기술의 잠재력과 전기출력 100만kW급 1기당 3조~5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건설비 때문에, 관련국 정부 차원의 허가·교섭 및 공적자금에 의한 경제적 지원 등이 불가피하다. 즉, 관련국들의 원자력협정 및 다양한 국제원자력 관련 조약의 체결뿐만 아니라 수출국의 공적자금에 의한 장기융자가 불가결하다. 더구나 현재의 핵발전소 수출시장도 경쟁이 격화되면서 개발 초기의 ‘공급자 시장’에서 ‘수요자 시장’으로 바뀌어져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 수출할 경우 공급자의 기술력보다는 건설비의 융자능력이 수주의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신설 핵공학관련과 졸업생 진로는
한국수출입은행도 UAE 원전 수주액 186억 달러 중 100억 달러를 UAE 원자력공사(ENEC)에 융자해주기 위해 일본의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거액을 빌렸다. 왜냐하면, 세계은행·아시아개발은행 같은 국제개발금융기관은 핵발전소를 융자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회원국들의 핵발전소 수출에 대한 과열경쟁을 방지하는 가이드라인으로서 수출신용의 제공조건, 즉 융자비율(상한 85%)·이자·상환기간 등에 제한을 두고 있다. 하지만, 국가신용도가 한국보다 높은 UAE에 대한 융자는 비싼 금리로 빌려 싼 금리로 융자해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역마진에 따른 손실 가능성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참고로, 다른 문제점들은 필자가 경향신문(2011년 2월 6일, 3월 13일)의 시론에서 밝혀 두었다.

다른 한편, OECD의 비회원국인 러시아는 자금융자조건에서 구속이 없을 뿐만 아니라 군사적 협력 및 사용후 핵연료의 인수 같은 파격적인 조건까지 제시하며 개발도상국의 핵발전소 건설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수주하고 있다. 게다가 ‘핵발전소 수출대국’을 내세운 중국도 낮은 건설비 및 풍부한 외화 등을 무기로 해외수출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993년 파키스탄에 중국제 핵발전소를 제공한 이후, 해외(미·프)의 기술이전에 의한 수출용 원자로를 개발 중으로 2~3년 내에 시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중국은 루마니아·아르헨티나·영국의 핵발전소 건설계획에서 국제컨소시엄의 형태로 공동투자를 확정해 두고 있다. 선진국 건설계획의 경우, 일본과 프랑스가 단독 또는 미국기업과의 컨소시엄으로 수주하고 있다.

이런 실태를 외면한 채 변함없이 장밋빛 낙관주의의 수출 전략을 고수하려는 산업부의 자세는 핵 마피아의 기득권 유지 또는 확대를 위한 노골적인 지원과 다를 바 없다. 머지않아 국내에서도 인구 감소 및 저성장경제 시대를 맞이하여 핵발전소의 축소가 예상되고 있다. 관련 기업도 설계·제조분야의 설비투자 및 인재 투입을 미루게 된다. 이 때문에 핵 마피아는 핵발전소의 대량수출이라는 허황된 목표를 내세워 국민의 혈세로 핵산업의 기술 및 인재 즉 기득권의 유지·확대를 획책하고 있는 셈이다.

2012년까지 10기를 팔겠다는 수출목표는 공수표로 끝났고, 30년까지 80기를 팔겠다는 목표 역시 공염불에 불과할 공산이 크다. 핵 마피아들은 어디까지나 ‘목표’라는 구차한 변명으로 책임회피를 꾀하겠지만, 그 후유증은 작지 않다. 예를 들면 UAE 수주 후 지방대학들까지 핵공학 관련과를 신설한 탓으로, 이들 졸업생의 직장 확보를 위해 불필요한 핵발전소를 건설해야 하는 구조적 병폐가 반복될 것이다. 즉, 한정된 자원의 비효율적인 분배·이용으로 성장전략을 왜곡하면서도 핵발전소 건설 자체가 ‘자기 목적화’로 추진되는 꼴이다.

이처럼 불가능한 목표를 내세운 ‘원자력발전 수출산업화 전략’이 과연 타당성 또는 합리성을 가지고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대국민 사기극에 불과한지에 대한 검토가 절실한 시점이다.

<일본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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