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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인접국가 사고 피해 ‘월경오염’ 대책은

입력 2015.01.06 11:40

부산에서 겨우 200㎞ 거리에 있는 일본 핵발전소(겐카이의 3기)와 인천에서 약 400㎞ 떨어진 중국 산둥반도에 건설 중인 핵발전소 집중단지처럼 한반도를 둘러싼 핵발전소 증가는 대형 사고로 인한 월경 오염의 발생 확률을 점점 높이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발생 직후부터 일본의 강들을 통해 방사성 물질이 동해로 계속 유입되고 있다. 또 반대편인 태평양의 생선들에 축적된 방사성 물질이 먹이사슬을 통해 인체 피폭을 가져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이런 방사능 오염을 염려한 시민들의 불안이 2013년에 일어난 수산물 판매부진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그런데 수산업자·상인들의 경제적 손실을 일본 정부 또는 도쿄전력에 청구할 수는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원인과 피해의 인과관계를 구체적으로 입증하기 곤란한 방사능의 특성 때문에 99.99%는 불가능하다. 가령 0.01%의 승소 가능성이 있더라도 국제소송 과정에서 긴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그러면 피해자가 일방적으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가?

핵발전소 느는 중국의 관리능력 의문
2012년 6월 영국 정부는 체르노빌 사고로 인한 방사능 오염 때문에 설정했던 양고기 출하 제한을 26년 만에 완전히 해제했다. 우크라이나(당시 구소련) 체르노빌에서 약 2300㎞ 떨어진 웨일즈 지방 양고기였다. 이처럼 체르노빌 사고의 월경(越境) 오염 때문에 유럽 국가들은 관광업·농업·목축업 등을 중심으로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예를 들면 밀의 오염에 따른 파스타와 우유·아이스크림 등의 판매·유통·수출입 금지, 가축 폐기, 이주 비용 등에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당시 서독과 오스트리아 민간인들이 구 소련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했지만 당사국들에 구소련 재산이 없다는 점, 주권 면제 등을 이유로 기각됐다. 그리고 서유럽 국가(정부)들은 외교·정치적인 고려를 우선해 구소련의 국가 책임을 묻지 않은 채 배상 청구를 유보했다. 이 때문에 1986년 당시 이탈리아(약 5700억원), 서독(약 4000억원), 오스트리아(약 1800억원) 등 서유럽 국가 대부분은 자국 국민들에 대한 피해 보상금을 정부 예산으로 교부했다. 덧붙이면 구소련은 유럽 국가의 방사능 오염 피해를 각국의 핵발전소에서 나온 방사능에 의한 것으로 주장하면서 체르노빌 사고와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끈질기게 부정해 왔다.

최악의 원전 사고가 발생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현장에서 지난해 8월 방사성 물질 유출을 막기 위해 방호돔 건설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방호돔 뒤로 사고가 난 원전이 보인다. | AP연합뉴스

최악의 원전 사고가 발생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현장에서 지난해 8월 방사성 물질 유출을 막기 위해 방호돔 건설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방호돔 뒤로 사고가 난 원전이 보인다. | AP연합뉴스

다른 한편 2015년 1월 1일 현재 동북아시아 각국·지역(대만)에서 가동 중인 핵발전소는 98기다. 올해 안으로 미국의 100기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가동·건설 중인 핵발전소를 보면 한국 23기·3기, 일본 48기(가동중지 중)·3기, 중국 21기·28기, 대만 6기·2기다. 이 중 중국의 원전 급증이 특히 두드러진다. 게다가 각국·지역 증설계획이 실현되면 2030년에는 유럽 지역을 넘어 세계에서 핵발전소가 가장 밀집한 지역이 될 것이다. 즉 국내 핵발전소뿐만 아니라 부산에서 겨우 200㎞ 거리에 있는 일본 핵발전소(겐카이의 3기)와 인천에서 약 400㎞ 떨어진 중국 산둥반도에 건설 중인 핵발전소 집중단지처럼 한반도를 둘러싼 핵발전소 증가는 대형 사고로 인한 월경 오염의 발생 확률을 점점 높이고 있다.

또 핵발전소 노후화에 따른 대형 사고 발생 확률도 계속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동북아시아에는 1970년대에 완공돼 가동 기간 40년 이상인 노후 핵발전소가 일본 7기, 국내 1기(고리1호기)가 있다. 이들은 설계수명 30년을 넘어섰을 뿐 아니라 안전설계도 건설되기 약 10년 전인 1960년대 안전개념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리고 핵발전소를 급격하게 확대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핵발전소에 사용되는 자국 부품·기기의 품질문제와 미·러·캐나다·프랑스·중국산 등 다양한 종류의 핵발전소(원자로) 관리능력에는 의문부호가 붙어 있다. 그리고 개발 중인 고속로(SFR·베이징 근처) 및 고온가스로(HTGR·산둥반도) 등 신형 원자로의 관리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동북아시아 핵발전소들은 유럽·북미 대륙과는 달리 해안가에 입지하고 있는 탓에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오염수에 의한 해양 월경 오염이 반드시 발생한다. 게다가 편서풍의 영향으로 중국-한국-일본 순으로, 태풍이 불 때는 역순으로 방사능 피해를 입게 되는 등 대형 사고 발생 시 어느 나라도 방사능의 월경 오염을 피할 수 없는 지리적 환경이다. 이런 공동운명체(?)적인 약점 때문에 지난해 광복절 기념사에서 대통령이 한·중·일 3국의 원자력안전협의체 설치를 제안했는지도 모른다. 또 3국은 2013년 11월에 핵발전소 사고평가척도(INES) 상의 2 이상 사고 발생에 대해서는 조기 통보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11월 20일에는 부산에서 실시된 고리핵발전소의 방재훈련(연합훈련)에 중국과 일본 담당자가 처음으로 참관했다.

한·중·일 안전강화협력도 소극적 대책
그러나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3국의 안전강화협력(?)도 여전히 안전신화에 근거한 소극적인 대책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대형 사고 발생 확률이 높아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고 발생에 따른 피해자 구제와 환경 회복 등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는 대형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해도 월경 오염의 방사능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해괴망측한 논리로 기본적으로 안전신화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중·일 3국은 핵발전소 추진 정책을 강행하기 이전에 최소한 월경 오염 피해자 구제에 기여할 국제·지역적인 원자력손해배상협약 체결을 최우선 과제로 해야 할 것이다. 현재 파리협약·빈협약·보충협약(CSC협약)이 있으나 곧 CSC협약에 가입할 일본을 제외하면 한·중·대만은 어떤 협약에도 미가입 상태다. 그런데 올 1월 1일부터 국내 원자력손해배상법의 배상 조치액이 3억 SDR(약 5000억원)로 증액돼 CSC협약 가입에 대한 최대 장애물이 사라졌다. CSC협약은 일본의 가입으로 발효될 것이며, 더욱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도 이미 체결하고 있는 만큼 한국의 가입은 효율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협약에 따르면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전력사업자에게만 배상 책임이 집중되므로 사고 원인이 부품·기기의 납품업자 및 건설업자 하자에 있더라도 고의가 아니라면 이들의 배상 책임이 면제되기 때문이다. 이 점은 미국 정부가 핵산업의 해외 수출에 따른 배상 책임을 경감시키기 위해 CSC협약을 제안한 가장 핵심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CSC협약은 가입국들의 공동 거출형식 보충기금(3억 SDR)으로 월경 오염의 피해자 구제를 지원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비록 보충기금이 예상 피해액에 훨씬 못 미치더라도 가해국이 배상 책임을 부정하는 사례보다는 피해자 구제에 기여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일 양국은 CSC협약에 가입해 중국과 대만의 가입을 촉구하거나, 아니면 동북아시아만의 지역적인 원자력손해배상협약의 신설을 검토해야 마땅할 것이다. 왜냐하면 월경 오염으로 방사능 피해가 발생해도 실효성이 없는 국제사법에 호소하거나 또는 체르노빌 사고 당시 서유럽 국가의 민간인들처럼 마냥 피해를 참아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체르노빌 사고 때 서유럽 국가처럼 후쿠시마 사고로 경제적 손실을 입은 국내 수산업자들에 대해 일정의 보상금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유력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 원자력문화재단을 폐지하면 연간 약 100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 원자력문화재단은 원자력의 전도사 역할을 하는 기구다. 핵마피아에게는 유익한 조직이겠지만 일반 시민들에게는 백해무익할 뿐이다. 시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실질적으로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안전문화재단이다.

<일본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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