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이의 유랑투쟁기
박성수 지음·한티재·1만5000원
에너지와 자원 고갈, 지구 기후변화, 환경파괴, 인류 절멸의 위기. ‘잘 먹고 잘 살려는 욕구’가 만들어 놓은 결과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우리의 일상은 이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기보다 내 잇속을 차리기 위한 계산을 하기에 급급하다. 지은이는 이를 ‘일상의 야만’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일상의 야만에서 벗어나야 하지만 그것이 도피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그는 일상의 공간을 면밀히 탐구하기로 결심한다.
결심은 배낭을 꾸려 도심 속을 유랑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억눌린 개인, ‘야만의 사회’의 피해자이자 동시에 가해자인 개인을 해방시킬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책의 제목이 유랑기가 아니라 유랑투쟁기인 이유는 이 때문이다. 2006년 8월 유랑을 시작한 그는 9년째 유랑을 지속하고 있다. 당초 그의 계획은 4년 103일 동안 유랑을 하는 것이었다. 인구 3만명당 하루를 할당하여 전국 240여개 지자체를 돌면서 초등학생들에게 기후변화 방지 캠페인을 할 생각이었다. 당시 인구수를 나눠보니 나오는 시간이 4년 103일. 그러나 지역간 이동시간을 따져보니 아직 190곳밖에 다니지 못했다. 그는 앞으로 3년 더 유랑을 계속할 계획이다.
초등학생을 위한 캠페인을 유랑의 목적으로 계획한 이유는 이미 먹고 사는 문제에 골몰한 어른들의 생각을 바꾸기보다 아이들에게 세상에 대한 문제의식을 먼저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그와 만나면서 아이들의 생각은 바뀌었을까.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에게 작은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아사 직전의 아이를 기다리는 독수리의 사진과 함께 ‘세상이 아프지 않았으면 합니다’라는 스티커를 초등학교 앞에서 아이들에게 나눠주다 보면 아이들은 “아이가 너무 불쌍해”라며 이를 자신들의 소지품에 붙여놓곤 한다는 것이다. 그런 경험들이 그의 유랑에서 맛보는 소소한 기쁨이다. 그는 자신의 유랑이 남들 눈에는 비루하며 허황되게 보일 수 있지만, 적어도 내 앎을 배신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스스로에게 떳떳한 삶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