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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조폭기업 지배구조의 변수 ‘주먹’

입력 2014.10.21 14:47

조직폭력배들이 키운 기업이 있다. 몇 개의 계파가 합쳐 만든 기업형 조폭으로 계속 커지면 공권력이 손을 대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미리 핵심부에 경찰들을 심어놨다. 이들을 이용해 기업 경영권에 개입을 하려 한다. 통제 가능한 경영진을 세우기 위해서다. 그 프로젝트 이름이 ‘신세계’다. 박훈정 감독의 <신세계>(2012)는 아이디어가 발칙하다.

경찰청 수사기획과 강 과장(최민식 분)은 국내 최대 범죄조직에 신입경찰 이자성(이정재 분)을 잠입시켜 놓는다. 8년이 지났다. 조직폭력배들이 급격히 덩치를 키웠고 ‘골드문’이라는 기업까지 세웠다. 건설, 유통, 엔터테인먼트(카지노와 호텔), 제2금융권(상호금융과 벤처캐피털) 등을 계열사로 거느린 거대 그룹이다. 그 사이 이자성은 골드문의 2인자인 정청(황정민 분)의 오른팔이 됐다. 어느 날 회장이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골드문의 경영권을 놓고 2인자들이 움직인다. 골드문의 최대 계파인 ‘재범파’를 이끄는 이중구는 정청을 견제한다.

[영화 속 경제]신세계-조폭기업 지배구조의 변수 ‘주먹’

<신세계>는 갱스터영화지만 내용으로 보자면 기업영화에 가깝다. 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벌이는 이사들 간의 머리싸움이 여느 기업들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룹의 회장(최고경영자) 자리는 주주총회의 표 대결에서 결정난다. 골드문은 정청과 이중구 간 2파전이다.

주식회사에서는 50.1%의 주식을 가지면 무조건 회사를 지배할 수 있다. 특정 기업의 주식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주주를 대주주라고 한다. 기업경영권에 지배력이 크다는 의미에서 지배주주라고도 한다. 중소기업은 대개 대주주가 50% 이상의 지분을 갖는다. 하지만 대기업의 경우는 20~30% 정도만 보유해도 대주주가 되기에 충분한 경우가 많다. 원채 발행주식이 많고, 주가 규모가 커서 다양한 주주들에게 주식이 분산돼 있기 때문이다.

발행주식의 과반수를 갖고 있으면 과점 주주가 된다. 국세기본법에서 과점주주란 특정인과 그의 특수관계인이 소유하는 주식의 합계가 해당 기업 전체 주식의 50% 이상을 갖고 있는 자를 말한다. 특수관계인이란 주주와 아주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으로 통상 친인척을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 특수관계인을 관리하는 이유는 특정 주주와 같은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주식의 20%, 부인이 10%, 아들이 10%를 갖고 있다면 실제 이사회에서는 이들이 40%의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주주가 법인일 수도 있다. 이 경우는 해당 법인이 50% 이상 출자하고 있는 타법인이거나, 해당 법인에 50% 이상 출자한 개인과 법인도 특수관계인이다.

‘법인’ 특수관계인을 이용하면 순환출자 구조를 만들기 쉽다. 순환출자란 한 그룹 안에서 A기업이 B기업에, B기업이 C기업에, C기업은 A기업에 다시 출자하는 식으로 그룹 계열사들끼리 돌아가며 자본을 늘리는 것을 말한다. 즉 ‘A→B→C→A’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완성된다. 예를 들어 자본금 100억원을 가진 A사가 B사에 50억원을 출자해 계열사를 만든다. B사는 30억원을 출자해 C사를 만든다. C사는 A사에 10억원을 출자해 기존 지배력을 강화한다. 순환출자는 파악하기가 어렵다. 특수관계인이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A기업과 B기업이 서로 출자하는 상호출자는 금지하지만 순환출자는 금지하지 않고 있다. 다만 올해부터 대기업이 신규로 순환출자를 해 기업을 만드는 것은 금지됐다.

골드문 그룹의 이사는 전직 조직폭력배 출신이다. 각기 이해관계가 달라 누가 누구를 지지하려는지 모르는 만큼 이사회 표대결이 매우 치열하다. 조폭기업도 이사회 운영은 일반기업과 다를 바가 없지만 변수가 있다. 칼과 주먹이다. 협박과 위협이 이사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나를 지지하면)목숨만은 살려드리지요”라는 이중구의 한마디로 조폭기업의 경영판단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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