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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말로만 상생]동반성장출연금, 눈치껏 내자?

입력 2014.10.07 15:05

  • 권순철 기자

대기업들 당초 약정금액의 40.3%에 그쳐… 공기업 출연율은 21.4%에 불과

대기업들이 협력 중소기업을 위해 자발적으로 자금을 출연해 도와주겠다고 한 약속을 잘 지키지 않고 있다. 출연금 약정을 한 이후 2~4년이 흘렀지만 현재까지 출연율은 절반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기업들이 동반성장에 대한 진정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박완주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동반성장 투자재원 출연 및 협약 현황(2011∼2014.9.)’에 따르면 77개 대기업이 6517억8000만원의 출연금을 내놓기로 약정했으나 9월 현재까지 2629억1000만원을 내놓은 데 그쳤다. 출연율이 40.3%에 불과하다.

동반성장 투자재원은 중소기업의 기술개발과 생산성 향상, 인력 양성, 해외시장 진출 등에 사용된다. 출연금을 내면 조세특례법에 따라 출연금의 7%를 법인세에서 공제받는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여전히 출연에 인색하다.

지난 4월 7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경제계의 2014년 동반성장 실천계획 발표대회’에 참석한 윤상직 산업통상부 장관, 허창수 전경련 회장, 유장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등 기업인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지난 4월 7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경제계의 2014년 동반성장 실천계획 발표대회’에 참석한 윤상직 산업통상부 장관, 허창수 전경련 회장, 유장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등 기업인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약정금액 가장 큰 포스코, 33.4% 출연
포스코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출범한 다음해인 2011년 2376억원을 협력 중소기업을 위해 내놓기로 약속했다. 이는 대기업이 약정한 금액 중 가장 큰 규모다. 하지만 지난 4년 동안 출연한 금액은 793억원(33.4%)에 불과했다. 포스코 계열사들도 지난해부터 동반성장 투자재원을 출연하기로 약속했으나 출연율은 더 저조하다.

포스코강판은 28억원을 약속했으나 지난해 6000만원(2.1%)을 내는 데 그쳤으며, 포스코건설도 236억원을 출연키로 했으나 지금까지 6억400만원(2.7%)을 내놓았을 뿐이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지원할 중소기업을 발굴해서 평가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 2011년부터 이 사업이 시작됐지만 그동안 투자재원 규모를 증액하는 등 재약정 과정도 겪었다”며 “지금은 초기단계라서 진행률이 늦은 것처럼 보이지만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출연금이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포스코 계열사들의 경우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을 통하지 않고 개별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등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앞으로는 계열사들에 동반성장 재원 출연 프로세스를 철저히 숙지시키고 기간 내에 출연할 수 있도록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도 기술은 있으나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위해 689억9000만원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는 2011년 28억3000만원, 2012년 10억원, 2013년 12억3000만원, 2014년 25억4000만원 등 그동안 76억2000만원(11.0%)을 출연하는 데 그쳤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출연금 약정 당시에 디스플레이 핵심 기술인 아몰레드 생산과 관련한 중소기업에 지원해주기로 했었다”며 “하지만 아몰레드 기술이 그동안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당시 중소기업이었던 기업들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중소기업에만 한정되는 자금지원을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은 190억원을 약속했으나 지금까지 19억4000만원만 냈다.

반면 삼성전자 등 10개 기업은 출연금 전액을 납부했다. 삼성전자는 2011년 1012억2000만원을 약정하고 2011년 1006억원, 2012년 6억원, 2013년 4000만원을 출연하는 등 지난해까지 완납했다.

출연금을 약정한 중견기업들의 성적은 대기업보다 더 좋지 않았다. 모두 32개의 중견기업이 393억3000만원의 출연금을 약속했으나 지금까지 31.9%(125억3000만원)를 내놓았다.

정권 눈치보며 “속도 조절하나” 시각도
지난해 30억원을 출연키로 했던 케이엠더블유는 아직 한푼도 내지 않고 있고, 지난 2012년부터 출연키로 했던 다산네트웍스는 총 약정금액(15억원) 중 1억3000만원만 내놓아 출연율 9%에 그쳤다.

[포커스| 말로만 상생]동반성장출연금, 눈치껏 내자?

다산네트웍스 측은 “연구개발을 함께할 적절한 중소기업을 찾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출연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 미래나노텍(21.8%), 코웨이(22.9%), 대교(24.6%), 파워로직스(33%) 등도 출연율이 다른 중견기업들보다 낮았다.

정부가 출자한 공기업들의 출연율은 더 낮았다. 한국전력공사 등 14개 공기업이 동반성장 투자재원으로 약정한 금액은 1334억1000만원. 하지만 현재까지 내놓은 금액은 285억900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출연율 21.4%로 대기업(40.3%)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협약을 맺은 한국석유공사는 출연금을 아직까지 내지 않고 있으며, 한국수력원자력도 150억원을 출연키로 했으나 현재까지 11억8000만원(7.9%)만 냈다.

한전은 300억원으로 공기업 중 가장 큰 규모로 약정을 했으나 2011년 5억8000만원, 2012년 8300만원, 2013년 15억4000만원, 2013년 7억원 등 지금까지 9.7%(29억1000만원)만 이행됐다.

동반성장위 관계자는 “최근 공기업들이 연속해서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환경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출연율이 낮은 경우도 있다”며 “산업통상자원부와 공기업들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협의체를 상시적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공기업들도 앞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동반성장 재원 출연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실제 대기업의 출연금 납부현황을 보면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넘어오는 정권교체기 전후로 차이가 매우 컸다.

대기업들은 이명박 정부가 동반성장을 강조한 2011년에는 1083억원을 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 말기인 2012년에는 200억원을 출연하는 데 그쳤고,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에는 696억원으로 다시 껑충 뛰었다. 지난해에도 대기업은 648억원을 출연했다.

박완주 의원은 “대기업들의 경우 정부가 닦달하거나 정권 초기에는 동반성장 투자재원을 성실하게 납부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출연금 실적이 흐지부지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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