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직전이라는 중소 모바일상품권 업체들이 SK플래닛, KT엠하우스, CJ E&M이다. 모바일상품권이라는 사업이 결국 주요 통신업체들의 자회사들이 하던 사업이었던 것이다.
온 국민이 사용하는 모바일메신저 카카오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거래 혐의 조사에 착수했다. 카카오의 서비스 중 하나인 선물하기에 사용되는 모바일상품권 사업에 카카오가 뛰어들면서 기존 모바일상품권 사업자들과의 계약을 해지한 것이 불공정거래행위라는 것이다. 공정위는 상품권 판매업체에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한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인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카카오는 국내 모바일메신저 시장의 96%를 장악하고 있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다. 또한 모바일상품권 유통에 있어서도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울트라 슈퍼갑이다. 모바일상품권 시장의 규모도 카카오 덕분에 급성장하고 있었다. 카카오 선물하기가 나오기 전인 2010년 283억원에 불과하던 시장이 카카오의 등장으로 2011년 606억원, 2012년 1063억원, 2013년 1413억원으로 매년 폭증하고 있었다.
카카오가 시장지배력을 남용하여 중소 모바일업체들을 고사시킨다는 지적이 나올 만한 상황이다. 사실상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직접 그 시장에 뛰어들어 초기 시장을 만들고 확대해온 중소기업들을 제치고 과실을 챙기는 전형적인 대기업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조사는 모바일상품권 사업자인 SK플래닛에서 카카오가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려 한다고 공정위에 제소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고사 직전이라는 중소 모바일상품권 업체들이 SK플래닛, KT엠하우스, CJ E&M이다. 모바일상품권이라는 사업이 결국 주요 통신업체들의 자회사들이 하던 사업이었던 것이다. 특히 이동통신 3사는 독과점이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시장을 선점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5월 26일. 다음과 카카오의 대표가 전격 합병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홍도은 기자
가치 치솟는 모바일메신저 기업
그들이 결국 카카오의 발목을 잡고 나선 것이다. 시기도 적절했다. 카카오는 다음코퍼레이션과의 합병을 결정하고 기업결합 승인 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공정위의 조사가 기업결합 승인 여부에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최근 인터넷업계에서는 PC시대에서 모바일시대로 이전하면서 새로운 서비스 플랫폼으로 모바일메신저를 꼽고 있다. 모바일메신저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와 사업들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모바일메신저 기업들의 가치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지난 2월 페이스북은 세계 최대 모바일메신저 중 하나인 와츠앱을 최대 190억 달러에 인수했다. 직원수 55명에 불과한 이 회사가 모토로라보다 비싸게 팔린 것이다.
현재 미국과 유럽의 와츠앱이 월간 4억5000만명의 사용자를 가지고 있고, 중국의 위챗은 6억명의 가입자를 가지고 있다. 일본과 동남아의 라인은 3억5000만명이 가입했으며, 한국의 카카오 가입자는 1억5000만명이다. 메시지를 주고받아야 하는 상대방이 필요한 모바일메신저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입자가 많을수록 시장 장악에 유리할 수밖에 없어 국경을 넘어선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라인과 카카오는 동남아 시장에서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시아로 시장을 좁혀보면 중국의 위챗은 지속적으로 가입자 수를 늘리고 있고, 사실상 일본 기업인 네이버 재팬의 라인은 소프트뱅크와 알리바바의 투자를 유치하여 한국과 동남아에서 시장을 확대해 나갈 기세다.
이런 와중에 그나마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1억5000만명의 가입자(우리나라 인구의 3배에 해당하는)를 확보하고 있는 서비스가 모처럼 구글·애플과 중국의 모바일, 일본의 사업자와 사활을 건 전쟁의 태풍전야를 맞이하고 있다.
카카오는 기존의 게임과 뮤직, 페이지 같은 콘텐츠 서비스 외에 카카오 뱅크월렛이라는 소액 송금 기능을 붙일 예정이다. 아울러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모바일 결제를 할 수 있는 카카오 간편결제라는 서비스도 도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더 나아가 가까이에 있는 택시도 부를 수 있는 카카오택시 서비스도 구상하고 있다. 단순히 메신저가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 플랫폼으로서 카카오톡을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구글과 애플이 양분하고 있는 모바일앱 시장에서도 독자적인 서비스 플랫폼으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국내 솔루션이 아닌가 생각된다.
세계경쟁력 갖춘 기업에 대한 흠집내기
이러한 서비스 경쟁력은 타 모바일메신저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고,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올라가리라고 본다. 더구나 다음과의 합병으로 많은 개발인력과 웹서비스 운영경험을 수혈받게 되면 더욱 빠르게 확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이러한 때에 독과점 통신대기업의 자회사들과 공정위가 카카오의 시장지배력을 문제 삼아 딴죽을 거는 모습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이전 네이버와 다음의 시장지배적 남용행위에 대해 칼을 빼들었지만 무혐의나 과장금 부과 없이 조사를 종결했던 공정위가 다시금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는 기업에 대해 일종의 통과의례로 손대는 것이라고도 한다.
제발 이 소문이 사실이 아니길 빈다. 혁신적인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해 가는 기업에 대해 이러한 흠집내기와 딴죽걸기로 변화를 막는다면 언젠가 해외사업자들에게 시장을 다 내주게 될지도 모른다.
오늘날 혁신적인 기업들의 좋은 서비스와 상품들이 기존 대기업과 정부, 공공기관의 간섭에 의해 어려움을 겪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 와중에 해외사업자들은 날개를 달고 국내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게임시장이다. 게임의 중독성에 대한 정부의 규제에 대한 부담이 결국 국내 게임 기업들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해외 게임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고 있고 국내 게임 기업들의 실적은 지지부진하다.
국내에서 갈고 닦은 실력으로 세계 시장에 나가야 할 기업들이 국내 수구세력과 기존 산업의 역공과 모략과 저항으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다.
이제는 정부와 국민들이 카카오와 같은 혁신기업의 성장과 변화를 응원하고 지원해야 할 때이다.
<윤원철 KINX 경영지원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