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한 사진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8월 21일, 한 유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큰 눈과 이를 드러내고 웃는 듯한 얼굴. 백골화된 시체를 봤을 때 흔히 드는 착각이다. 눈꺼풀이나 입술이 썩어 문드러진 결과다. 그런데 사진 속 사람(남자인지 여자인지는 구분되지 않는다)은 심지어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이트에 사진을 올린 이는 영어 설명을 첨부했다. 대충 요약해보면, 어느 귀신 들린 집에 들어간 사람들이 찍은 사진기 속 마지막 사진이라는 것이다. 정말일까.
이 사진의 실체를 둘러싸고 현재도 국제적인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처음 이 사진이 나타난 것은 인터넷에 남겨진 ‘흔적’ 상으로는 2013년 1월. 한 해외 유명사이트가 ‘인터넷에서 수집한 사진들’ 세트의 42번째로 올린 사진이다.
구소련 비밀실험의 희생자 사진이라고 인터넷에 퍼지고 있는 사진. 실제는 정신병동에 갇힌 사람을 소재로 한 할로윈 인형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 루리웹
그런데 지난해 8월쯤부터 이 사진엔 다른 설명이 따라다닌다. ‘러시아에서 이뤄진 수면실험’의 증거사진이라는 것이다. 꽤 흥미진진한 괴담이다. 1940년대 구소련에서 정치범 5명을 대상으로 특별한 가스를 주입하는 실험을 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니콜라에프 가스’라는 것인데, 원래는 군인들이 잠을 자지 않고 전투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개발된 것이었다. 극비리에 통제된 상황에서 실험은 진행되었는데, 실험 결과는 예기치 않은 파국을 불러온다. 그런데 정말 저런 실험이 있었을까.
인터넷 괴담의 진위를 추적하는 사이트 스놉스닷컴의 결론에 따르면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저 이야기의 기원은 창작 괴담 사이트 크리피파스타에 2010년 8월 올라온 단편소설이다. 그러니까 그럴싸하지만 허구의 창작물이다. 그렇다면 사진은? ‘러시아 실험’ 이야기가 처음 퍼질 때는 저 사진은 한 짝으로 돌지 않았다. 하지만 이 괴담에 나오는 특정 상황과 유사한 면이 있어 저 사진이 선택된 듯하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이 실험 이야기가 올라오고, 관련 없는 다른 사진들과 함께 저 사진이 동영상에 사용되면서 거의 사실처럼 확정되었다. 그게 올해 1월쯤이다.
그런데 뜻밖의 곳에서 단서가 발견된다. 할로윈 시즌에 단골로 등장하는 소품(prop)이라는 것이다. 실제 ‘spazm prop’으로 검색해보면 사진 속의 인물과 똑같은 포즈와 얼굴을 지닌 실물형상 인형 제품이 나온다. 정신병동에 갇힌 사람을 묘사한 것으로 보이는 인형인데, 인터넷을 찾아보면 이미 2006년 무렵부터 팔리던 할로윈 소품이다. 사진은 위 소품을 바탕으로 정교하게 재가공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저 소품이 지난해에서야 인터넷에 유포되기 시작한 사진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확실한 건 구소련에서 1940년대 행해졌다는 비밀실험이라던가, 처음에 인용한 귀신 집 내부를 찍은 카메라에 남아 있던 사진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저 사진을 보고 무서워 잠을 잘 수 없었다고 한다. 오싹한 사진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