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 개정은 상식에 기초해서 최대한 많은 국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상식은 무엇인가. 가난한 사람에게는 조금만 걷고, 부자에게는 많이 걷자는 것이다.
30만원 이자소득에는 세율 6% 인상, 1000억원 배당소득에는 세율 6% 인하. 요란한 포장지를 뜯고 민낯을 드러낸 이번 세법 개정안의 모습이다.
최경환 경제팀은 지난 8월 6일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내수 활성화”라는 산뜻한 구호도 새로 등장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연 결과, 그 평가는 기대가 컸던 만큼이나 실망스러웠다.
이번 세법 개정안의 핵심 키워드는 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소위 ‘3종 세트’다. 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가 그것들이다. 최 경제팀은 이를 통해 가계소득을 늘리고 이를 통해 내수를 활성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시류에 편승하기 바쁜 일부 언론은 이를 ‘초이노믹스’라고 명명했다. 부총리의 경제구호가 대통령의 경제구호인 ‘창조경제’를 제친 순간이었다.
필자는 가계소득 증대의 필요성에 정부가 관심을 돌렸다는 점 그 자체는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경제민주화가 대선국면에서 반짝 호객행위에 동원되었듯이 가계소득 증대 구호도 그 전철을 밟지나 않을까 두렵다. 이번 세법 개정안은 이런 의구심을 불식시키기는커녕 “그러면 그렇지”라는 씁쓸함을 강화시켰다.
최경환 부총리가 6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 회의실에서 열린 ‘제47차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부자에게는 감세, 서민에게는 증세
무엇이 문제인가.
근로소득 증대세제부터 살펴보자. 필자가 이번 세제 개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주는 부분이다. 근로자에게 임금을 많이 주면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것이다. 좋다. 문제는 없는가. 적용 대상이 제한적이다. 현재의 제도는 법인세에 대한 세액공제의 형태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법인세를 내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혜택이 없다. 적자 나는 기업이 임금을 높여주는 것은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일이기 때문인가. 당연히 아닐 것이다. 따라서 이 제도는 세액공제의 형태가 아니라 직접적 보조금의 형태로 설계하여 법인세 납부 여부와 무관하게 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다음은 배당소득 증대세제다. 이것도 문제가 몹시 많다. 정부는 배당을 ‘많이’ 해주는 기업의 주주에 대해 분리과세를 해주고 배당소득 세율도 인하시켜주겠다는 것이다. 그럴 수도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상식일까? 소액주주는 많이 깎아주고 대주주는 안 깎아주거나 조금만 깎아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정부안이 몹시 비틀려 있다. 대주주는 38%(배당세액공제를 적용할 경우 약 31%)를 25%로 깎아주겠다는 것이다. 소액주주는 14%에서 9%로 깎아준다. 정부는 세액 대비 변화율로는 소액주주 감면율이 더 크다고 하지만 실제 감면금액은 당연히 대주주가 더 크다.
예를 들어 삼성 이건희 회장의 과거 배당소득은 1000억원대였다. 따라서 6%의 세율 감소가 적용되면 최 경제팀은 이 회장에게 약 60억원 이상의 현금을 손에 쥐어주는 꼴이 된다. 물론 이 회장이 이 혜택을 받으려면 삼성 계열사가 세법 개정안의 기준에 맞게 배당을 ‘많이’ 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이 회장의 혜택은 더 늘어나게 된다. 야당이 “이건희 회장에게 200억원, 정몽구 회장에게 100억원”을 나눠주는 세제 개편이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3세 상속을 앞두고 현금이 절실히 필요한 재벌그룹에게 이번 세법 개정은 가뭄에 단비가 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의 변명은 군색하다. 배당 결정은 대주주가 하니까 그들에게 ‘뇌물’이 필요하지 않으냐는 것이다. 말이 되지 않는다. 국민연금과 기관투자가는 왜 갑자기 편리하게 잊어버린단 말인가. 국민연금이 배당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고 다른 기관투자가들이 압박하면 어찌 재벌 총수가 이를 외면할 수 있단 말인가.
기업에게 친철한 ‘배당소득 환류세제’
마지막으로 배당소득 환류세제다.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정책이다. 왜 애초에 기업에 막대한 사내유보금이 쌓였는가. 이명박 정부에서 법인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법인소득 2억원 이상 경우)했기 때문이 아니었는가. 그렇다면 이것을 시정하는 상식은 무엇인가? 법인세율을 환원시키는 것이다. 멀쩡한 상식 놔두고 무슨 꼼수를 부리고 있는가?
이번 꼼수의 백미는 A안과 B안으로 친절하게 기업에 도피처를 마련해준 것이다. 기업소득 환류세제의 과표는 당기순이익의 일정 비율인데, 이 비율이 B안의 경우에는 20%에서 40% 수준이다. 예를 들어 20%로 결정된 경우를 살펴보자. 이 말은 당기순이익이 100원이면 그 20%인 20원의 이익을 과세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임금인상이나 배당 등으로 나간 금액은 이 과표에서 제외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의 평균 배당성향은 21% 정도 된다. 즉 100원 이익이 나면 평균적으로 21원을 배당해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표보다 배당이 많기 때문에 환류세를 단 한푼도 낼 필요가 없다. 물론 이 논의는 과표를 잡는 비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그 메시지는 매우 명확하다. 거의 말의 성찬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여기에 주택 임대소득에 대한 분리과세는 당초 그대로 포함되었다. 그럼 결론은 무엇인가. 일부 근로소득 증대세제의 참신함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부자 증세다. 땀 흘려 일해서 근로소득을 버는 사람들은 종합소득세로 누진 과세하는데, 주식 부자가 가만히 앉아서 배당소득을 받는 것은 분리과세를 해주고, 부동산 부자가 가만히 앉아서 임대소득을 받는 것도 분리과세해서 세부담을 경감시켜주겠다는 것이다.
이번 세법 개정안의 숨겨진 펀치 한 방은 엉뚱한 곳에 있었다. 정부가 세금 우대 금융상품의 우대 부분을 재빨리 없애버리기로 한 것이다. 대부분의 세금 우대 금융상품의 가입 한도는 1000만원이다. 이자를 후하게 3%로 쳐주어도 이자소득은 30만원 정도다. 그런데 세금 우대혜택이 없어지면서 세율이 9.5%에서 15.4%로 대략 6%가 올라가게 된다. 그래서 30만원 이자소득에는 세율을 6%만큼 올리고, 1000억원 배당소득에는 세율을 6%만큼 내린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이것은 상식일 수가 없다.
민주주의가 피를 먹고 자라듯이 조세정책은 정권을 먹고 자란다. 따라서 세법 개정은 상식에 기초해서 최대한 많은 국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상식은 무엇인가. 가난한 사람에게는 조금만 걷고, 부자에게는 많이 걷자는 것이다. 형평의 논리로 보아도 그렇고, 내수 활성화를 위한 전략의 차원에서도 그렇다. 이번 세법 개정안은 포장지만 그럴 듯할 뿐 내용은 역시 ‘부자감세’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