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관련 넘치는 정보, 그 중 진실은?



주간경향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세월호 관련 넘치는 정보, 그 중 진실은?

입력 2014.08.04 18:01

수많은 세월호 사태 관련 보도 중에 문제의 본질에 대한 통찰과 혜안으로 국민들의 궁금한 점을 명쾌하게 해결해 주고 진실을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던 것 같다.

디스토피아(Dystopia)란 유토피아(Utopia)와 반대되는 가상사회를 가리키는 말로 주로 전체주의적인 정부에 의해 억압받고 통제받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러한 암울한 인류의 미래를 그린 디스토피아 소설들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1932년 발표된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1949년에 출간된 조지 오웰의 <1984>이다. 이 두 소설은 세계정부 또는 빅브라더로 불리는 지배자에 의해 통제되고 조정되는 인류의 모습을 그렸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으나 그 지배방법은 상반된 것을 취하고 있다.

오웰은 미래시대의 지배자인 빅브라더를 전형적인 전체주의 정부의 모습으로 그린다. 철저하게 정보를 통제하고 국민을 감시하며 엄격한 형벌을 통해 지배한다. 그러나 헉슬리가 <멋진 신세계>를 통해 묘사하는 세계정부는 넘치는 정보와 쾌락을 제공함으로써 국민들의 관심을 조정하여 체제에 대한 무조건적인 수용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낸다.

종편 방송들의 유대균 체포 보도 관련 뉴스 꼭지들. | 채널A, 뉴스조선 뉴스화면 캡쳐

종편 방송들의 유대균 체포 보도 관련 뉴스 꼭지들. | 채널A, 뉴스조선 뉴스화면 캡쳐

냉전시대, 자유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국가들과의 대립상황에서는 <1984>는 공산주의식 체제의 미래로, <멋진 신세계>는 자유주의식 통제방식으로 일컬어졌다. 그러나 구소련의 붕괴 이후 <1984> 식의 전체주의 사회가 인류의 미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없다. 인류의 자유의지가 억압받고 통제받는 사회에서는 강력한 반작용을 일으켜 영속적인 체제의 안정성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검증되었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현실에서는 어떨까? 인류는 인터넷이라는 전대미문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발명함으로써 더 이상 소수에 의해 정보가 독점되고 조정되는 것을 막아냈다. <1984>에 나온 빅브라더처럼 완벽하게 정보를 독점하고 국민을 통제하거나 할 수 있는 국가는 이제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물론 스노든의 폭로에서 보듯이 정보를 통제하고 감시하려는 노력은 있겠지만 완벽한 통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어느 국가나 단체도 완벽하게 국민을 통제하고 조정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종편 방송들의 유대균 체포 보도 관련 뉴스 꼭지들. | 채널A, 뉴스조선 뉴스화면 캡쳐

종편 방송들의 유대균 체포 보도 관련 뉴스 꼭지들. | 채널A, 뉴스조선 뉴스화면 캡쳐

정부의 부족한 정보가 많은 억측 불러
그러나 헉슬리의 예언은 아직 유효해 보인다. 헉슬리는 정리되지 않은 넘치는 정보가 주어짐으로써 사람들이 소극적이 되고 자기중심적이 되며, 아울러 진실이 쓸데없는 정보들의 바다에서 수장된다고 보았다. 특히 섹스와 같은 말초적인 쾌락이 삶의 중심이 되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진실과 진리에 관심이 없어지고, 단순하고 즉자적인 현상에만 반응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작금의 대한민국의 현실이 헉슬리가 예언한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 최근 세월호 사태에서도 일방적으로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혼란 속에 있다. 공정해야 할 정부기관의 발표들은 늘 명쾌하지 않고 뭔가 빠진 부족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대한 수많은 억측들은 음모론으로 가공되어 널리 퍼지고, 갈수록 전문기관들의 공신력은 추락하고 있다. 누구의 말도 믿을 수 없으니 진실을 알려는 노력을 하지 않게 되고, 그 일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 되어버린다.

정보의 홍수가 문제의 본질과 사건의 진실에 대한 개인들의 무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결국 단편적이고 말초적인 사실에만 집중하게 된다.

인터넷의 발달로 인류가 축적한 거의 모든 콘텐츠들을 검색하고 볼 수 있는 지금, 모든 국민들은 전문가 수준의 지식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단 몸이 아파도 의사를 찾아가기보다는 지식검색으로 증세에 따른 진단을 스스로 내린다. 전문가라 하더라도 인터넷 검색 결과와 다른 말을 하면 사이비나 사기꾼으로 취급받게 된다. 어떤 사실에 대한 진실 여부도 말한 사람의 공신력보다는 인터넷 검색으로 판단하기도 한다.

이러한 정보의 홍수시대에 그나마 진실에 대한 필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언론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은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 그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엄중한 비판과 평가를 진실하게 표명하는 사명을 다하여야 한다.

과거 신문과 방송으로 대표되는 언론매체들은 언론기관으로 불리며 막강한 펜의 힘을 보여주었었다. 권력에 비굴한 때도 있었지만 시대의 중심에서 진실과 사명이라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고 그에 따른 존경을 받아왔다.

종편 방송들의 유대균 체포 보도 관련 뉴스 꼭지들. | 채널A, 뉴스조선 뉴스화면 캡쳐

종편 방송들의 유대균 체포 보도 관련 뉴스 꼭지들. | 채널A, 뉴스조선 뉴스화면 캡쳐

제 역할 못하는 대한민국의 언론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의 언론들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월호 사태 내내 보여준 언론의 수준은 너무나 낮고 천박해 보였다. 모 통신사는 가짜 민간잠수부에게 속아 허위사실을 보도하기도 하고, 종편 방송국들은 서로 경쟁하듯 ‘소심한 목소리로 뼈 없는 치킨 주문’, ‘좁은 방에서 단둘… 석 달 동안 뭐했나?’, ‘유대균 3개월간 만두로 버텨’ 등 제목만 들어도 낯 뜨거운 보도를 했다.

인터넷 언론매체들은 네티즌의 클릭을 이끌어내기 위해 ‘충격’과 ‘경악’ 등 자극적인 제목으로 클릭을 유도하는 경쟁을 하고, 타 언론매체의 기사를 전제없이 베껴서 찍어내고 있다. 속보 경쟁을 위해 사실 확인도 없이 사이비 기사를 내보내거나 타 매체의 잘못된 속보를 그대로 전파하기도 한다.

과연 수많은 세월호 사태 관련 보도 중에 문제의 본질에 대한 통찰과 혜안으로 국민들의 궁금한 점을 명쾌하게 해결해주고 진실을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던 것 같다.

언론뿐 아니라 국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언론들이 이러한 말초적이고 수준 이하의 보도경쟁을 하는 것은 결국 보도의 최종 소비자인 국민들이 그런 보도를 선호하고 찾기 때문이다.

헉슬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이 우리를 망하게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지함으로써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과도하게 허용함으로써 스스로 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미래의 통제수단이 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지금이 그렇지 않은지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말초적인 뉴스와 지엽적이고 단편적인 사실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진실과 진리를 찾아야 할 때이다. 언론은 언론대로 진실을 보도하고 권력을 감시·견제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국민들은 그런 언론을 찾아 칭찬하고 소비하는 행동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윤원철 KINX 경영지원실장>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