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사태가 이대로 끝나서는 안 된다.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통합은 중단되어야 하며, 불법과 은폐, 증거인멸을 일삼은 기재부와 금융위의 전·현직 관료들은 응분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
은폐와 증거인멸.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 지배를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말들이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배는 시작부터 끝까지 불법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끝부분의 불법을 적당히 덮어버리려는 사태가 버젓하게 벌어지고 있다.
우선 지난 10여년 동안의 은폐와 증거인멸 사례를 간단히 돌이켜 보자. 외환은행 지배와 관련한 론스타 불법의 핵심은 론스타가 은행을 지배하는 것이 불가능한 산업자본이었다는 점이다. 외환은행이 구조조정이 필요한 부실은행이었건 아니건, 또 그 명분이 외자유치건 공적자금 회수건, 산업자본은 은행을 가지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매각 주체인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은 이 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추경호 과장(현 기재부 차관)이 변양호 국장에게 보고했던 문건이 그 증거다. 감독당국인 금융위 공무원들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금감원 실무자였던 진홍수 조사역의 문제제기 때문이었다. 청와대 경제팀도 알고 있었다. 주형환 행정관(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이 은행법 개정 당시 주무과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무원들은 이를 덮고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해 주었다. 첫 번째 은폐다.
인수 후에 론스타는 투자구조를 바꾸었다. 일부 투자자들이 나가고 새로 투자자들이 들어왔다. 당연히 다시 심사받고 승인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승인 없이 돈을 주고 받은 후 외환은행의 주인이랍시고 등장했다.(이 점은 후에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무효라는 중요한 논거가 된다) 감독당국은 이를 덮었다. 두 번째 은폐다.
론스타 사태의 핵심은 론스타가 은행을 지배하는 것이 불가능한 산업자본이었다는 점이었다. 기재부, 금융위 은행과는 이 사실을 알고도 은폐했다. 사진은 역삼동 스타타워에 있었던 론스타 한국 사무실. | 김정근 기자
은폐와 증거인멸의 종합세트
뿐만 아니라 이 사실을 법원의 제1차 정보공개 판결의 이행과정에서도 숨겼다. 법원이 론스타의 인수부터 2006년까지 대주주 적격성 심사자료 일체를 공개하라고 2011년에 판결했지만 감독당국은 투자자 바꿔치기 사실만은 공개하지 않았다.(이 자료는 금융위가 론스타의 탈출을 승인해 주던 2012년 1월 27일, 거의 ‘육두문자’에 가까운 정보제공 요구가 있은 후에 비로소 자유선진당 임영호 의원실에 40페이지짜리 팩스로 배달되었다) 세 번째 은폐다.
올해 2월에는 법원의 제2차 정보공개 판결에 따라 2007년 이후 2011년 3월까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자료가 공개되었다. 여기서 그동안 은폐되었던 또 하나의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사실이 튀어나왔다. 금융위 은행과가 2008년에 이미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금융위 이해선 과장(현 금융정보분석원장)이 그 당시 론스타로부터 받은 자료에는 일본의 골프장(PGM), 호텔체인(솔라레), 그리고 예식장 업체(아수 엔터프라이즈) 등 나중에 시민단체가 천신만고 끝에 밝혀낸 일본의 산업자본 자회사 목록이 다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덮었다. 네 번째 은폐다.
그 다음은 사실상 증거인멸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2011년 3월, 앞서 밝혀낸 일본의 산업자본 자회사들은 쏙 빠진 ‘세탁된 자료’를 심사하고는 “론스타는 산업자본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정했다. 이 무슨 서커스인가. 다섯 번째 은폐이자 증거인멸이다.
그 다음은 더 기가 막히다. 2011년 5월 25일에 일본의 골프장 보유 사실이 KBS 특종으로 터지자 금융위는 마치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듯이 대응한다. 직무유기로 고발된 이들 관료에 대해 검찰은 “이들이 몰랐으니 죄가 없다”는 논리로 불기소 처분했다. 그러나 금융위 은행과는 이미 2008년부터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검찰에 이런 식으로 대답하고 면죄부를 받아도 되는 것인가.
2012년 1월, 하나금융지주가 론스타에게 돈을 주고 외환은행 주식을 샀다. 이것은 거대한 은폐와 증거인멸의 마지막 단계였다. 그러나 이 과정 역시 위법으로 점철되어 있다.
우선 론스타는 앞서 보았듯이 외환은행의 주식을 가질 수 없는 자다. 산업자본일 뿐만 아니라 투자자 바꿔치기 후 승인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인수는 무효이고, 론스타가 가지고 있는 것은 그냥 종이쪽지일 뿐이다. 하나금융은 이것을 비싼 돈을 치르고 산 것뿐이다.
하나금융 역시 외환은행을 인수할 자격이 없었다. 하나은행 등 하나금융지주의 자회사들로 하여금 하나고등학교에 은행법 등을 위반하면서 자금을 지원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순수한 사회공헌활동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하나금융지주의 김승유 회장을 비롯한 다수의 관계자들이 학교법인의 이사를 겸직하고 있었고, 자금지원의 대가로 임직원을 특례입학시켰기 때문이다. 이런 행위는 그때도 불법이고 지금도 불법이다. 결국 하나금융지주는 하나은행을 비롯한 자회사들에 손해가 되는 행동을 강요했기 때문에 대주주 적격성을 갖추지 못했다.
위법으로 점철된 마지막 증거인멸
파는 사람은 물론이고 사는 사람도 무자격자였던 것이다. 따라서 금융위는 그때는 물론이고 지금이라도 이 자회사 편입 승인을 취소해야 마땅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하나금융은 어떻게든 빨리 외환은행이라는 존재 자체를 역사 속에서 지워버리려고 하고 있다. 최근 ‘5년간 독립경영 보장’이라는 인수 당시의 각서를 휴지조각으로 만들면서 두 은행을 통합하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일부 언론은 하나은행 이사회는 물론 외환은행 이사회도 다 찬성했다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외환은행 이사를 누가 임명했는가. 대주주인 하나금융지주가 임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찬성하건 말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증거를 인멸하려는 마지막 관건은 투자자국가소송(ISD)이다. 필자는 정부가 론스타에 적당히 져주고 이 사건을 유야무야 처리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그까짓 국민 세금이야 어차피 눈먼 돈인데 몇조원 그냥 집어주고 이 구린 사건을 덮을 수만 있다면 그 길을 갈 수도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론스타 사태가 이대로 끝나서는 안 된다.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통합은 중단되어야 하며, 외환은행은 적어도 한 번 그들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아야 한다. 불법과 은폐, 증거인멸을 일삼은 기재부와 금융위의 전·현직 관료들은 응분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 아까운 국민의 세금을 은근슬쩍 또다시 론스타에 퍼주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하나금융지주는? 회사에 손해를 끼친 론스타와 이사들에 대해 소송해서 아까운 돈을 돌려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