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0만 달러. 가로 2.5㎝, 세로 3.2㎝ 손톱크기만한 우표 한 장 값이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00억원에 가까운 액수다.
‘세계에서 가장 진귀한 우표’, ‘우표계의 모나리자’로 불리는 ‘1센트 마젠타 우표’가 최근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1856년 영국 식민지 가이아나에서 발행된 액면가 1센트짜리 우표다. 450만 달러에 시작한 경매는 불과 2분 만에 익명의 전화 입찰자에게 팔렸다고 한다. 지금까지 최고가 기록은 1996년 230만 달러에 팔린 스웨덴 우표 ‘트레스킬링 옐로’(1855년 발행)가 보유하고 있었다.
우표는 특이할수록, 희소성이 높을수록 귀한 대접을 받는다. ‘1센트 마젠타’, ‘트레스킬링 옐로’ 말고도 이름만 들으면 우취인의 가슴을 뛰게 하는 희귀 우표들이 많다. 장당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그 진귀한 우표들이 서울에 온다. 우정사업본부가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8월 7∼12일 여는 ‘필라코리아 2014 세계우표전시회’에서 우표세계의 진경을 만날 수 있다.
(위쪽) 우표 9장이 붙어 있는 일명 ‘진주목걸이’ 봉투. (아래 왼쪽) ‘뒤집힌 제니’ , (아래 오른쪽)잘못 인쇄된 2센트 우표가 붙어 있는 봉투.
전시회 참여가 확정된 희귀우표 중 대표적인 것이 ‘커티스 제니’, 일명 ‘뒤집힌 제니’(Inverted Jenny)다. 1918년 5월 18일 미국 최초로 발행된 항공우표다. 빨강과 파랑 두 가지 색이 사용된 이 우표는 원래 우편용 비행기인 ‘커티스 제니’ 모습을 담으려고 했는데 제작과정의 실수로 파랑색의 제니가 뒤집힌 채 인쇄되었다. 당시 이 우표 값은 24센트였지만 현재 10억원을 호가하는 귀하신 몸이 되었다.
1852년 영국령 가이아나에서 발행된 ‘2센트 우표’도 유명하다. 당초 2센트짜리는 장미색으로, 9센트짜리는 초록색으로 발행되었는데 2센트 우표가 밝은 파랑색으로 잘못 인쇄되는 바람에 희귀우표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26장밖에 남아 있지 않다. 이 우표가 붙은 봉투가 전시되는데 10억원을 호가한다.
‘우체국’(Post Office)이 아니라 ‘우편료 지불’(Post Paid)로 잘못 인쇄된 아프리카 ‘모리셔스 우표’ 증명문서도 전시된다. 전 세계에 하나뿐인 이 증명문서는 12억원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영국 식민지였던 모리셔스는 1847년 빅토리아 여왕의 얼굴을 넣은 두 종류의 우표를 500장 발행했는데 지금은 27장만 남아 있다. 이번 필라코리아에는 이 우표를 발행하기 전 인쇄 틀로 찍은 시험인쇄물이 출품된다. 모리셔스 우표에는 영국 왕 조지 5세와 얽힌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어느 날 신문에 액면가 2펜스인 ‘Post Office’ 우표를 1450파운드에 구입한 사람 이야기가 실렸다. 이 기사를 본 비서가 “세상에 이런 바보가 다 있느냐”며 조롱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조지 5세가 말했다. “내가 바로 그 바보일세.”
이번 전시회에선 중국 희귀우표도 볼 수 있다. 1878년 중국 최초로 발행된 ‘대룡’(5 Candarin large dragon) 우표가 9장이나 붙어 있는 일명 ‘진주목걸이’(String of Pearls)라는 봉투가 그것이다. 중국 우취계가 최고로 꼽는 우표로 2008년 제네바 경매에서 116만 유로(약 17억원)에 낙찰된 바 있다.
‘필라코리아 2014’에는 이런 희귀우표를 포함해 70여개국에서 출품한 500여 작품이 전시된다. 각국의 우표 판매부스와 함께 한국우정 130년사를 돌아보는 기념관, 우정사업홍보관, 어린이 우표관, 우표 테마관 등 체험 공간도 마련된다.
사실 대부분의 희귀우표는 너무 고가여서 일반인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하지만 소유할 수는 없어도 감상할 수는 있다. “우표 수집은 왕의 취미이자 취미 중의 왕이다. 우표에서 배운 지식이 학교에서 배운 지식보다 더 많다”는 루스벨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표의 세계는 여전히 흥미진진하다. 필라코리아 2014는 우표 애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왕의 취미’에 참여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